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군사 지출이 냉전 말기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국제 보고서가 나왔다.
CNN은 30일(현지시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024년 기준 2조7,180억 달러(약 3,700조원)로, 전년 대비 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88년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주요 분쟁과 미·중 전략 경쟁 심화로 군사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美·中 군비, 세계 지출의 절반…韓 GDP 대비 부담 최고
미국은 2024년 약 1조 달러(약 1,370조 원)를 국방에 지출하며 세계 최대 군사비 지출국 자리를 유지했다.
F-35 전투기(611억 달러), 신형 해군함정(481억 달러), 핵무기 현대화(377억 달러), 미사일 방어(298억 달러) 등이 주요 항목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만 484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3,140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비록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스텔스기·UAV·무인 수중체계 등 신형 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핵전력 증강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양국의 군사비 합계는 전 세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국방비를 전년 대비 1.4%만 증액했지만,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은 2.6%로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일본은 21% 증가, 필리핀 19% 증가로 군사 예산을 대폭 확대한 반면, 한국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주변국들의 국방 정책을 크게 자극하고 있으며, 동북아 전반에 군비 경쟁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유럽 NATO, 러 위협에 지출 급증…이스라엘은 65% '폭증'
러시아는 지난해 최소 38% 이상의 국방비를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SIPRI는 "공식 수치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독일(28%), 폴란드(31%), 네덜란드(35%), 루마니아(43%) 등 NATO 회원국들은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의 예산 증액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여파로 2024년 군사비를 전년 대비 65% 늘렸으며, 미국은 106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인도 역시 861억 달러로 세계 5위 국방 예산을 유지하며, 지난 10년간 국방비가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66%의 증가율로 아시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SIPRI 보고서와 CNN 보도는 한국 방위산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사비 확대는 첨단 무기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K-방산’ 대표 제품군에 대한 수출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NATO 국가들의 방산 협력 확대와 동남아 및 중동 국가들의 군비 증액은 한국 기업의 수출 다변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