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부 상조회사들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객들이 낸 선수금을 불법으로 빼내는 사례가 잇따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21일 상조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소비자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상조회사는 고객들에게 받은 거액의 선수금 중 절반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수금의 절반을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상조업계가 재편되며 인수·합병을 통해 은행 예치금과 공제조합 담보금의 차액을 노리거나 선수금 중 보전 의무가 없는 절반의 금액에 대한 운용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영업 외 용도로 유용하려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A 상조회사 대표이사는 총 4개의 상조회사를 합병한 후, 일부 소비자들의 해약신청서류를 조작해 은행에 제출한 다음 무단으로 예치금 4억여 원을 인출했다.
이후 해당 대표이사는 회사를 다른 대표이사에게 매각했고, 얼마 못 가 A 상조회사는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져 폐업했다.
그 결과 약 3,000여 명의 고객들이 납입한 금액의 절반밖에 보상받지 못하고, 특히 예치금을 무단 인출한 약 300여 명의 소비자는 납입한 금액을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하게 됐다.
특히 최근 펀드환매 중단사태로 논란이 된 라임자산운용 주식회사가 상조회사의 선수금을 노린 정황도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은 B 상조회사는 C 상조회사의 지분을 전액 인수한 후, C 상조회사의 자산 200억 원을 사모펀드와 관련이 있는 D 회사에 별도의 채권 보전조치 없이 대여해줬다. 이 대여금은 D 회사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양호했던 C 상조회사의 유동성이 악화돼 중장기적으로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인수·합병 및 인수·합병 예정인 상조회사를 상대로 선수금 보전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선수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사실을 발견하는 즉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선수금 무단 인출은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고발 대상이 된다. 또 상법상 배임·횡령 등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에도 즉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또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이미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 시급성을 기준으로 순차적인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상조회사의 인수·합병 후, 예치금과 담보금의 차액을 인출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보전기관을 변경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통지하도록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회사는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보전기관 변경을 통해 예치금과 담보금의 차액을 인출하거나 보전된 선수금 이외의 금액을 영업 외 용도로 운용하는 시도를 자제해야 한다"라며 "소비자는 가입한 상조회사가 인수·합병된 경우, 그 과정에서 선수금이 누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본인이 납입한 선수금이 보전돼 있는 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