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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의전서’ 전통음식연구회 노명희 대표

“상주 전통음식 재현·현대화에 노력하겠습니다"

경북 상주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비빔밥을 기록하고 있는 조리서인 시의전서를 연구하고, 수록된 전통 음식을 전파하는 ‘시의전서 전통음식연구회’가 있다. 시의전서 전통음식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노명희 대표를 만나 그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 ‘시의전서’란 어떤 책인지 먼저 간략하게 말씀해 주세요.


A. 시의전서는 1800년대 말 조선조 말기에 작자 미상의 조리서입니다. 400종이 넘는 요리가 수록돼 있어 가히 조선 시대 우리 음식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는 비빔밥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Q. 시의전서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A. 상주박물관 옆에 혼례관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전통혼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전통혼례를 하자면 음식도 전통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렇다고 아무 음식이나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상주의 뿌리를 찾고 전통혼례를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까 시의전서를 만난 거고 깊이 빠진 겁니다. 시의전서를 연구하고 있는 박사님이나 전통음식의 대가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면서 하나하나 알게 된 것이죠. 제 역할은 시의전서에 나와 있는 전통음식을 실제로 재현해보는 것입니다. 또 그 음식들을 오늘날의 사람들 입맛에도 맞게 현대화해 널리 전파하고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의 사업화를 돕는 것입니다.


Q. 시의전서 안에 상주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A. 시의전서에는 음식이야기만 있고 상주라는 명칭은 없습니다. 명칭은 안 들어가 있지만 상주 사투리가 있습니다. 상주만이 가지고 있는 사투리가 보이고 순 한글로 돼 있습니다. 작자는 어느 양반가에서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에 상주는 감영이라고 하는 도청이 있었잖습니까. 시의전서에는 양반가 음식도 있고, 궁중음식도 있고 전부 422종의 음식이 기록돼 있습니다. 필체나 아래 하를 쓴 것, 언문이 어둔하고 사투리를 쓴 것을 보면 상주 양반가의 규수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Q. 시의전서의 구성은 어떻습니까?


A. 이 책은 상·하 2편, 1권으로 돼 있으며 주식류, 부식류, 후식류, 주류, 양념류, 저장식품의 종류와 재료, 식기 및 조리 용구, 도량형 단위, 맛의 표현, 음식 담그는 법, 상차림법 등이 수록돼 있습니다. 음식 종류뿐만 아니라 소국주, 과하주, 두강주 등 술에 대한 것이 17가지, 그리고 천연염색이라고 해서 해바라기 염색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음식 종류를 볼 때 경상도 음식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상주에는 해산물이라고 해봐야 전복, 해삼, 도미 같은 것 외에는 별로 없고 거의 소고기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소고기를 이용했으니까요. 채소류는 가지, 오이 이런 게 많습니다. 강원도, 서울 쪽하고도 다르죠. 여기에서 많이 생산되는 곶감을 이용한 음식도 있습니다.


Q. 비빔밥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시의전서에는 ‘부빔밥’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상주는 들이 넓고 기름져서 쌀이 좋습니다. 또 채소류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시의전서에 보면 밥을 다 지은 다음에 그 위에다 고사리나 무나물 그리고 소고기 이런 재료를 넣고 다시마 튀김 같은 것을 넣었어요. 보통 지금은 계란 프라이를 넣는데 여기에는 계란 지단을 썼고 그거를 고춧가루로 밥을 술술 비빈다고 되어 있습니다. 비빔밥은 나물 따로 밥 따로 주잖아요. 그런데 시의전서의 부빔밥은 밥에 재료를 술술 뿌리고 위에 계란 지단이나완자 같은 재료를 올려 준 겁니다. 제삿밥처럼 다시마, 미역 튀긴 것들도 뿌려서 주니까 비빔밥의 모양새가 달라지죠. 시의전서에서 부빔밥이라는 용어를 제일 처음 쓴 게 중요합니다. 통배추 김치도 처음 여기에서 언급되고, 감주와 식혜의 차이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음식에다 고춧가루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이 책에서 나와 있고요.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책입니다. 5첩 밥상, 3첩 밥상과 같은 밥상의 도식도가 이 책에 나와 있어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의전서를 언제부터 공부했나요?


