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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루저’를 위한 변명, 그리고 재배치

 

인문계 대학 졸업자의 90%가 논다는 인구론이 있다. 현 시대 청년들을 실업에 좌절해 아무런 의욕도 없이 그냥 현재에 만족하며 산다는 달관세대라고도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인간관계, , , 희망까지 포함한 ‘7포세대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이 시대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대변해 주는 듯싶다. 현실의 높은 벽에 주저앉고 마는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루저(loser)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두 발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재배치의 문제를 파고들고자 한다.

 

알바로 내몰리는 청년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중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45.5%로 나타났다. 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58.6%이다. ‘인구론까지는 아니지만 인문계를 포함한 대학 졸업생의 절반가량은 취업을 못하는 실정이다.


취업을 못한 대졸자들은 아르바이트로 내몰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졸 미취업 청년의 아르바이트와 생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34세 전체 4년제 대졸 미취업자 중 69.0%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고, 평균 2.7개의 아르바이트에서 총 1.4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된 이유는 용돈 마련이 37.3%, 생활비 마련이 23.2%, 정규직 취업이 안 돼서는 20.0%, 경력 쌓기는 7.0%였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들의 비율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20~3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 수는 95천명으로 20031월 이후 123개월 만에 최고치가 됐다. 보통 졸업 시즌 후에는 연중 최고치에 이르게 마련인데, 279천명, 371천명, 495천명으로 오히려 최근 3개월 사이 꾸준히 증가했다.

 

루저문화의 확산

 


청년이 취업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최근 트렌드에도 루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아이돌그룹 빅뱅이 발표한 루저KT뮤직 음악사이트 지니 의 5월 월간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빅뱅의 루저는 실연의 아픔을 얘기하면서도 이 시대 청년들의 심정을 가사로 담아냈다. “언제부턴가 난 하늘보다 땅을 더 바라보게 돼. 숨쉬기조차 힘겨워. 손을 뻗지만 그 누구도 날 잡아주질 않네.”


그 어느 나라보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가 있다. 신세대 스파이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이다. 주인공 에그시는 학교도 중퇴하고 변변한 직장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루저. 그런 그가 전설적인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를 만나면서 그의 믿음과 배려 속에 최고의 스파이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스파이물이 인기 최고’, ‘근육 빵빵’, ‘초절정 미남으로 설정되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뭔가가 있다. 청년 루저에그시의 모습과 요즘 청년들의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한 방송작가가 루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SNL코리아에서 대본을 쓰며 간간이 직접 코너에 출연해 얼굴을 알려가던 방송작가 유병재 씨다. 그는 소셜네트워크 SNS에 이 시대 청년들의 아픔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 하며 화제가 됐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라는 멘트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취업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청년 루저의 이야기를 다룬 초인시대에서 대본을 쓰고 직접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극중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가진 그가 37번이나 시간 을 되돌리고도 취업면접에서 떨어진 장면은 이 시대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브라운관에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나눔과 연대로의 재배치

 

이 시대의 청년 루저들이 어떻게 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철학공방 별난의 신승철 공동대표는 배치의 변화는 사람을 바꾸고 변화시킨다고 설명한다. 우선 기성세대가 현 세대에게 해준 게 없다는 말로 청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으로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말했다. 세대 간에도 양극화가 심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모든 기준이 돈으로 편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루저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신 대표는 돈 루저 즉, 돈에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준거집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중심으로 구성된 집단과 모임에서 벗어나 협동, 연대, 나눔의 가치를 가진 집단과 단체에 소속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돈에 관한 문제는 절대적 빈곤보다는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이 크다. 청년들은 취직을 못해 불안해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신 대표는 제3세계의 기아나 질병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눈을 뜨면 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의 가치를 물질적 풍요와 상대적 우위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눔과 연대 협동을 중시하는 시각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사교육 열풍과 주식열풍, 부동산열풍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사람들이 자꾸 성공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의 시대에서 저성장의 시대로 이동했다. 이제는 부의 급속한 확장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위 강남 아줌마들을 준거집단으로 삼는다면 매 순간이 힘들고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이 기준을 가까이에 있는 마을 공동체나 협동조합, 주민에게로 바꾸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실업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재배치는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프리마켓을 하며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예술가로서의 자긍심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들이 무조건 최고의 고객, 최고의 갤러리에게만 자신의 작품을 내놓겠다고 한다면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루저의 삶, 팩트와 직무경험으로 탈출해야

 

취업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잡이룸의 정태용 대표도 이와 비슷한 조언을 했다. 정 대표는 LG 인사 팀에서 근무하다가 취업현장에서 잘못된 접근으로 낙방하는 취준생들에게 정확한 맥을 짚어주고자 취업컨설팅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청년들이 취업을 못해 루저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취업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철저한 준비는 화려한 스펙이나 화려한 글발이나 말발이 아니다. 그가 인사팀에서 근무할 때를 회상해 보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디에선가 퍼온 지도 모를 온갖 미사여구와 멋진 문장만 잔뜩 늘어놓아서 그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이는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말만 이어 붙여서 달달 외우고 면접장을 찾으니 그들의 발언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 대표는 취준생에게 중요한 것은 팩트(Fact)’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나 직무경험을 쌓아왔는지를 솔직히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취업전선의 추세가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그의 조언은 일리가 있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3학년 때쯤 되면 취업을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3학년은 기업에서 인턴의 대상이 안 되므로 아르바이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곳에 들어가서 직무를 미리 체험해 보고 자기와 맞는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해당 직무의 특성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도 미리 숙지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아르바이트를 무조건 용돈이나 학비벌이로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에 참여하게 될 자신의 직무를 미리 경험하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무경험은 꼭 일을 통해서만 얻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흥미를 갖고 열정적으로 참여한 동호회의 경험도 얼마든지 훌륭한 직무경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쌓인 직무경험들은 면접관들에게 면접자들이 지원하는 분야에 대해 그 동안 얼마나 노력하고 간절하게 생각해 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 대표는 청년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점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이 안 되면 왜 취업이 안 되는지를 분석 해보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학교 내 취업센터나 진로상담기관에라도 가서 자신의 진로문제를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으므로 이런 곳에서 자신의 직무경험을 차곡차곡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취준생들이 화려한 대기업에서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취업에 대한 시각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을 선호하므로 중소기업에서 충실하게 직무경험을 쌓는다면 향후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동도 가능해 진다.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영원히 루저(Loser)’로 남느냐,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위너(Winner)’로 남느냐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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