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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만과 당뇨 잡는 그 많던 산토끼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달이었다. 아파트 창밖으로 폭설이 내린 풍경을 보다가 문득 어렸을 때 동네 형님들을 따라 토끼몰이를 한 기억이 선연했다. 그때도 산에 눈이 쌓였다. 산기슭이나 중턱에 친 그물을 향해 함성을 지르면서 몰이를 하면 녀석들은 놀라 달아나다 그물에 걸려 붙잡혀 있다. 녀석들의 몸을 만져 보면 살이 토실토실했는데 그 감촉은 지금도 손끝에 남아있다.

 

보통 여름엔 갈색을 띠지만 겨울이 되면 보호색인 흰색으로 털갈이를 하는 귀여운 산토끼를 어떻게 잡아먹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엔 닭을 빼고 산토끼는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랬던 산토끼가 요즘은 아예 보기도 어렵고, 똥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체 수가 줄었다고 고향의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들었다.

 

2023년 1월 국립 생물 자원관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 제곱 km당 2001년 12.3마리였던 산토끼는 2021년 0.8마리로 15분의 1로 줄었다. 그렇다면 마을 뒷산과 야산에서 흔하든 그 많던 산토끼는 그럼 어디로 간 것일까?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 정보팀에 따르면 녀석들은 주 서식지인 풀밭의 감소, 도로 증가로 인한 생태 통로 단절. 여기에 최근 유기견과 유기 고양이의 급증으로 포식자가 늘어나면서 개체 수 유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과거엔 개체 수가 많아 야생동물 보호 관리법상 사냥이 가능한 수렵 동물로 분류되었다. 그렇지만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2004년부터 수렵 동물에서 제외됐다. 그러면서 2005년부터는 개체 수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도 않고 있다.

 

정부는 매년 국내 810개 지점에서 야생동물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수렵 동물, 환경지표 동물, 멸종 위기종에 한해 결과를 정리해 공개하기 때문에 이 기간 산토끼 개체 수 변화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국토교통부 로드 킬 조사에 따르면 2008년까지 산토끼는 고라니, 너구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희생되는 동물이었는데 2021년 조사에서는 7위안에 들지 못할 정도로 개체 수가 줄었다. 그래서 산토끼는 2018년부터 멸종위기 관찰종으로 지정되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산토끼는 멸종위기종으로 심사대상에 오를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산토끼의 번식력이 아주 왕성해-새끼를 최대 10마리까지 낳는다-서식 환경만 잘 조성해 주면 개체 수는 급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놀고 있는 우리나라 전국의 마을 뒷산이나 야산을 산토끼 생태 여행농장으로 만들어 개체 수를 조절해 나가면 어떨까? 마침 2027년부터 개고기 판매를 중지하는 법이 만들어져 요즘 개고기 대체 식품으로 염소고기가 인기를 끌면서 흑염소는 마리당 150만 원을 호가하고 있으니 염소고기를 대체할 식품으로 산토끼 고기만 한 게 없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토끼 고기가 중성지방 축적을 절반 이상 줄이고, 지방세포의 포도당 흡수를 3배까지 높여 비만과 당뇨병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Foods’에 게재했다.

 

토끼 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소화 흡수도 빠른 고단백 저지방 음식이어서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친숙한 음식 재료 중 하나인 토끼 고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즐긴다.

 

만약 마을 뒷산과 야산을 산토끼 생태 농장으로 만들면 이를 관리하고 생태여행 안내원과 토끼요리를 하는 조리사 등의 고용이 촉진되어 농어산촌 마을로 인구유입과 함께 주민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생태계의 복원도 가능해진다.

 

비교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아메리칸 들소(American bison)를 들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 6천만 마리가 살았다는 들소는 20세기 중반 500여 마리만 남아 멸종위기에 놓였다가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현재 35만 마리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200만 에이커(80만9385㎡)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땅 부자이자 CNN의 창업자였던 테드 터너는 미 서부지역 7개 주에서만 14개의 광활한 목장에다 4만 마리의 들소를 방목으로 키워 자신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테드 몬태나 그릴’ 등의 스테이크 고기로 공급한다.

 

1976년까지만 해도 1마리의 들소로 시작했으나 30년 만에 4만 마리로 늘어났다면서 이를 달성하는 동안 그는 생태 지속성과 경제적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생태경제의 실험에 성공했고 들소 방목지의 생태계를 살렸다고 회사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산림의 약 67%가 사유림이고 산주의 66.8%가 1ha 이하의 소 면적 산주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테드 터너와 같은 광대한 산토끼 농장을 조성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소규모 산주들이 협조하면 적절한 산토끼 농장 조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산토끼(멧토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집토끼와는 사뭇 다르다. 학명은 물론 염색체 수도 달라서 마치 염소와 양을 구별되는 것과 같다. 집토끼는 1900년대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이고 산토끼는 1892년 영국 포유류 학자 토마스(Oldfield Thomas)가 한국 산토끼(Korean hare)라고 명명한 우리나라의 고유종이다.

 

한때 우리나라 산토끼가 일본의 멧토끼, 중국의 멧토끼의 하종(下種)이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2000년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한국 고유종임을 확인하고 입증했다. 다 자란 산토끼는 2~2.5kg, 몸길이 40~50cm, 꼬리 길이 2~5cm, 귀 7~8cm다. 항상 귀 끝에 검은 털이 나 있고 짝짓기 때를 제외하면 단독생활을 하며 주로 초저녁이나 밤에 활동한다.

 

뒷발이 길어 오르막에서 시속 70km~80km의 무서운 속도를 내지만 앞발이 짧아서 내리막에서 취약하다. 이들의 행동권은 4~20헥타르.(1헥타르는 100mx100m),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활동할 수 있는데 3일쯤 지나면 새끼들은 스스로 숨을 곳을 찾아 숲속에 들어가 있다가 하루에 한 번씩 해가 진 다음 어미가 오면 그때 모여 어미의 젖을 먹는다.

 

산토끼는 뛰고 달리는 재주가 뛰어나지만, 다람쥐처럼 겨울에 먹을 비상식량을 저장할 본능은 없다, 낙엽이 지고 추워지면 산토끼에겐 시련의 계절이 시작된다. 저장해 놓은 게 없으니까 추운 겨울 밖으로 나와 나무껍질이나 뿌리를 갉아 먹고 살기 때문에 겨울철에 간혹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 그래서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식용 또는 겨울철 방한용 모피 재료를 얻기 위해 사냥을 많이 했다.

 

산토끼는 겁도 많고 다른 집토끼(굴토끼)처럼 땅굴을 팔 줄도 모른다. 바위틈이나 나무 구멍, 또는 풀숲에 숨어서 산다. 한 번 사는 곳을 정하면 멀리 가는 걸 안 좋아해 한곳에 머물며 늘 다니던 길만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냥하기 쉬웠다.

 

그런 우리나라 토종 산토끼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 자연 서식지를 확보해 번식을 허용해 주고 그들이 내주는 단백질원을 공급받는 동물복지를 실현하면서 산토끼로 하여 지속 가능한 자연 생태계를 복원, 유지하도록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토끼 한 쌍을 어디서 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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