A. 시의전서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저보다 아는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 저는 단지 시의전서를 통해서 상주를 비롯한 우리 고장의 음식을 만들어보고 그 문화를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제2의 인생을 우리 음식문화를 알리는 데서 보람을 찾고 싶은 겁니다. 경상도 지방에는 안동의 ‘수운잡방’과 영양의 ‘음식 디미방’, 그리고 상주의 ‘시의전서’ 등 3개의 조리서가 있습니다. 이 세 개의 조리서에 나오는 전통음식의 전수와 교육 사업이 함께 갔으면 합니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다 만나봤습니다. 서로 각각 사업을 펼치는 것보다 연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 등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원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시의전서 전통음식연구회에 오시면 바로 인근에 낙동강과 볼거리도 참 많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한옥인 송강정사에서 주무시고 낙동강을 감상하며 하루 와서 놀기도 좋고 자고 가도 좋고요. 여기서 전통식으로 점심을 먹고 안동 ‘수운잡방’ 체험을 가서 저녁을 먹은 다음에 호텔이나 안동 고택에서 주무실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날 영양 ‘음식디미방’ 견학을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우리 상주의 ‘시의전서’팀을 키워야 됩니다. 올 연말에 시의전서 전통음식 교육사업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시의전서에 나오는 전통음식을 요즘 입맛에 맞게 고쳐서 창업도 해보려고 합니다.


Q. 시의전서 교육사업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A.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닌데 시의전서를 가지고 30명 교육생을 받습니다. 그 교육생 중에서 음식 해설사라든가 창업자 등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10개월 코스에 30명이 1박2일을 18번 하는 것으로 넣었어요. 시의전서 전반적인 교육을 하고 그것이 끝나면 스토리까지 입혀서 음식해설사로 나가든지 어떤 사람은 몇 가지 아이템을 골라 도시락 창업으로 가도 됩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겠어요.



Q. 원장님께서 시의전서에서 개발한 것도 있습니까?


A. ‘천리찬’인데 시의전서에 나옵니다. 소고기장조림 같은 건데 소고기를 옛날에는 분쇄기가 없으니까 아주 잘게 칼로 다졌거든요. 그거를 집 간장에 재워놨다가 새까맣게 될 정도로 볶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천릿길을 가도 변하질 않아요. 그래서 옛날에 과거길 갈 때 그거를 한주먹 해서 밥만 있으면 먹었다고 해요. 그것으로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북촌 상주이야기 축제 때 천리찬 주먹밥 도시락을 만들어서 아주 잘 팔았습니다. 하나는 주먹밥 도시락, 하나는 부빔밥, 이렇게 두 개를 팔아보니까 주먹밥도 가능성이 있더라고요. 옛날 과거 갈 때 먹었다고 하면 다들 좋아들 하고요.


Q. 시의전서 가운데서 특별히 보급시키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소면 이야기가 시의전서에 많이 나오고 육개장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육개장하고 국수를 융합해서 육국수를 만들거나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생각 중인 게 상주 갱시기, 상주 육국수, 상주 부빔밥 등 입니다. 상주 육국수 같은 경우는 육개장을 끓인 데다 소면을 넣는 거죠. 상주에는 쌀국수 공장이 두 군데나 있는데 그 소면을 쌀국수로 합니다. 그렇게 되면 쌀 소비도 올라가고 육개장에다 말아먹으니까 시원하기도 하고요. 된장에다 국수를 말아먹기도 하는데 저는 육국수로 합니다.


옛날 가마솥에다가 육개장 푹 끓여놓고 국수 하나씩 말아서 먹으면 요기도 되잖아요. 갱시기는 신 김치하고 찬밥이 있어야 됩니다. 쉽게 말하면 옛날에 찬밥 한 덩어리 가지고 온 식구 다 먹으려고 푹 삶을 때 신 김치 송송 썰어 넣고, 올갱이도 넣고 무도 넣고 콩나물도 넣고 감자도 넣고 고구마도 넣고 해 먹었습니다. 옥수수가 있는 곳에서는 옥수수도 넣고요. 우리 쪽은 주로 감자, 고구마 이런 거를 많이 넣은 다음에 수제비는 조금 넣어서 밥 한공기만 있으면 대여섯 사람 먹을 양 만큼 나옵니다. 맛도 굉장히 시원하고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또 있습니다. 시의전서에 보면 국수종류가 7~8가지 정도 나오는데 저는 그 중에서 누들 페스티벌, 국수 축제를 해보고 싶습니다. 거기다 자장면, 스파게티도 함께 넣어서 해보고 싶어요.


