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송배전망 국민펀드’ 구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2025년 12월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 자리다. 이 대통령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에게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재정 규모를 묻고 “2038년까지 113조원이 필요하다”는 답을 들은 뒤 “지금은 한전 입장에서 조달할 길이 없지 않느냐”, “100조원의 빚을 또 내기는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펀드를 만들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하고, 국민에게 투자 기회도 드리면서 대대적으로 신속히 까는 게 어떠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전 돈으로 하기는 힘들지만, 어차피 송배전망은 한전에서 쓸 수밖에 없고 요금은 정부가 손해 보지 않는 수준으로 정할 것”이라며 수익 보장 구상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전력망 투자 재원을 ‘한전 차입’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전이 그간 송배전망 투자를 사실상 전담해 왔지만, 누적 부채가 큰 상황에서 추가 차입만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것이다. 이에 국민펀드는 ‘운영 주체 변경’보다는 ‘재원 조달 방식 변경’에 초점을 둔 구상으로 해석된다. 정책·업계에서는 국민펀드의 수익 보장 방식이 망요금(송전·배전 이용요금)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배전망은 발전사업처럼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라, 전기를 보내는 네트워크를 구축·보강·유지하는 인프라다. 이 때문에 투자비 회수는 시장 경쟁이 아니라 규제 체계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회수 재원은 전기요금에 포함된 망요금으로 연결되기 쉽다. 이 대통령이 “요금은 정부가 손해 보지 않는 수준으로 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수익이 시장 변동이 아니라 규제요금 기반 현금흐름에서 나오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전제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펀드 수익보장 재원은 ‘망요금’...배당·채권·BTL 등 다양한 시나리오 국민펀드의 수익 지급 구조는 여러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 망요금 수입 일부를 배당 재원으로 연결하는 배당형이 가능하고, 한전 또는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공급한 뒤 이자를 받는 채권·대출형도 거론된다. 민간이 건설을 맡고 공공이 임대료처럼 장기간 상환하는 BTL(Build Transfer Lease, 임대형 민간투자) 유사 구조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다만 어떤 형태든 ‘운영은 한전’이라는 전제가 유지된다면, 투자자 수익은 운영권이 아니라 규제요금·계약 구조에 기반한 현금흐름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익 보장 방식이 구체화될수록 전기요금 부담 논쟁도 불가피하다. 망요금에서 투자자에게 지급할 몫이 생기면, 한전이 전력망 보강과 유지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나는 망요금 총액을 조정해 투자수익을 포함한 비용을 요금 체계에 반영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한전이 기존에 금융기관에 부담하던 이자 비용을 국민펀드 수익으로 대체해 “지급처만 바꾸는” 방식이다. 전자는 전기요금 인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후자는 투자자 기대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전력시장 민영화·개방’ 우려엔 선 긋기...12차 전기본이 가를 정책 경계선 ‘민영화·개방’ 우려에 대해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송전망 민영화를 우려하는 지적에 “민간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운영은 한전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12차 전기본)에 국민펀드 조성 방안을 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계통 운영과 통제는 공공이 맡고, 건설·투자 재원은 국민·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구조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된다. 결국 쟁점은 ‘운영 주체’가 아니라 ‘수익 보장 장치’다. 수익을 어떤 형태로 약속할지(배당·이자·임대료), 그 재원을 망요금과 어떤 규칙으로 연결할지, 그 결과 전기요금 부담이 누구에게 얼마나 전가될지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12차 전기본에 담길 국민펀드 방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요금 산정 원칙과 위험 분담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핵심 검증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송배전망 국민펀드 제안에 대해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한전의 재정적 한계 상황에서 전력망 확충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자,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민간 기업에 사업권을 넘기는 방식은 민영화 논란이나 수익 독점 우려가 있으나, 국민펀드 방식은 한전이 망 운영권과 통제권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외부 자본을 조달하되, 그 수익을 특정 자본이 아닌 국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제안은 재원 조달 주체를 다변화하여, 인프라 투자의 공익성을 유지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며 “한전의 재무 위기를 타개하면서도 전력망의 운영 주체를 공적 영역에 남겨두기 위한 구조적 접근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장엄한 히말라야 산맥을 뒤덮었던 수천 년의 얼음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르포기사는 단순히 빙하가 녹는 모습을 넘어,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의 심각한 경고를 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산악 지대에 자리 잡은 육상 빙하(Mountain Glaciers)의 소 실이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에 미치는 치명적인 위험에 주목해야 할 때다. 지구 담수의 주요 저장고이자, 수십억 인구의 생명줄인 강물의 근원인 이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녹아내리는 것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 물 부족,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는 존망의 위협이다. ◇ 북극 빙하 녹아도 해수면은 높아지지 않는다 기후 위기로 인한 빙하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영향력은 위치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북극이 녹으면 바다가 넘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수면 상승의 핵심은 북극해 바다 얼음이 아니라 육상 빙하의 소실이다. 