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마케팅이란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상품을 교환하는 과정”이다. 즉 스포츠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1852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한 철도회사가 하버드대와 예일대 운동선수에게 교통편을 무료로 제공하며 자사를 홍보한 것을 스포츠 마케팅의 효시로 보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두 가지 영역
스포츠 마케팅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스포츠 자체를 활성화시키는 마케팅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를 마케팅적 도구로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스포츠 자체의 마케팅은 스포츠가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개념인데 프로팀의 팬 확보, 프로팀 회원모집 등 리그를 활성화시키거나 스포츠를 팬 층에게 직접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활용하는 마케팅은 스포츠가 마케팅의 수단이 되고 기업 상품이나 기업 자체의 이미지가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즉 각 선수에 대한 스폰서 및 후원, 각종 행사 지원을 하며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를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국제 스포츠의 방송 중계권, 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유명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 등이 그 예이다.
선수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버팀목
정완진 매일경제TV 산업부장은 ‘SK텔레콤의 스포츠마케팅 전략’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박찬호와 박세리 선수 등 국내 선수들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찬호 선수는 19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만 해도 동기인 조성민, 임선동 등에 밀려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야구의 본고장’ 미국 땅에서 심기일전한 결과 1997년 14승, 1998년 15승, 1999년 13승, 2000년 18승, 2001년 15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정완진 산업부장에 따르면, 1999년 박찬호의 광고모델료만도 20억 원이 넘었다고 하니 야구 하나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박찬호가 메이저리거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포츠 마케팅의 역할이 컸다. 당시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 나이키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도균 교수(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박찬호 선수를 나이키가 후원하며 박 선수가 안정적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또한 스포츠 마케터인 김재현 씨는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그의 저서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의 연봉협상, 이적, 라이센싱뿐만 아니라 재무관리, 법률자문, 재테크 등에 이르기까지 활동범위를 넓혀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은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운동에만 전념해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는 선수가 속한 스포츠 종목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 상승에 기여
스포츠 마케팅은 기업의 매출이나 이미지 상승효과에도 기여한다. 스포츠 마케팅 활동의 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는 존 매켄로의 일화가 있다. 존 매켄로는 1980년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던 미국의 테니스 선수였다. 그는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던 당시,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 7개, 그랜드슬램 남자 복식 타이틀 9개, 그랜드 슬램 혼합 복식 타이틀 1개를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났지만, 코트에서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거칠게 항의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스포츠용품 전문업체인 나이키는 거칠지만 실력이 좋았던 존 매켄로와 광고계약을 맺었다. 나이키는 존 매켄로의 공격적이지만 활기 넘치는 모습에서 회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평소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 일쑤였던 존 매켄로는 이번에도 사고를 쳤다. 나이키는 존 매켄로가 자신들이 주력상품으로 내세운 최첨단 스포츠화를 신고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기를 원했다. 물론 ‘코트의 악동’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의 까다로운 취향을 고수하며 지극히도 평범한 나이키의 구형 태니스화를 신고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나이키 측은 발칵 뒤집혔다. 그 동안 계획했던 각종 판촉활동을 모두 취소해 버렸을 정도다. 예상과는 달리 상황은 엉뚱하게 흘러갔다. 존 매켄로가 신은 구형 테니스화가 일주일 만에 2만 켤레가 팔리며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를 두고 매일경제TV 정완진 산업부장은 “존 매켄로의 나이키 일화가 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많은 역량을 쏟아 붓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더불어 오늘날 스포츠는 단순히 오락적인 역할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키며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의 기업효과에 대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광고계약을 맺은 삼성전자의 경우 하우젠 에어컨의 2011년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60%가 상승했다. 동서식품은 2012년 김연아와 커피믹스 광고계약을 체결해 인스턴트커피의 매출이 2012년 1천억 원에서 2013년 2천억 원으로 2배에 이르는 상승효과를 얻었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간다면 박세리 선수를 들 수 있다. 삼성의 골프의류 전문업체인 아스트라는 1995년 박세리 선수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연봉, 훈련비, 교습비, 포상금 등으로 약 33억 원을 투자했다. 이런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박세리 선수가 LPGA 메이저대회 두 차례나 우승하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어 아스트라에 1조 원이 넘는 마케팅효과를 안겨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 데에는 선수 입장에서는 재정적인 후원을 얻음으로써 안정적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후원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그들이 착용한 유니폼, 액세서리, 더 나아가서 그들이 광고한 제품까지 홍보가 되고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생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DMC미디어는 지난 7월 1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미디어 이용행태 예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는 기업의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 설문참가자들의 82.6%가 ‘기업에 대해 긍정적’이며, 78.8%가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시킨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기업에 대한 구매욕구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다. 응답자의 77.8%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76.4%는 ‘브랜드 인지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스포츠 마케팅의 긍정적인 효과가 여실히 드러나는 조사결과이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부정적 인식
스포츠 마케팅이 선수나 기업에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DMC미디어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스포츠 마케팅의 위험요소도 드러난다. 설문참가자의 65.5%는 ‘스포츠 마케팅·이벤트가 상업주의에 물들어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60.8%는 ‘모델로 기용한 또는 후원한 선수의 성적이 부진할 경우 기업의 브랜드가치가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설문내용을 살펴 볼 때 스포츠 마케팅이 선수와 기업에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마케팅을 함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이 존재하는 이유
스포츠 마케팅에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드러내는 사례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손연재 선수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다. 그들은 손연재 선수가 김자인 선수(세계 스포츠클라이밍대회)나 김연아 선수(동계올림픽 여자피겨스케이팅)와 같은 큰 대회 우승자보다 더 많이 언론이나 기업 광고에 노출된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급기야는 손연재 선수의 아시안게임 당시 경기장면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선수의 기량을 깎아내리기 급급하다.
물론 손연재 선수가 속한 IB월드와이드는 200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을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속 선수들의 언론노출에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품성과 성장잠재력이 큰 선수를 언론 등에 노출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으로써 스포츠 마케팅(혹은 매니지먼트) 업체들은 선수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이윤을 창출한다. 이는 선수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김연아 선수가 국내에서 제대로 된 전용 피겨스케이트장 하나 없던 피겨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상품성과 성장잠재력을 알아본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도균 교수는 “선수가 세계대회에 나가려면 랭킹이나 포인트를 따야 하지만 그걸 획득하기 위해서는 모든 제반 비용을 사비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기업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선수의 자금력을 확보해 주고 선수는 재정적 부담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손연재 선수가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같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악플러들의 활동을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손연재 선수가 아무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이들도 필요하다. IB월드와이드와 같은 스포츠 마케팅 업체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손연재 선수뿐만 아니라 지금도 남몰래 땀과 열정을 쏟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스포츠가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순수한 땀과 열정을 쏟아내는 스포츠 본연의 모습이 퇴색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선수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달성하고 국민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스포츠 마케팅의 존재가치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MeCONOMY Nov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