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이후 칩거 상태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자신의 계엄 선포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사과 담화를 계기로 근신 모드를 보이는 듯 했지만, 적극 반격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야당이 자신에 대해 내란죄 운운하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격하게 비난하면서, 계엄 선포는 야당의 국헌 문란 행위에 맞서 국가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2분짜리 담화문을 발표할 때는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에는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강박하는 논조가 두드러졌다. 30분 정도 진행된 담화문 낭독에서 그는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탄핵 절차를 활용해 법적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표출했다. 그의 담화문은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에게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해달라는 ‘행동개시’ 신호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의 호소 또는 지시대로 일부 국민은 광화문이나 여의도로 나가 윤석열 지지와 계엄령 지지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75% 그리고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하는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몇 년 전 처음 폈을 때, 자극된 건 후각이었다. 한강 작가는 특유의 치밀한 묘사로 오감을 자극해 독자를 5.18 당시 전남도청 현장으로 데려가는 듯했다. 그리고 채 몇 장 넘기지 못해 썩은 몸에서 나는 시취, 찢긴 몸에서 흘러나온 내장에 대한 묘사에서 그만 견디지 못하고 책장을 덮어버렸다. 최근 완독했을 때야 마지막에 소년이 우리를 햇빛과 꽃이 있는 밝은 곳으로 이끈다는 걸 알았다. 이처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노벨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게 올해 10월 10일. 그리고 50여 일만인 11월 29일에는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우연히도 큰 상을 받은 작품들이 같은 역사적 사건, 시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2024년은 뜻깊은 한해로 기억될 것 같았다. 마침내 대한민국이 군사독재와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밝은 꽃길로
생성형 AI는 디지털 패션테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일AI와 스타일봇은 서로 다른 기능으로 디지털 패션 경험을 확장한다. 스타일AI는 브랜드 정체성과 트렌드를 반영하여 패션 디자인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솔루션으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며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타일봇은 사용자의 디지털 옷장을 분석해 개인 취향에 맞춘 스타일 추천을 제공하는 AI로, 가상 피팅과 코디 제안을 통해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며 소비자의 니즈를 세밀하게 반영한다. 두 솔루션은 각각 비용 절감과 고객 맞춤형 경험 제공에서 강점을 가지며,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이 패션 산업의 효율성 향상과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AI는 디지털 옷장 외에도 가상 시착과 맞춤형 제품 제작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114 예를 들어 에이블리의 AI 기반 가상 시착 서비스는 고객이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쇼핑몰의 모델과 동일한 착장 이미지를 제공하여, 실제 쇼핑 전에 자신이 착용한 모습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온라인 쇼핑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맞춤형 추천을 통해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브리
전 세계적으로 불황기에 나타나는 양극단의 소비성향인 앰비슈머(Ambivalent Consumer)가, 소비와 트렌드를 이끄는 Z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불황에는 싼 제품만 잘 팔릴까? 오픈런을 부르는 프리미엄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비싸도 기능,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더 좋은 제품이 여전히 젊은 층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평균이 사라지면서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제까지 평균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무난한 상품, 보통의 의견, 정상의 기준이 흔들리고 더없이 독특한 상품이 선택받고, 극렬히 찬성하거나 극렬히 반대하는 의견으로 쪼개지고 있다. 이러한 양극단의 불황기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되어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든다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30대의 카페문화를 사례로 들 수 있다. 20~30대에게 커피 전문점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적 의미를 넘어서 감성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그들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대학 시험 기간이 되면, 언제나 빈자리 없이 가득 차 있는 카페를 보면, 커피 전문점에 대한 그들의
올해 노벨 문학상이 우리나라의 여류작가 한강에게 주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서점마다 그녀의 책을 사겠다는 독자들로 북적댔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서점은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최근 필자가 찾았던 여의도 IFC의 한 서점에는 양장 제본된 그녀의 책이 별도의 코너에 진열되어 있긴 했지만, 오전 11시 시간이 일러서 그랬는지 나 혼자 서 있기에 머쓱할 만큼 한가했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 그럴 진데 다른 작가의 책은 오죽할까 싶다. 그렇다면 서점이 사막처럼 바뀌어 가도 작가가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의 서평에 소개된 책을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본다. LIVING THINGS: by Munir Hachemi/Translated by Julia Sanches Coach House Books/139 pp/Paperbook. $ 17.95 ◇삶의 파편을 찾아 떠난 젊은 4명의 좌충우돌 아르바이트 일기 무니르 하케미(Munir Hachemi)의 소설, “Living Things, 살아있는 것들”은 4명의 젊은이가 “문학적 자본”을 얻기 위해 무언가 색다른 일을 찾아다니다가 ‘일이란 착취’라는 사실을
2024년 대한민국은 지구촌에서 가장 멋진 나라 가운데 하나가 분명하다. 인류 역사에서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격상하고, 경제 발전은 물론 정치와 문화 분야까지 지구촌 최상위권으로 진입한 나라는 지난 100년 사이에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위대한 성공을 이루기까지 대한민국은 수많은 국가적 난관을 겪었고, 남부럽지 않은 멋진 나라를 만들어보겠다는 국민적 의지와 열기, 피땀어린 노력으로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면서 인류사에 보기 드문 기적을 만든 나라다. 그러나 그 모든 영예와 자부심은 12월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산산조각이 났다. 계엄선포 이후 계엄 사령부 포고령 내용이나 국군 특수부대원들의 국회 진입 시도와 몸싸움 장면은 정치 분야에서도 최상급 자유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1970년대 저개발국이나 후발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나타났던 저질 쿠데타 모습과 더 비슷했다. 어떻게 해서 만든 위대한 대한민국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진 모습을 지구촌 주민들에게 보여주게 됐는지,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계엄 선포 직후 우리 국회가 나서서 계엄 해제 절차를 진행했고,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차단한 우
