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에 걸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5명과 면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지만, 그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음은 물론 피해 발생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은 “그냥 마트에서 가습기를 사다 썼을 뿐인데 우리 아이가 죽었다. 20년 동안 마트에서 가습기를 팔아 왔는데 국가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인가? 우리가 비속 살인자인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는 말인가? 죽고 싶지만 남아 있는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 사망자 숫자 1,222명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목숨이다”라며 절규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으로 재수사를 해 줄 것과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줄 것, 대통령 혹은 총리실 직속의 전담기구를 만들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하고, 피해자 인정에 관한 판정 기준도 현재의 1-2단계에서 3-4단계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화학물질중독센터를 설립해 감시와 예방은 물론 사후 원인 규명과 치료 시스템까지 구축할 것, 그리고 국민안전기본법을 제정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징벌제 강화, 집단 소송제 도입, 살인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피해자의 피해입증에 관한 책임 완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확실한 원인규명과 의학적 조사판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며 “이 문제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치료 혜택이라도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가해기업이 도산해 소송이 불가능한 경우라도 특별구제계정을 확대해 지원폭을 늘려야 한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해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통령이 직접 끝까지 챙겨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에서 현행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관련 법률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그동안 새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추어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후속대책을 마련해 왔다”며 “피해자들과의 협의체를 만들어 이후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