사실상 북극해 해빙은 녹아도 해수면을 거의 올리지 않는다. 북극해의 얼음 대부분은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해빙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따르면 해빙은 이미 자기 부피에 해당하는 바닷물을 밀어내고 있다. 따라서 해빙이 녹아 물이 되어도 바다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나사(NASA)의 아이스브리지(ICE Sat-2) 관측에 따르면, 북극 해빙의 두께와 면적은 지난 40년 동안 약 40%가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감소가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 양은 1mm 이하다. IPCC 6차 보고서는 해빙 소실은 해수면 상승에 측정 가능한 영향이 없다고 명시했다. 즉, 북극 바다 얼음의 감소는 생태계 파괴, 북극점 반사율 감소 등 중요한 문제지만 직접적인 해수면 상승 요인으로는 크지 않다. 반대로 육상 빙하는 녹는 순간 해수면을 직접적으로 끌 어 올린다. 육상에 쌓인 빙하는 바다 위가 아니라 육지 위에 존재한다. 이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새로운 물이 바다에 추가되는 것이므로 해수면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약 67%가 육상 빙하와 그린란드, 그리고 남극 빙상이 원인이다. 1990년대 이후 육상 빙하의 연평균 손실량은 연간 2700억 톤이라고 나사의 Grace 위성 자료는 밝히고 있다. 이는 매년 미국 플로리다주 전체 가 300m가량 물에 잠기는 양과 동일하다. 육상 빙하의 감소는 북극 해빙과 달리 단순한 상징적 위기가 아니라 진짜로 바다를 높이고 해안 도시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질적 요인이다. ◇히말라야의 붕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빙하 손실 지역 중 하나 최근 외신에 따르면 히말라야의 빙하 붕괴는 그 규모와 속도에서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히말라야 빙하의 녹는 속도는 2000∼202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 40년 동안 평균 기온이 1.8도 상승해 일부 고산 지대는 북극보다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였다. 네팔과 부탄 일대의 빙하 호수는 현재 1000개 이상이고 그중 47개가 즉각 붕괴 위험 등급을 받았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빙하 자체를 녹일 뿐 아니라 빙퇴석을 붙잡고 있던 영구동토층을 녹여 구조적 붕괴를 유발한다. 최근 2달 사이 보도된 사례들은 대부분 빙하, 빙퇴석, 토석류가 한꺼 번에 무너져 마을을 쓸어버리는 형태였다. 외신들이 전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산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빙하 붕괴 현장이다. 수만 톤 규모의 얼음과 바위가 초당 수십 미터 속도로 계곡을 쓸어 마을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은 산이 폭발한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현장 조사에 따르면, 붕괴 지점은 수십 년 동 안 마을을 지켜주던 안정된 지형이었다. 그러나 영구동토 층이 2~3년 사이 약 30% 손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데이터가 예측한 붕괴 위험이 실제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작년 8월의 어느 따뜻한 날도 그랬다. 370명이 거주하는 외딴 마을인 타메는 에베레스트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빙하가 녹아 마을 위 높은 곳에 10년 넘게 빠르게 물이고 여 생긴 호수는 너무 외딴곳에 있어서 아무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그 여름날, 주변 산의 바위가 수백 피트 높이에서 떨어져 이 호수에 떨어졌고, 엄청난 양의 물이 쓰나미처럼 밀려났다. 이 물은 계곡을 따라 반 마일 정도 흘러내려 다른 호수로 흘러들면서 더 많은 물을 끌어 올렸다. 곧 1억 갤런의 물이 마을을 향해 내리막길로 흘러내렸다. 테임즈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커지는 함성을 들었다. 물이 거세게 밀려들 때쯤, 마을 일부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변했다. 병원은 사라졌고, 학교는 파괴되었다. 스무 채의 집과 트레킹 숙소 그리고 감자밭이 모두 휩쓸려 나갔다. 빠르게 따뜻해지는 히말라야산맥 전역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는 수천 개의 고지대 호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사실상 눈사태와 지진으로 인한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수 천 가지의 새로운 원인을 제공한다. 낙석이나 눈이 얼어붙 은 빙하에 떨어지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얼음이 녹아 호수를 형성하면, 같은 낙하물이 홍수를 일으켜 마을, 숙박시설, 수력 발전소 등 그 경로에 있는 모든 걸 위협할 수 있다. 히말라야가 무너지면 전 세계가 흔들린다 히말라야는 아시아 20억 인구의 물길을 관리하는 거대한 수자원 창고다. 갠지스, 브라마푸트라, 양쯔강 등 10여 개 초대형 하천이 빙하수에 의존한다. 빙하 손실이 가속하면 건기 시 물 부족 증가, 이로 인해 글로벌 식량 가격에 영향 을 미친다. 빙하 호수 범람은 지난 20년간 발생 횟수가 2배로 증가했다. 1회 범람 시 최대 수억 톤의 물과 토석류가 아래 계곡 을 덮칠 수 있다. 히말라야, 알프스, 안데스 등 비극지방 빙하의 총소실은 2000년 이후 해수면 상승의 약 21%를 차지했다. 즉, 히먈라야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코 지역적 사건이 아니다. 전 세계 기후 해수 식량 시스템과 직결되는 문제다. ◇ 히말라야의 경고 진짜 위험은 육지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북극해 얼음은 생태계와 반사율 문제를 남기지만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히말라야와 그린란드, 남극과 같은 육상 빙하의 붕괴는 우리 발밑의 도시와 해안선의 지도를 바꿔놓을 문제다. 지금 지구가 내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해수면 상승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산 하나가 붕괴하는 영상 속에서 이미 현실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북극곰이 사라지는 상징적인 장면만 바라볼 수 없다. 이제는 “빙하기 녹으면 바다가 어떻게 높아지고 그 바다가 우리 도시를 어떻게 위협 하는가?”라는 실제적 데이터를 보아야 한다. 그 첫 경고가 바로 히말라야에서 몰려오고 있다.
