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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60세 넘으면 아웃’...경기도 어린이집 조리원 인건비 지원의 역습

경기도 “복지부에 지원연령 상한요청” VS 복지부 “도에서 알아서 할 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경기도 김포소재 모 어린이집 조리원으로 근무했던 A씨(61)는 얼마 전 원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2월말까지만 일하고 나가달라’는 해고통보였다. 당황한 A씨는 ‘혹시 내가 실수라도 했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60세가 넘은 조리원을 채용하면 보조금을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지만 A씨는 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해당지역 원장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돌면 적어도 5년 이상 몸담았던 동종업계에서 영원히 ‘매장’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60세 넘어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정부정책 탓에 길거리로 내몰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노인인구 14% 고령사회에도...경기도 어린이집 조리원 인건비 지급상한은 ‘60세’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17년 만에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25만7,288명으로 전체 인구(5,175만3,820명)의 14.02%를 차지했다. UN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로,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음에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내 채용시장에 만연해있는 ‘고령자 기피주의’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정책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건비 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2018 경기도 보육사업 안내-가정·민간 어린이집 조리원 인건비 지원안’(이하 지원안)에 따르면 경기도내 정원 39인 이하 평가인증 가정·민간·협동 어린이집에서 조리원을 채용할 경우 월 20만원(올해부터 정원에 관계없이 30만원으로 상향)을 지원한다.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해 급식위생과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의 정책으로 지난해 1월 도입됐다. 경기도내 일부 시군에서는 이 사업을 이미 시행하는 곳도 있었지만 도비 보조사업(경기도 30%부담)으로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지급상한이다. 지원안에는 기준연령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2017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이하 지침)를 준용한다’고 규정돼있다. 지침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건비 보조금 지급상한은 60세(시설장 65세)다. 이처럼 60세 이하 종사자만 지원하라는 연령제한이 경기도내 어린이집 조리원 고용시장에 칼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경기도 소재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기준 1만1,800개소로, 이 가운데 지원안 기준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약 6,300곳이다. 올해부터 정원 40인 이상 어린이집에도 월 30만원씩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지원 대상 어린이집은 약 8,000곳으로 늘었다. 61세 이상 조리원들의 설자리가 그만큼 더 줄어든 셈이다.

김포시 “관련전화 많이 받아...안타깝지만 경기도에서 시키는 대로 할뿐”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업을 집행하는 지자체는 속수무책이다. 김포시 여성가족과 송남희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전화를 많이 받았지만 지침대로 (61세 이상은 지원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경기도에서 지침을 내려주면 그에 맞춰 지원 대상을 선정하거나 제도가 시행된다고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장이 조리원에게) 퇴직 2주전이라도 미리 말해주면 좋은데 곧바로 (그만두라고)하는 경우도 봤다”며 “엄마뻘 되는 조리원분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 마음이 안 좋지만 원장님들에게 돈줄 것도 아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이제한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마음 같아서는 모든 분들에게 (지원금을) 다 주고 싶다”고 한탄했다.

경기도內 초장부터 불협화음, 궁여지책으로 경과규정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지난해 1월 시행된 인건비 지원 사업은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경기도의회 이은주 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3)은 지난해 2월 열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제316회 임시회에서 “보육교직원 지급연령 제한으로 조리원 인건비를 60세까지만 지원한다고 하니까 도내 31개 시·군 관련된 사업장에서 굉장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열심히 일하던 어르신들이 퇴사를 권유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을 쓰면서까지 일자리를 빼앗는 겪이 됐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관계자 간담회 등을 열어 여러 가지 대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 나온 궁여지책(窮餘之策)은 바로 ‘경과규정’이었다. 경기도 여성가족국 보육정책과 허윤주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 사업을 진행할 때 고용해지 우려가 있고 그에 따른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따라서 사업시행 이전에 이미 채용되신 60세 초과 조리원에 한해 한시적으로 유예기간을 정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과규정을 뒀다”고 했다.


