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군 전체를 ‘지붕없는 미술관’이라고 소개하는 지역이 있다. 풍요로운 들녘, 곳곳이 우뚝 솟아있는 산, 주변 230여개의 섬들의 희귀 수목과 기암절벽을 보다보니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항공센터 등 우주항공 기반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주목받고 있는 고흥이 바로 ‘지붕없는 미술관’의 주인공이다.
우주항공의 수도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고흥의 숨겨진 천혜의 섬을 찾아 ‘안동mbc 7월 문화기행’이 찾아갔다.
이번 ‘연예인과 함께 섬으로 떠나는 고흥테마여행’에는 안동·영주 등 주민 130여명이 함께 했다. 1박2일의 기간동안 첫날에는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이 서린 ‘소록도’와 우주천문과학관, 녹동수산시장을 둘러봤고, 이튿날에는 미술관을 품은 섬안의 섬 연홍도를 찾았다.
서린 한만큼 아름다운 ‘소록도’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 해서 ‘소록도’로 불리게 된 이 섬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아가씨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이 소록도에는 아직도 수백여 명의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녹동항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소록도’는 감춰져 있었던 것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4.4km의 작은 섬이지만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 일본식 정원으로 꾸며진 중앙공원 등 아름다운 볼거리로 가득했다. 특히 소록도의 중앙공원은 한센병 환우들이 손수 가꾼 것으로 유명하다.
남편과 함께 이번 기행에 함께 했다는 김명희(58) 씨는 “소록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섬인지는 처음 알게 됐다”면서 “돌아가신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픔과 한이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잘 정돈된 해변부터 소나무 숲까지 곳곳에 환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소록도는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라고 전했다.
소록도병원에는 생활자료관과 한센병 환자였던 한하운 시인의 시비, 소록도의 슈바이처라 일컬어지는 하나이젠키치 원장의 창덕비 등 소록도의 아픈 역사도 접할 수 있었다.
미술관을 품은 섬 안의 섬, ‘연홍도’
2일차에는 거금도와 금당도 사이에 자리 잡은 연홍도를 찾았다. 흡사 바다 위에 떠 있는 연(鳶)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연홍도를 신양선착장에서 바라보니 흡사 바다 위를 떠다니는 거대한 배 같기도 했다.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연홍도는 그 속에 자그마한 미술관을 가지고 있다. 고흥군은 이 연홍도를 ‘예술의 섬’이란 주제로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김길곤 연홍도 섬 가꾸기 추진위원장은 “큰 섬 속의 작은 섬 연홍도는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 안의 미술관이 또 하나의 볼거리”면서 “지금은 섬 자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미고 있다”고 전했다.
연홍도는 둘레길을 따라 섬 전체를 해안을 따라 자연풍광을 즐기며 미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의 집집이 벽마다 그려진 벽화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민자 연홍도 전 부녀회장(64)는 “올해 둘레길 조성이 완료돼 섬 전체를 해안선을 따라 돌아보실 수 있다”면서 “추석 무렵인 가을이면 둘레길 전체의 아름다운 꽃길을 거닐 수 있다”고 소개했다.
둘레길을 따라 돌다보니 자그마한 미술관이 관람객들을 반겼다. 연홍미술관은 아기자기한 미술품이 입구에서부터 볼거리를 제공했다.
폐교를 구입해 11년째 연홍미술관을 운영 중인 선호남 연홍미술관장은 “사실 지난해 태풍이 10여 년 동안 가꿔놓은 모든 것들을 유실시켜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이번 장마가 끝나고 나면 조형물부터 시작해 연홍도를 하나의 미술의 섬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술관 까페·전국 작가들의 교류 공간·펜션·민박까지 연홍미술관이 머물 수 있는 미술관, 움직이는 미술관으로 탈바꿈 할 것”이라며 “또 연홍도는 국내 유일의 ‘미술의 섬’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서양화작가 131명이 등록돼 있는 연홍미술관은 작가들의 작품이 돌아가며 전시되고, 초대전 등 다양한 미술전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안동mbc 문화기행’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예상치 않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문화기행에 함께한 모든 이들은 저마다 우산과 우비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권오선 씨(56)는 “남해의 섬들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한 해안선이 보여주는 풍경이 좋다”면서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맑으면 맑은 데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전했다.
이어 “섬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꾸며지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잘 개발돼 또 하나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