KDB산업은행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추진됐던 산업은행 이전과 자산 매각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다시 핵심 보직으로 거론되면서 내부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특히 당시 정책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부행장, 수석부행장 등 주요 요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자, 산업은행 노조는 “역사의 퇴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산업은행 이전과 자산 매각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재정 확보를 이유로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빠르게 돈을 만들자”는 기조를 내세웠고, 산업은행 이전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부지와 관련한 부동산 구조 조정, 이른바 ‘부동산 세이프’ 논의가 있었고, 최근 공개된 문자 메시지 등을 보면 특정 종교 단체가 배후로 거론되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기업, 특히 롯데그룹 쪽으로 부지를 넘기는 시나리오를 예상했지만, 지금 드러난 자료들을 종합하면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시 이를 주도하거나 묵인했던 인물들이 지금 다시 요직으로 복귀하려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통일교 관련 이슈를 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산업은행 이사회 간 문자 내용에서 ‘산업은행 부동산 PF’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배후가 롯데가 아니라 통일교 아니었나’라는 얘기가 다시 도는 것”이라며 “다만 저는 그 정도 수준에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책임과 반성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 인물들 이사회 진입 초읽기 현재 논란의 중심에는 산업은행 이사회가 있다. 이사회 안건에는 내년도 사업계획과 함께 임원 인사 문제가 포함돼 있고, 부행장 인선이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 인사가 강행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열리는 시점을 ‘디데이’로 규정하며, 회장실 앞에서 천막 농성과 단식에 들어갔다. 천막 농성은 7일째, 단식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반발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선다. 핵심은 ‘책임과 반성’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년간 직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당시 경영진 누구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 시절 정책을 앞장서 집행했던 인물들을 다시 중용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갈등은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더욱 깊어졌다. 김 위원장은 “은행 역사 7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회장이 발탁돼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당시 책임이 있던 부행장들이 직원들께 사과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박 회장은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산업은행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었고 모두가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그 논리라면 역사 속의 모든 부역 행위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정당화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군대도 명령을 받지만, 앞장서 행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구분된다”며 “당시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들까지 피해자로 묶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시기 산은 이전 반대 투쟁이 “2022년 6월 7일부터 2025년 6월 5일까지 1094일 동안 매일 아침 집회를 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3일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고, 하루 뒤인 6월 5일 전임 강석훈 회장도 퇴임해 ‘이제는 달라지겠구나’ 기대했는데, 예전에 은행에 반하는 방향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다시 주요 보직으로 가는 걸 보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윤석열 정부 때 부산 이전에 앞장섰던 인물”의 핵심 보직 복귀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두 사람이 거론된다. 한 명은 강석훈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었고, 다른 한 명은 부산 이전을 위해 만든 ‘부산 이전 준비단’ 단장이었다”며 “이 두 명을 주요 보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주요 보직 인사 논쟁 넘어...150조 기금 운용 체계가 새 쟁점으로 산업은행 내부의 긴장은 인사 문제를 넘어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최근 발표된 150조원 규모의 전략 산업 투자 구상 역시 노조의 비판 대상이다. 노조 측은 이 기금이 사실상 대기업과 첨단산업 위주로 설계돼 있으며, 지역과 중소·중견기업, 문화산업에는 거의 배분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K-컬처나 지역 경제를 언급하지만 실제 숫자를 보면 0점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기금이 기존 산업은행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별도의 기금 조직을 은행 내부에 또 하나의 ‘회사’처럼 얹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인력은 줄어든 상태에서 업무는 늘어나고, 신규 인력 충원 역시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150조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최소 1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첨단산업 기금을 150조원 규모로 운영하게 되면서 산은 역할이 더 커졌고, 그렇기 때문에 70년 역사상 처음 나온 내부 회장이 성공하길 바랐지만, 큰 역할을 수행하려면 노사 갈등 없이 가는 게 맞다”며 “임원 인사에서 이렇게 갈등이 터진 것은 상당히 안타깝다”고 했다. 노조는 이번 투쟁의 방향을 단순한 ‘인사 반대’가 아니라 국정 철학과의 불일치 문제로 설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 충성했던 인물들을 다시 중용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정 기조, 특히 분배와 지역, 노동 중심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향후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권력을 달라는 것도, 자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산업은행이 새로운 정부의 국정 방향에 맞게 다시 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명분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 강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식을 시작했으니, 만약 인사가 강행된다면 투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단순한 내부 인사를 넘어 과거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책임, 그리고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사회와 정부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에 따라 금융 공공기관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HARMAN)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 AG, 이하 ZF)‘의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을 인수했다. 