Q. 비빔밥하면 전주비빔밥이잖아요. 상주 비빔밥과 비교해 주세요.


A. 전주비빔밥을 그쪽에서는 원조라 하겠지만 시의전서 부빔밥은 100년이 됐습니다. 고추장을 넣고 비볐을 때도 맛있지만 부빔밥처럼 고춧가루만 넣고 비볐을 때는 그 식자재의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부빔밥에는 들기름을 썼어요. 드셔 보신 분들이 어떤 분들은 ‘깔끔하다’, ‘어, 고추장 안 넣고도 되네’ 이러는데 어떤 분들은 ‘고추장 주세요’ 그러더라고요.(웃음) 옛날에는 농번기에 머리에 이고 가는데 뭐 많이 들었겠어요. 그러니까 그 옛날을 생각하면서 상주 부빔밥을 드시면 자연의 맛, 시골의 정으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송강정사라고 한옥을 지어서 운영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요.


A. 땅을 사면서 산을 사게 됐습니다. 야산을 산겁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너무 좋다고 사라고 해서 사게됐다고 하는데 저는 서울에서 살다가 다시 대구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상주로 오게 되는 운명이 된 겁니다. 제가 오고 나서 산 복판으로 갑자기 길이 생긴 겁니다. 그걸 보고 남편이 이 자리에는 한옥을 짓고 살고 싶다고 해서 지은 겁니다. 누가 봐도 자리가 너무 잘 앉았다고 해요. 여기서 하룻밤을 주무신 분들 중에 아침에 기를 받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제가 늘 하고 싶었던 것이 전통혼례 입니다. 평소에 한옥마을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걸 해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러다 시의전서를 만나게 된 건데요. 상주에는 한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보고 한옥체험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아래는 민박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죠. 한옥은 우리가 살고 있어서 안 된다는 이유를 댔더니 한옥스테이의 조건이 주인이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저희 집에 와서 보고는 너무 좋아합니다. 이걸 키우라고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잖아요.


한 번은 일본 손님이 오셔서 3일째 되는 날 몸이 너무 안 좋으셨는데 제가 죽청해 놓은 걸 따뜻하게 해 드시고 호텔로 가셨는데 그날 밤 11시 넘어서 전화가 왔어요. 아침에 다시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요. 그날 아침에 몸이 많이 안좋았는데 저희 음식을 먹고 너무 좋았다는 겁니다. 마지막 날까지 우리 집에 와서 전통음식을 드셨는데, 저희 음식은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맛이 없어요. 짜지도 않고 담담하니까요. 아마도 일본 분들은 입맛에 맞았던 모양입니다.(웃음)


Q. 송강정사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요?


A. 생활차 및 생활예절 체험, 떡 만들기, 다식 만들기, 고추장 체험, 누룩 빚기, 양갱 만들기, 강정 만들기, 곶감빵 만들기, 5첩반상 체험, 7첩반상 체험, 전통놀이 체험 등 다양하게 합니다. 일전에 미국에서 온 교포와 외국인들이 체험을 하고는 너무 감동을 받았다고 그래요. 아직 한옥이 크지 않아서 숙박 손님을 많이 받지는 못합니다. 아래채에 저희 남편이 검도장으로 썼던 곳에 방이 몇 개 있어서 그곳을 숙박용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전통음식학교를 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전통음식 체험, 가공음식 체험, 전통주 체험까지 할 수 있고 외부에서 오면 쉴 수 있고 숙박하는 곳도 있으면 좋겠어요. 서울 같은 곳에서 오면 하룻밤 정도는 자고 가야 제대로 체험하고 상주를 보고 갈 수 있잖아요. 솔직히 관광객들이 와서 숙박을 해야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차를 타고 그날 왔다가 가버리면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시의전서의 전통음식을 좀 체험해보려면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먹어도 보고, 주변 관광도 하려면 2박3일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상주 대표 술이 없는데 시의전서에 17가지의 술이 기록돼 있으니까, 거기서 대표 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는 할 겁니다. 가공음식 체험장은 빵, 떡, 강정 이런 음식들을 계속 만들어 보여 줄 수도 있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거죠. 내후년 안에 이런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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