◇ 디지털 문명과 생태 전환 교육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현존하는 유일한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문명을 일구어왔다. 문명(文明)은 인간 사회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조직화되고 복잡해지며, 문화적,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이는 단순한 생존 이상의 삶을 추구하며, 인간의 지식, 가치, 창의성, 제도 등이 축적되고 표현된 결과물이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대변되는 21세기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이다. 디지털 문명은 컴퓨터, 인터넷,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구조와 가치 체계를 일컫는다. 디지털 문명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보 격차(디지털 디바이드), 개인정보 침해와 윤리적 문제, 지속가능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 심각한 기후 위기, 코로나 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인류의 문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웹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Mother Gaia’라는 제목의 이 웹툰은 인간이 그동안 자연을 파괴한 것에 대해 가이아 여신에게
한국 외교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된 무능 논란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약 4개월 전 일본이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한국과 협상하면서 한국인 강제 노역 사실을 관광객에게 알리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추도사에 포함하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선의를 믿고 덜컥 양보를 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지난 2015년 군함도 문제로 똑같은 방식으로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가 과도하게 휘청이는 모습도 한국 외교가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됐다는 정보와 관련해 지난 2022년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접근 양상을 보면 한국 외교의 판단 착오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도 빠질 수 없다. 한국 외교는 왜 무능하고 불안한 존재로 전락했을까? 국가 이익의 든든한 수호자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해답은 한국 외교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 외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외교관 및 외교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외교관은 약 2,700명으로, 30년 전에
지난 14일에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시의 확대로 수능의 의미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개인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수능은 대한민국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그래서 긴장된 마음에 날씨까지 추워지면 ‘수능한파’라는 독특한 용어를 생산해냈다. 다행히 올해는 포근한 날씨를 보여, 예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나왔다. 올해 대학입시의 특징은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재수생 등 N수생의 수능응시가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0년~2023년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학생 중 재수생은 61.2%를 차지한 데 비해 고3 재학생은 36%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전국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재수생은 77.5%에 달했으며, 이중 삼수 이상은 32.5%에 달하는 등 의대 쏠림 현상도 재수·삼수생을 증가시키고 있다. 올해 의대 정원이 1500여 명 증원됨에 따라 N수생들이 더욱 늘어났다.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한국사회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안정된 삶을 위해 의대로 몰려들고 있다. ◇교육, 대한민국을 비약시킨 힘 대한민국이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진입하게 된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 해방 후에 불완전하게나마 토지개혁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성장이 눈부시다. 게다가 ‘스마트 APC’도 기대된다. 하지만 핵심을 놓쳐선 곤란하다. 농산물 가격 폭・등락은 매해 반복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힘겨운 일이다. 지방도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공영도매시장과 함께 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과 정보 부족이 문제의 본질이다. ‘스마트 APC’ 및 ‘스마트 마켓’ 구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다양한 거래 방식을 도입해 유통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가 능사인가 최근에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 매출액이 연내에 5,000억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기존 농산물 유통 구조의 복잡성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출범하였다. 많은 예산을 갈아 넣고 집중적인 부양 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 6월 누적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8월 20일 2,000억 원, 10월 15일 3,000억 원을 기록한 후, 한 달 만에 4,000억 원을 돌파했다. 거래 품목도 39개에서 136개로 늘었으며, 계란(495억 원), 양파(272억 원), 사과(268억 원), 쌀(256억 원) 등 주요 품목의 거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백악관 주인으로 되돌아는 상황에서 가장 긴장한 나라는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2018년 6월 중국 상품에 대해 특별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을 촉발한 당사자가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주요 장관 후보들 면면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는 요소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나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은 모두 트럼프 당선인의 충실한 제자들로 중국 견제와 압박을 위한 돌격대원을 자임했다. 트럼프가 구상하는 국가 정책 방향에서 중국 때리기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의 저학력, 저소득층, 즉 서민층이 혐오하는 대상을 지적하고, 그들을 공격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서 인기를 얻었다. 그가 지목한 대상은 내부적으로 엘리트 기득권층이다. 이들은 상원과 하원 의원 등 워싱턴 정치인과 뉴욕 월스트리트 부자들, 주요 언론 매체와 언론인, 군과 정보 기관, 국무부 등 외교안보 분야 정부 기관과 법무부 등 법집행 기관 종사자 중에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로 트럼프는 이들을 색출해서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활용 더 많은 패션 비즈니스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작업을 줄이고 생산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럭셔리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Business of Fashion과 맥킨지가 공동으로 진행한 최신 패션 산업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73%가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을 비즈니스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응답했다. 매년 더 빨라지는 패션 산업에서 인공지능 도구는 많은 패션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인공지능은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쇼핑 도우미 역할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새로운 창의적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모로코 럭셔리 패션 브랜드 카사블랑카는 작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AI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인간의 감각과 생성 이미지 기술을 결합한 사막 풍경을 배경으로 한 캠페인을 선보여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의 아이코닉 럭셔리 브랜드 자크뮈스는 거대한 핸드백이 파리 거리를 활주하는 듯한 AI 기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러한 협업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AI는 디자이너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자이너들이 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