이번 ZF사의 ADAS 사업 인수는 15억 유로(한화 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지 8년 만의 전장사업 인수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성장 중인 전장사업 강화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에서 공조, 독일 ZF사 ADAS 사업으로 전장, 미국 마시모(Masimo)사 오디오 사업으로 오디오, 미국 젤스(Xealth)에서 디지털헬스 등 다양한 분야 사업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M&A를 성사시키며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ZF는 100년 이상의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하는 글로벌 종합 전장 업체로 ADAS, 변속기, 섀시부터 전기차 구동부품 등까지 사업 영역이 폭넓다. 하만이 인수하는 ZF사 ADAS 사업은 25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업계 1위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SoC(시스템 온 칩)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차별화된 ADAS 기술을 확보하고,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ADAS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만은 이번 인수로 차량용 전방카메라와 ADAS 컨트롤러 등 자동차 주행 보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DAS 관련 기술과 제품을 확보해 고성장하고 있는 ADAS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최근 자동차는 IT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결합되어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 발전하며,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과 ADAS가 통합되는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하만의 주력 제품인 디지털 콕핏에 ADAS를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로 통합해, 빠르게 전환되는 자동차 트랜드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향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SDV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도 구축했다.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을 OTA(Over the Air)로 간편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어 고객 경험과 기능 업그레이드를 보다 풍부하고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체계적 소프트웨어 구조 설계로 유지보수가 간편하고, 제품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전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ADAS와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은 안전성, 편의성 등을 기반으로 2025년 62조6000억원에서 2030년 97조4000억원, 2035년 189조3000억원으로, 2035년까지 연평균 12%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사업부문 사장은 “삼성의 이번 인수로 ADAS 사업을 하만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며 “디지털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기술 변곡점에 있는 전장시장에서 중앙집중형 통합 컨트롤러를 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이번 ADAS 사업 인수의 큰 의미를 밝혔다.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ZF사 CEO는 “하만은 ADAS 사업의 잠재력을 키워줄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ZF의 ADAS 사업은 앞으로 하만과 함께 성장과 혁신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은 “삼성전자는 전략적 M&A를 통해 혁신을 가속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온 성공 경험을 지속해서 쌓아왔다”며 “이번 인수는 모빌리티 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하만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삼성전자의 장기적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 카오디오 등 ’차량 내 경험(In-Cabin Experience)‘ 부문 업계 1위 기업으로 ADAS 스마트 카메라 1위 업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종합 전장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자사의 모바일, TV, 가전 리더십과 하만의 독보적인 전장 기술력을 결합해 스마트폰, 스마트홈, 스마트카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잇는 AI 기반 초연결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된 2017년 매출 7조1000억원에서 2024년 14조3000억원으로 지난 8년간 매출이 2배로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10% 수준으로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전장 부문은 글로벌 1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디지털 콕핏 외 텔레매틱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지속 성장 중이며,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B&O)과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등 자체 브랜드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프리미엄 카오디오 부문에서 업계 1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바워스앤윌킨스(B&W, Bowers & Wilkins),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3억50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하며 오디오 명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하만협력팀을 통해 대규모 M&A를 실행할 뿐만 아니라, 하만과 삼성전자의 다양한 IT·소프트웨어·AI 기술과 전장·오디오 기술 간 