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최대 150만달러(약 21억 원)의 입항 수수료 부과를 검토 중인 가운데, 올해 1분기 중국의 벌크선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은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화물선으로, 중국 조선업의 핵심 선종 중 하나다. 작년까지 전체 수주에서 약 60%를 차지했던 중국이 이번 분기에는 13건의 수주에 그쳐, 199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43건에 비해 무려 9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면, 일본은 올해 1분기 벌크선 23건을 수주하며 중국을 앞질렀다. 일본이 벌크선 수주량에서 중국을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조선·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이번 수주 급감이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정책의 초기 효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USTR은 지난 1월, 중국 정부의 해운·물류·조선 분야에 대한 과도한 재정지원과 외국 기업 진입 장벽이 무역법 301조에 저촉된다며 관련 제재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 선사 선박에는 100만달러,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는 15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중국 조선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규제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계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미국 LNG 기업 벤처 글로벌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와 협상 중이다.
이 회사는 18만㎥급 LNG 운반선 4척에 옵션 8척을 추가해 최대 12척 규모의 발주를 준비 중이며, 계약은 올해 2분기 내 체결될 전망이다. 업계는 벤처 글로벌이 미국의 대(對)중국 조치에 발맞춰 이번 입찰에서 중국 조선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