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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면... 「제6편」

- 쌀국수 면발에 구멍을 뚫어라

 

“인테리어보다 밥맛”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인테리어에 투자할 돈이 있으면 그 돈을 가지고 좋은 쌀을 구해 맛있는 밥을 지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어느 식당이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그런 말까지 들어야 할 만큼 우리의 주식인 흰쌀밥맛이 떨어졌을까? 쌀밥이 외래 음식에 밀리고 있으면서 농어산촌의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는 소리다. 지역 경제가 도약하고, 그럼으로써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농어산촌이 되려면 밥맛의 경쟁력부터 되찾는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듯싶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두엄’, 뿌리를 1미터 깊이까지 내려가게 만들어

 

최근 30억 달러(약 4조2천억 원) 규모의 회사를 비영리재단과 환경단체에 기부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83) 회장, 암벽등반 전문가인 그는 60년대 초 주한 미군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산 인수봉 암벽을 자주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들은 “어떻게 매년 똑같은 논에서 지속적으로 쌀을 수확할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가 농부들이 논에 뿌리는 두엄(퇴비의 순우리말)덕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노라”고 그의 자서전에 썼다.

 

쉬나드 회장의 말대로 60년대 까지만 해도 농부는 풀, 짚, 가축의 배설물 등 여러 재료를 발효시키거나 썩혀 만든 두엄을 지게로 지어 날라 논의 곳곳에 무더기로 부어 놓고, 이듬해 논에 뿌려 주었다. 이렇게 두엄을 뿌린 논에서는 벼의 뿌리가 거의 1m까지 내려가서 흙속 깊은 곳까지의 영양분을 듬뿍 흡수할 수 있었으니 밥맛이 천하일품이었다. 하지만 두엄이 아닌, 비료와 농약을 써서 생산량 위주로 수확한 쌀은 뿌리가 30cm밖에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밥맛이 떨어진다.

 

예전 같지 않은 밥맛, 볏짚 농사를 포기한 탓

 

3년 전 귀농을 해서 아버지가 짓던 5만평의 논에 벼농사를 짓던 한 젊은이가 최근 아버지 때부터 쌀을 사간 한 유통업자로부터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밥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거였다. 깜짝 놀란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한심하다는 듯이 아들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그럴 줄 알았어. 논에 뿌려줘야 할 볏짚을 조사료(粗飼料; 건초나 짚처럼 지방, 단백질, 전분 따위의 함유량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사료)로 팔아먹었으니 무슨 재주로 맛있는 쌀농사를 짓겠느냐.”

 

“그럼 볏짚을 팔지 말라고 알려 주셨어야죠.”

 

“이제 와서 무슨 소리, 네 마음대로 농사지을 테니, 참견하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여하튼 이제 알았으니 볏짚을 다시 논에다 뿌려줘라”

 

그의 아버지는 벼이삭만 수확하고 볏짚을 논에다 다시 되돌려주는 베트남의 예를 들며 말했다. “수백 년간 계속적으로 투입된 볏짚이 흙에서 발효되면서 흙의 생태계가 유지되어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되기 때문에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도 2모작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벼가 자란 흙의 생태 환경을 알아야만 밥맛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지만 30여 년 전인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된 이후 생겨난 국내 1,700여개의 쌀 브랜드 가운데 흙의 생태환경을 알려주는 브랜드를 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18년 전, 볏짚을 썰어 논에 골고루 뿌려 농사를 짓는다는 경기도의 한 유명 쌀 브랜드는 밥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최근 현지 담당 공무원에게 요즘도 볏짚을 쓰고 있는지 물었더니 “의무 규정이 권고사항으로 바뀌어 볏짚을 쓰는 농가도 있지만 규산비료로 대체해 쓰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볏짚만 써서 생산한 당시의 쌀은 단백질 함량이 평균 5.8%였다. 이는 일반 쌀의 함량인 7%보다 1.2%가 낮은 수치로 단백질 함유량이 낮을수록 밥맛이 나는 쌀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규산비료로 대체해 재배한 쌀의 풍미에 관한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쌀라면 면발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라

 

밥맛이 떨어져 쌀의 소비가 줄어들었는지 아닌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인천 강화군의 한 쌀 가공업체에서 가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연간 쌀 재고 보관료가 6천억 원이 들어갈 뿐 아니라, 쌀 소비를 늘려야 농민이 산다”면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방법을 쌀 가공식품에서 찾자”고 했다.

 

필자는 이를 (쌀로 지은 밥맛이 떨어졌으니) 2년 이상 지난 재고 쌀로 가공식품을 만들어서라도 쌀을 소비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 한다. 실제로 그 뒤에 떡, 죽, 쌀 과자, 현미유, 쌀 식빵 등 쌀 가공식품 시장규모는 내년에 7조원을 바라보고,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3,800여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식품은 단연 국내 쌀로 만든 쌀국수라면이다. 졸깃졸깃한 면발이 생명인 라면을 찰기가 있는 우리나라 쌀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쌀로 만든 면발은 끓이면 떡처럼 뭉쳐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 굴지의 한 라면회사가 쌀 함유량 90%의 쌀국수라면을 개발했다. 빨대처럼 면발마다 미세한 구멍을 내어, 양념국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간이 배게 하고 끓는 시간을 라면처럼 3분으로 단축한 것이었다.

 

소비자들은 무심할지 모르지만, 이 회사가 이를 위해 지출한 연구투자비만 연간 500억 원, 쌀이 만5백가마가 실험에 쓰였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서 이같은 최첨단 기술과 설비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좋은 맛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맛의 절대 법칙이다. 이 회사의 라면전문가는 “똑같은 사골 국물이라도 뼈의 품질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아무리 밥이 잘 되는 조리기구가 있다 해도 쌀의 품질 자체가 낮으면 밥맛을 낼 수 없다는 이치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흙의 생태계부터 지켜야

 

2005년부터 소비자가 신뢰하는 우수한 쌀을 생산하고 동시에 쌀 가공식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 영농조합법인 「게으른 농부」의 주정민 대표도, 자신의 축사(畜舍)에서 나오는 두엄으로 올해 처음 쌀농사에 도전해 고품질 쌀 생산에 도전한 전남 나주의 노병언 씨도, 해남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농부 윤기영 씨도 한결같이 “땅심이 곧 밥심”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또, 선조들의 지속가능한 농법을 탄소농법으로 이어가 흙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건강하고 맛좋은 쌀을 생산해 밥맛의 경쟁력을 회복하면, 우리의 젊은 세대가 도전의 횃불을 들고 농어산촌으로 모여들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기후위기, 인구감소, 그리고 지방소멸은 생명의 어머니인 흙과 하늘, 그리고 인간이 공존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인재(人災)일 뿐, 그저 기본으로 돌아가 밥맛을 회복해 보자는 작은 운동으로부터 극복할 수도 있는 인류의 명제(命題)일지 모른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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