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자 삼성은 상당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창사 이래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은 계획된 투자, 지주회사 전환, 사업개편 작업 등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총수 구속으로 심각한 경영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 삼성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협의체제를 통해 그룹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총수가 없는 만큼 주요 투자결정이나 인사, 사업추진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80억 달러(9조3,000억원)를 들여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의 주주총회가 이날 열리는데, 인수 결정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갤럭시노트7 리콜 및 단종으로 이미지를 구긴 삼성 입장에서 향후 출시될 갤럭시 S8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차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된 바 있고, 그 사이 일부 혐의가 인정됐다고 하더라도 특검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왔던 만큼 2차 구속영장청구도 기각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패닉에 빠졋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 갤럭시 S8 출시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의 경영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 창립 79년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올해 상반기 중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된 상황에서 논의조차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거쳐야 하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다.
이와 함께 주요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등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은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인수합병 건을 의결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 기업 인수합병 결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인수금액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됐거나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하도록 돼 있는 미국 기업 혹은 기업의 자회사가 해외공무원에 뇌물을 제공하거나 회계조작 등을 저질렀을 때 이를 처벌하기 위해 1977년 제정된 법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기업은 아니지만 2008년 FCPA 개정 이후 법 적용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에 법 적용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FCPA의 대상이 되면 과징금과 함께 미국 정부와의 사업 등 미국 내 공공조달사업이 전면 금지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FCPS 제재 대상이 된다면 경쟁사들에 좋은 공격의 빌미가 될 것이고,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인한 피해는 금액으로 환산이 어려울 정도로 막대할 것이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은 긴급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삼성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협의체제를 통한 그룹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최 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역시 기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상경영체제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당히 소극적인 경영활동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재계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차질뿐만 아니라 25만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면서 “모쪼록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