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위 은행 바클 레이스의 리보(LIBOR.키워드)조작 파문이 세계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다. 영국과 미국 금융 당국은 지난달 27일 바클 레이스에 리보 조작 혐의를 적용해 벌금을 부과했다. 사상 최고 수준인 4억5300만 달러(약5200억 원)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회장과 최고경영자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물러났다. 특히 밥 다이아몬드 CEO는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인물이라서 더욱 금융시장에 던진 충격이 크다.
영국 금융 감독청은 조사를 근거로 바클 레이스의 리보 조작 행위가 2005년부터 시작됐다고 발표하고 은행 간에도 공모가 있었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바클 레이스는 리보 조작을 통해 크게 세 가지 이득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실제 거래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된 것처럼 꾸며 그 다름 날 은행의 급전 조달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봤고, 차입 금리를 낮춤으로써 은행이 실제보다 건전하게 보이도록 소비자를 현옥했다. 또 리보 금리가 낮을 때 이득을 보는 파생상품에 투자한 뒤 리보를 떨어뜨려 부당한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도 크다.
리보 금리 조작 파문은 바클 레이스에서 끝나지 않고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대형은행만 10여 곳에 이른다.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도 독일 금융감독위원회의 특별 조사를 받고 있으며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과 시티그룹도 당국의 예비조사가 진행 중임을 시인했다.
이번 리보조작사태를 계기로 리보를 대체하는 기준 금리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리보는 시장에 참여하는 거래자가 일부 대형은행으로만 제한되어 있어 전체 시장과 괴리될 수 있고 투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금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새 기준 금리의 조건으로 시장의 수요, 공급, 원리에 의해 금리가 투명하게 결정되고 다양한 거래 참여자가 존재하며 거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야 한다는 점을 거론한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 때도 기준 금리를 리보 이외 다른 금리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리보를 대체할 대안이 없어 중단되었다. 다른 금리로 대체할 경우 리보를 기준으로 삼아온 다양한 금융상품 시장에 대혼란이 초래될 거라는 이유로 힘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