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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제5부】 음식의 미래를 바꾸는 흙

 

당뇨에 좋다는 파 뿌리, 자연산을 어디서 구할까?

 

약초 전문가 최진규가 지은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1》을 보 다가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같은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 온 땅을 뒤덮고 있는 풀 속에 널려 있다’라는 구절에 눈길이 갔다. 그에 따르면, 암은 비단 풀, 부처손, 꾸지뽕나무 같은 것을 쓰 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 당뇨병은 잘 발효시킨 파 뿌리를 열심 히 먹으면 크게 호전된다는 거였다.

 

고혈압은 환삼덩굴이나 진달 래꽃을 달여 먹으면 잘 낫고 관절염은 위령선이나 접골목, 개다래 열매 같은 것을 쓰면 좋은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는 이런 약초나 식물들은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온 산천에 널려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가 파 뿌리를 어떻게 발효시키라는 것인지, 그냥 김치처럼 담가 먹으라는 것인지 헷갈렸지만, 지금까지 내 가 그런 상식을 모르고 있었던게 의아(疑訝)했다. 아마 의사나 병 원이 드물었던 옛날과 달리 요즘 의료 환경이 좋아져서 굳이 파 뿌 리 같은 자연치유법의 필요성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희미하게 내 머릿속에 유전자처럼 남아있었을 정보조차 완전히 지워져 버렸을 터이다.

 

그런데 당뇨에 좋다는 파 뿌리로 김치를 담아 먹어 볼까 생각해 보니,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당장, 파 뿌리의 약 성(藥性)을 고려해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제대로 된 흙에서 자란 것이어야 하는데, 요즘 그런 자연산 파가 있을 것 같지가 않은 것이었다.

 

어떻게든 수고를 무릅쓰고 전국을 헤매며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산 파쯤이야 왜 없겠냐만, 설령 그런 파를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대개 밭주인이 자신이나 가족이 먹으려고 무공해로 길렀을 것이라 내게는 팔 분량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일반 파를 사서 담아볼까 했지만, 그런 파에는 농약과 화학비료 성분이 허용기준치라고 해도 약으로 쓰기에는 좋지 않을 양이 잔류 되어 있을 것이어서 역시 망설여졌다. 그러니 내 입에서 혼잣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우리나라에 당뇨 환자만 7백만 명이 넘는다고 하잖는가."

 

당뇨에 파 뿌리가 좋다면, 당뇨 환자를 위한 파 뿌 리를 전문으로 하는 농민도 있어야 할 것이고, 자연산 파 뿌리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무공해 흙도 만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없고, 그런 흙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매스컴에서 뭐가 뭐에 좋다는 소리가 나오면 당장 그것은 매장에서 순식간에 팔린다고 하지만, 파 뿌리라도 다 같은 파 뿌리는 아니지 않은가?

 

필자가 듣기로는 돼지감자도 당뇨에 좋다고 하던데..

 

그럼 약용(藥用)돼지감자를 기르는 전문농가가 따로 있지 않을까? 제대로 된 흙에서 제대로 된 파 뿌리, 돼지감 자만 수확해도.... 환자가 많아서 큰돈도 벌 수 있고, 무엇보다 건강을 되찾아 주는 사회공헌도 하겠는걸.....

 

먹는 음식도 약으로 알고 먹었다 지금처럼 아프면 곧바로 병원과 약국으로 갈 수 없었던 시절,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너나없이 먹는 음식도 약으 로 알고 먹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보다 먼저 된장에 파 와 고춧가루를 많이 넣고 푹 끓여 먹었다. 아니면 콩나물 국에 고춧가루를 풀어먹고는 땀을 푹 내면서 자고 일어 났다. 증세에 따라서 감기가 씻은 듯이 낫던 기억이 난다.

 

어느 집이나 집에서 먹는 음식은 물론, 집 주변의 야생식 물의 잎, 꽃, 열매, 뿌리, 나무, 아궁이의 흙, 돌멩이까지도 귀중한 약으로 이용했다. 의학 공부를 따로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떤 풀이나 나무 열매가 어떤 질병과 증상에 효과가 있는지 웬만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맛이나 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식의 약성도 떨어진 듯하다.

 

이는 식량의 산업화와 상업화로 인해 자연 친화적인 유기 농업이 비료와 농약을 쓰는 전통농업으로 바뀌면서 흙 자체의 지력(地力)이 예전 같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과 공기 오염 등 환경오염이 식물의 성장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식물 고유의 성분 함량이 떨어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첨가물과 방부제 등 인공화 합물까지 섞이면서 먹으면 건강을 해치는 음식까지 버젓 이 음식 행세를 하고 있다.

 

자연 친화적인 농업 생산 시대와 비교하면, 지난 백 년 동안 의사와 병원, 의료인, 제약회사, 의약품, 의료비용은 수 천만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의사와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숫자에 비례해 환자 숫자도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을 따 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드물었다던 암,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병은 지금 가장 흔한 질병이 되어버렸다.

 

감기도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변이로 진화를 거듭해, 세계를 재앙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음식은 약’이라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등식(等式)이 깨지고, 생명의 근원 인 흙이 망가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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