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첨단 인공지능(AI) 칩 수출 규제를 전면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의 AI 칩 접근성을 차등화한 ‘계층제’ 규정을 폐기하고, 국가 간 협정을 통한 새로운 수출 통제 체계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행정부가 AI 칩 수출 규정 변경을 추진 중"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해당 규정은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말이던 지난 1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것으로, 세계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나눠 AI 칩 수출을 통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상위 등급인 1단계 국가는 17개 주요 동맹국과 대만으로, 이들 국가는 수출 제한 없이 칩을 공급받을 수 있다. 반면 2단계 국가는 공급량에 제한을 받고,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3단계 국가는 원칙적으로 AI 칩 수입이 불가능하다. 해당 규정은 오는 5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은 이 같은 획일적 계층제를 폐기하고, 각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한 양자 협정 기반의 글로벌 라이선스 체계로의 전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칩 수출을 무역 협상의 유력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단계적 규제가 아닌, 협정을 통한 통제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대안이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상무부 하워드 루트닉 장관 역시 지난 3월 회의에서 "수출 통제 정책을 무역 전략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에 대해서는 현재 국가별 물량 제한 없이 정부 통보만으로 수출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준도 500개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는 이 같은 제한이 업계 내에서는 오히려 우회 수요를 자극해 중국산 저가 대체품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규제안을 보다 강력하면서도 간소화된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나, 오히려 국제 사회의 혼란과 복잡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