시너지를 창출해 2030년 매출 200억 달러(한화 약 29조1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전장 및 오디오 1등 업체로 위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ADAS 사업 인수 절차는 내년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해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전날(23일) 본회의에서 상정된 안건으로 국민의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제기로 처리가 지연됐다가 토론 종결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법'에 따라 종결동의의 건이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해 무기명투표로 종결동의의 건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총 투표수 185명 가운데 찬성 184명으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298인의 5분의 3 이상인 179명)를 채웠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불법정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요건을 신설해 정보통신망 내에서의 유통을 금지하며,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등 불법정보 등의 유통에 대한 규제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집단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특정 개인·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불법정보에 추가했다.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허위정보),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조작정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가할 의도가 있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해서는 안 된다.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정보, 허위정보, 조작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법원은 게재자 가운데 정보게재수, 구독자수, 조회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서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가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임을 알았고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었고, △정보 유통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법익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인정된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중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가중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피고는 소송 각하를 위한 중간판결을 신청할 수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가 법원에 의해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돼 유죄판결, 손해배상판결, 정정보도청구등의 소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2회 이상 유통한 경우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누구든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를 신고할 수 있으며,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정보의 삭제, 접근차단, 정보노출 제한 △게재자 계정의 정지 또는 해지 △광고 수익 등 수익화 제한 △신고의 기각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 신고자·게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판정기준이나 신고·조치 등에 관한 자율적인 운영정책을 수립하고, 이 경우 이해관계자, 시민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최근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중국 창신메모리의 이면에는 한국 기술진의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기술 유출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행위는 명백히 국가 경제의 근간을 팔아넘긴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삼성전자 전 임직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핵심 공정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렸고, 그 피해 규모는 적게는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은) 그 대가로 평생 써도 남을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면서 “설령 처벌을 받더라도 잠시 '몸테크'만 하면 된다는 왜곡된 인식이 반국가적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들은 위장회사 설립, 사무실 수시 변경, 중국 이메일 사용, 암호화된 문자 메시지 등 첩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수법으로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통째로 넘겼다”며 “검찰은 이들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져 봐야 5년 내외의 형량, 혹은 집행유예나 불기소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단순한 산업기술 침해나 경범죄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경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 즉 '경제 간첩' 행위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며 “미국은 자국 항공산업 기밀을 탈취하려 한 중국 간첩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했고, 국제사회는 국가 핵심 기술을 노리는 범죄에 절대 관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이재명 정권은 이들을 명확히 '경제 간첩'으로 규정하고, 간첩죄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법·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대한민국 핵심 기술을 탈취해 온 중국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력한 외교적 항의와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어제(23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었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개발실장 등 핵심 개발인력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위반(국가핵심기술국외유출등)죄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어느덧 30년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지역 행정은 몰라보게 친절해졌고, 주민들의 권리 의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민낯은 여전히 차갑다. 