지원안에 따르면 2016년 12월31일 이전에 채용된 70세 초과 조리원에게는 2017년 6월 30일까지, 60세 초과 조리원에게는 2019년 2월28일까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기존에 근무하던 조리원들의 신뢰보호가 상당부분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A씨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어 6개월 일하면 3개월은 쉬어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개인사정을 봐주지 않기 때문에 A씨는 이곳저곳 옮겨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업계에서 5년 넘는 경력을 쌓았는데 지원안이 시행되던 시점에 채용돼있지 않다보니 경과규정의 적용을 못 받았다. 경과규정이 본질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경기도는 60세가 넘는 조리원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다른 지원시설과의 형평성 등을 따져봤을 때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 주무관은 “만약 경기도가 보건복지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어린이집 조리원의 지급상한을 높여 정하게 되면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 반발이 일어난다”며 “어린이집 외에도 요양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이 많고 그곳에도 종사자 인건비 지원 사업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파급효과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와 복지부의 ‘핑퐁게임’...복지부에 건의했다 vs 도가 알아서 할 일

어린이집 조리원 인건비 지원 상한을 60세로 묶어놓은 이유에 대해 경기도와 보건복지부는 상반된 주장을 했다. 허 주무관은 “저희도 고령자취업 등을 감안해 보건복지부에 상한연령을 높여달라고 몇 차례 건의했는데 별다른 회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말의 뉘앙스는 복지부가 지급상한을 변경해주면 비로소 도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복지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유진경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칙은 도에서 자체사업을 하더라도 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를 해야 하지만 지침 상 인건비 지원 사업은 협의 제외대상”이라며 “따라서 복지부와 협의할 필요 없이 경기도 자체적인 기준을 정해 지원하면 된다고 (경기도에) 답변 드렸다”고 전했다. 지원기준 나이를 조정하는 건 경기도에서 정할 문제지 복지부가 자체 지침을 변경할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기도와 복지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미는 양상을 보이자 이은주 경기도의회 의원은 “서로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업이 시행되자 경기도 시설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니네가 뭔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일자리를 뺏느냐’며 난리가 났다. 그때서야 경기도는 (복지부에) 연령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복지부는 마지못해 경기도 사업이니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도 공문은 내려 보내지 않았다”며 “그러니까 경기도가 소극적인 태도로 ‘공문이 안와서 나이제한을 풀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해보면 경기도는 인건비 지원 사업에 대한 자체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령제한을 풀지 못하는 건 중앙부처의 감사를 받는 입장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책임소재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결론은 경기도에서 다치기 싫어 못하는 건데, 그러면 복지부에 계속 공문 보내고 찾아가서 설득을 했어야 하지만 그것도 안했다”며 “큰 틀을 중앙에서 만들어주면 광역은 광역에 맞게 자치사업을 탄력적으로 해야 하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지침서에만 맞추다보니 일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지방의 손발을 묶는 중앙부처 중심의 체계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것은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라며 “중앙정부에 편향적으로 쏠려있는 감사권 등으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니까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차원에서 지급상한 지침을 변경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유 주무관은 “복지부 지침의 나이기준 변경은 다른 사회복지시설과의 형평성이라든지 한정된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기준변경에 대해 아직 검토하는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16년 전 만든 지급상한, 이제는 시대적 요구에 부흥할 때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직면한 일본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각의(우리나라 국무회의)를 열고 향후 고령화 사회대책의 지침이 되는 문서인 ‘고령사회대책대강(大綱)’을 개정하면서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보는 일반적인 경향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베정부가 직접 나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강은 향후 일본 정부의 고령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문서로 5년에 한 번씩 개정된다. 이번 대강에는 공무원 정년(현재 60세)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넣는 등 60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내용들을 추가로 담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인건비 지급상한 60세(시설장 65세) 등을 골자로 하는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지침은 한·일 월드컵을 치뤘던 해인 지난 2002년 도입됐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지침은 16년 동안 제자리에 머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사실상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대부분 이 같은 연령제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현실상 중앙정부 차원에서 고령사회로 넘어온 현 실정에 맞도록 다듬고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처럼 앞서가진 못해도 최소한 시대적 요구는 담아야 하는 것 아닐까. 

MeCONOMY magazine Apri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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