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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시 생각해보는 이수만 K팝 성공신화

 

올들어 두세 달 동안 블룸버그, CNN, BBC 등 외신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SM엔터 인수전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철수로 일단락됐다.

 

요즘 외신들의 한국 뉴스 보도 경향을 보면 좋은 뉴스는 잘 보도하지 않거나 보도하더라도 부정적인 면을 들추어내는 시각이 있다.

 

한국의 모든 것들이 그들이 보기에 경이적이긴 하지만 살짝 시기심,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고소함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제조업, 방산, K팝까지 너무 잘 나가기 때문에 치뤄야 하는 몫(?)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SM인수전은 한국 로컬뉴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데도 외신들은 브레이킹 뉴스처럼 취급했다. 오직 K팝의 성공을 바라는 입장에선 지난 두세 달간 걱정스런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이수만 전 총괄피디와 SM엔터 경영진 간의 깊은 갈등의 속내를 외부에선 알 길이 없다.  각자 할 말이 있을 테지만 어느 한쪽 편을 들기도 어렵다.

 

K팝의 이미지가 혹시나 금 가지 않을까 우려하던 차에 방시혁 의장의 인수 포기와 카카오와의 협력 의사 표명은 무척 다행스럽다.


방시혁 의장은 지난 15일 관훈 포럼에서 인수를 중단한 배경에 대해 인수전에 들어갔을 때 생각했던 SM의 기업 가치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전엔 들어갈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의장은 이어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졌고, 기업 통합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구성원의 감정 노동이 들어가는 것까지 감내하고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이번 인수전으로 SM 아티스트와 팬이 큰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사과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 기여한 건 아티스트라고 말하고,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자극적인 말에도 아티스트들이 자기 자리에서 본인의 일을 충실히 했는데, 이번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시했다.

 

K팝의 세계진출은 이제 걸음마를 막 떼었을 뿐인데 미국 월가에서나 봄직한 적대적 인수방식 모습은 결코 바림직하지 않다고 본다.

 

방 의장이 아티스트들과 팬들에 대해 사과한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의 말대로 K팝은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는 점은 현재도 미래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방 의장은 케이팝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음반 시장에서 국내에 거점을 두고 있는 K팝 회사들의 매출 점유율은 2% 미만”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 시장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수만 K팝 창업 세대의 뒤를 잇는 2세대의 선두 주자인 방시혁 의장의 비전과 문제의식이 매우 명석하고 바른 방향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이수만 피디가 개척한 K팝 성공모델, 여전히 유효해

 

K팝은 순수함, 청년들의 아픔과 고민, 사랑, 꿈, 평화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진실함, 노래와 댄스의 완벽한 조화 때문에 지구촌들의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때마침 미국 팝의 상업화, 극단적 힙합에 대한 피로감 및 식상함의 틈새를 K팝이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팝 시장에 미국과 영국 외 지역 음악이 간혹 진입하기도 하는데, 그들이 초기 성공 후에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성공의 저주 때문이다.

 

성공의 저주란 상업주의란 병에 걸려 초심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벌어들인 돈과 미래의 돈을 놓고 서로 이전투구를 벌이다가 ‘폭삭’ 하는 것이다.

 

이건 굳이 음악 산업뿐만 아니라 무슨 사업이든 초기 성공 후에 나타나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음악 산업을 크게 키우자고 하자면 투자수익과 마케팅의 논리에 지배당하기 쉽다.

 

투자수익의 논리가 조직의 지배이념이 되면 가수들의 예술 논리와 불화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면 그간 쌓아온 모든 것들이 먼지처럼 공중에서 흩어질지도 모른다.

 

K팝의 성공 신화는 피라미드 처럼 튼튼한 건축물이 아니라 섬세하고 가녀린 연약한 인간의 마음, 감정, 열정, 끼, 상처, 고민, 눈물, 땀의 결정체이다.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음악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가수와 작곡가, 연주자 등 아티스트들보다 음반과 저작권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위험신호다.


연예 산업은 본래부터 사람 장사인데, 이수만 가수 출신 피디가 한국가요사상 최초로 지속가능한 프로덕션 모델을 발굴해냈다.

 

현재의 음악기획사는 모두 같은 방식이다. 이수만 모델 이외에 더 좋은 방식이 있을까 싶지는 않다. 

 

새로운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는 K팝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글로벌 경영전략 구상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 단위는 이수만 방식의 프로덕션 모델이라고 본다.    

 

음악 사업이 창작산업 중에서 가장 어려운 듯

 

음악과 영화, 패션, SW(소프트웨어)는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창조산업이다. 

 

영화는 배우도 중요하고 카메라 촬영,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등도 빼놓을 수 없지만, 한 마디로 감독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배해 K팝은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 멤버들 자체가 작품이자 제품인 셈이다. 

 

영화와 패션, SW는 한 번 제작되면 완제품 형태를 가지고 한동안 지속적인 수익을 낸다.

 

패션은 최소한 한 시즌은 가고, SW는 버전만 바꾸면 수십 년 쓰기도 한다. 영화도 멀티 유스가 가능하다.

 

이렇게 패션과 SW, 영화는 완제품의 시장성이 확인되면 마케팅과 공급망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가수들은 라이브 공연도 있고 해서 계속 훈련하고 피드백하고 관리해가야 한다. 얼마나 많은 가수들이 자기관리를 못해서 도중 하차하는가.

 

대중음악산업은 하나의 스타를 길러내 거기서 주렁주렁 천 배, 만 배의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것이지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다다익선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려면 아이돌을 발굴하고 거친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깎아내는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 기술자는 아이돌을 해본 사람들이 가장 잘 할 것이다.

 

한국의 3대 기획사의 창업자들이 모두 아이돌 출신인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가수들은 계속 신곡을 발표해야 한다. 발표하는 것마다 히트가 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 또 가수들은 가수의 개성과 스타일에 맞춰 작곡도 하고 댄스도 개발하고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창조산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업이 음악엔터 분야가 아닌가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프로듀서와 가수, 작곡자, 스태프가 한 몸처럼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분야다.


1980년대 말 이수만 씨와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같이 한 적이 있는 구자형 음악평론가는 한국에서 이수만처럼 팝을 깊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며 그는 아직 K팝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음악계에서 우리 음악이 미국과 영국의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아무도 감히 꿈꾸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찼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예술가에게는 나이가 없습니다. 이수만 전 대표는 이제 경영권 분쟁의 사슬에서 헤어나 예술가로서 꿈과 열정을 더 이어가기를 바랍니다”라고 구자형 평론가는 말했다.


올 초 K팝의 잇단 청신호, 카카오의 K팝 플랫폼 시도 검토할 만

 

JYP 엔터 소속의 걸 그룹인 트와이스의 미국 공연 티켓이 매진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걸그룹 블랙핑크도 프랑스 파리 앙코르 공연을 연다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해방되는 올해는 K팝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비상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가 SM엔터의 인수를 계기로 K팝의 플랫폼화를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다른 기획사들과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협력이 필수다. 카카오의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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