시민은 정책의 '대상'이자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일 뿐,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권자'로서의 체감도는 낮기 때문이다. ◇ 지방자치 30년, 화려한 외형과 초라한 내실 지난 30년의 자치는 엄밀히 말해 형식적 ‘시민참여’ 남발의 시대였다. 각종 위원회와 공청회는 늘어났지만, 시민들은 정책의 핵심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 채 들러리를 서는 ‘구경꾼 시민’으로 남겨졌다. 선거라는 간헐적 이벤트 외에 시민이 일상적으로 주권을 행사할 통로는 좁았고, 그 결과 시민참여는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관협치의 상징적 모델이었던 광주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협치를 주도해 왔으나, 현재는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광주 ‘민·관협치협의회’ 형식화와 이행의 단절 광주광역시는 일찍이 199
2025-12-22 편집국 기자
최근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주행 단계는 100% 운전자가 수동 운전하는 레벨0부터 시작해 최고 단계인 레벨5까지 6단계가 있다. 현재는 레벨3의 로보택시가 미국이나 중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천 대가 운행되고 있으나 아직 완전한 단계가 아닌 운전 보조 기능이다. 필자는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이라고 하는 레벨4는 약 4~5년 정도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업 등에서 레벨4 단계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있으나 레벨4는 아직 오직 않았다고 단언한다.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를 운전자가 알아서 자동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해 운전을 맡기다가 사고가 발생하면서 각국에서는 ‘자율주행’ 용어 규제에 나섰다. 독일·영국·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법원의 규제가 있었다. 중국 역시 올해 여름 이에 대한 규제를 시작되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도 자율주행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더 낮은 단계의 오토 파일럿(Auto Pilot)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레벨1 단계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또는 ACC ; Adaptive Cruise Control)이나 ADAS라는 장치가 활용되고 있다
2025-12-20 편집국 기자
지난 10월 21일, 일본 국회는 자민당 총재 高市早苗(다카이치 사나에)를 제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지명했다. 일본이 내각제를 시행한 지 약 1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 보도는 이 사건을 단순히 ‘젠더 장벽을 깬 역사적 순간’으로만 보지 않았다. 다수의 국제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 뒤에 존재하는 일본 정치의 이념적 변화, 우경화 흐름, 보수적 국가전략 재편이 라는 구조적 의미를 함께 지적하고 있다. 해외 언론 중 상당수는 이번 총리 선출을 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이는 일본이 우경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치 지형의 변화에 주목했다. 일본 정치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이념적 중심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명확히 지적한 것이다. 또한 그녀가 여성 장벽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정책을 우선순위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실제로 BBC는 “그녀가 성별 장벽을 깨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는 성평등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내각에 여성 단 두 명만을 임명했다”고
2025-12-20 편집국 기자
연말이면 기업들은 숫자에 몰입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비용 집행률, KPI 달성률이 종합되며 한 해의 성과가 평가된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어떤 흐름 속에서 성과가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단기적인 결과는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 현장에서 20년 넘게 조직을 들여다보며 확인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단기 성과는 숫자로 보여주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조직의 리듬이 만들어 준다. 조직의 리듬이란 일의 흐름, 의사결정 방향, 협업화 방식, 구성원의 에너지까지 한데 맞물려 돌아가는 일 종의 ‘조직의 호흡’이다. 이 호흡이 안정적일수록 기업은 지속 성장가능한 경영을 추진 할 수 있다. ◇빠른 조직과 좋은 조직은 다르다 많은 기업이 ‘속도’를 성과의 근거로 삼는다. “이번 제품은 계획보다 빨리 출시했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처리했다”는 문장이 곧 경쟁력의 증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빠른 조직 이 반드시 좋은 조직은 아니다. 속도를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업무는 빠르게 처리되나 리듬이 일정하지 않아 구성원 간 에너지 격차가 커지고, 속도를 유지
2025-12-20 김소영 기자
◇ChatGPT로 쓰는 글을 글이라 할 수 있나? 최근 뉴욕타임스의 수석 소비자기술 기자(lead consumer technology writer)인 브라이언 X. 첸이 〈Tech Fix〉 칼럼에 기고한 「To avoid ‘brain rot’, try using your brain」이란 제목의 글에 따르면, 올해 AI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에서 나왔다. 이 글에 따르면 MIT 연구진은 OpenAI의 ChatGPT와 같은 도구가 사람들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 하고자 했다. 5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표본 규모가 작았지만, 결과는 AI가 인간의 학습 능력을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연구는 일부 학생들에게 500~1000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쓰도록 했고, 그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ChatGPT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쓸 수 있었고, 두 번째 그룹은 전통적인 Google 검색으로만 정보를 찾을 수 있었으며, 세 번째 그룹은 그들의 두뇌에 의존하여 과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는 센서를 착용했다.
2025-12-18 윤영무 본부장 기자
창업은 ‘크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시작 하는 것’이다. 많은 예비창업자는 창업을 ‘처음부터 크게 시작해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초기부터 화려한 브랜드, 완벽을 추구한 제품, 과도하게 많은 기능, 여러 채널 등을 한꺼번에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대부분 이와 반대의 길에서 출발했다. 작은 단위로 시작해 시장의 흐름을 읽고, 검증된 방향만을 확장하는 기업이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 성공하는 창업은 작게 시작하고, 크게 흐름을 설계한다. 즉, 작은 실행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그 실행이 어떤 흐름으로 확장될지 ‘구조’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창업에서 실패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크게 시작해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출발선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뛰는 것’이 아니라 중간 이후에도 계속 달릴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 시장은 크기보다 적합성에 반응한다 초기 창업자가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시장 전체를 겨냥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규모보다 적합성을 본다. 고객이 지금 당장 원하는가? 문제를
2025-12-18 편집국 기자
◇기후위기만의 문제인가 ‘기후위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는 말을 최근 몇 달 동안 자주 듣는다. 폭염과 냉해, 우박과 이상저온 등 기상이변은 분명 농산물 품질과 수확량을 흔들었고, 어떤 해에는 생산 기반 자체를 위협했다. 그러나 기후위기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왜 어떤 해에는 농민이 울고, 또 어떤 해에는 소비자가 울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 고통이 번갈아 반복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올 내내 가격이 출렁였던 사과 재배 농가를 찾았다. 충남 예산의 사과 농부들, 저장해 놓았던 사과를 안동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농민들, 그리고 문경의 사과 농가를 차례로 방문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는 심란하기만 했다. 농민들은 단순한 ‘작황 부진’이나 ‘기후 충격’의 설명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이 공통으로 되묻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기후가 힘든 건 맞다. 그런데 왜 매번 결과는 이렇게까지 달라지는가.” 같은 해에 수확된 사과가 어떤 시기에는 헐값이 되고, 어떤 때는 ‘금사과’가 되는 이유가 기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었다. ◇ 사과는 시간을 이동한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분명해진 사실은, 결정적으로 사과 가격이 더 이상 ‘수확
2025-12-17 편집국 기자
협상은 준비의 경쟁(Contest of preparation)이며, 체계적인 준비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 한 필요조건이다. 협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아가면서 대응하는 임기응변의 자세는 전혀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특히 직관에 의존하는 협상가일수록 사전에 계 획된 전략이 부족하다. 훌륭한 협상가는 사전에 계획된 대로 움직이며 동시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전략 을 변경할 줄도 안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협상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분석하는 것이 협상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이다. 어떤 협상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협상 체크 리스트 내용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자신에 관한 사항 (1) 협상 목표는 무엇인가? 가. 단기목표와 장기목표 나.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와 얻으면 좋을 것으로 여겨지는 목표 다. 세분된 각 목표의 우선순위 정하기 (2) 어떤 의제들을 논의할 것인가? (3) 각각의 의제가 나에게 어느 정도나 중요한가? ※ 의제를 평가하기 위한 점수체계를 개발이 필요함 가. 모든 중요한 의제들을 나열하라 나. 모든 의제들을 서열화하라 다. 모든 의제들에 점수(가중치)를 부여하라 라. 각 의제별로 가능한 대안들을
2025-12-16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