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3 (일)

  • 맑음동두천 12.0℃
  • 맑음강릉 16.3℃
  • 맑음서울 15.7℃
  • 박무대전 13.8℃
  • 맑음대구 13.6℃
  • 맑음울산 15.6℃
  • 맑음광주 16.6℃
  • 맑음부산 18.6℃
  • 맑음고창 12.9℃
  • 구름조금제주 19.4℃
  • 맑음강화 13.1℃
  • 맑음보은 9.6℃
  • 맑음금산 11.2℃
  • 맑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12.7℃
  • 맑음거제 15.9℃
기상청 제공

기후경제


화석연료에 의한 경제성장은 악마와의 계약

윤영무의 『생태경제학과 백만장자』

 

금융 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였다.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강하다는 미국에서 시작된 월 스트리트 점령 시위를 기억하는가? 기억이 가물거린다면 최근 뉴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못 산다는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시위를 보았는가? 실업률이 장난이 아닌 가운데 방글라데시 정부가 1971년 독립전쟁의 유공자 자녀에게 공직의 약 30%를 할당하겠다고 하자 대학생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경제는 누군가가 집단으로 공개적으로 나서서 절규하지 않는 한 가장 단순한 진리를 부인하는 배타적인 종교 집단과 같다.

 

 

미국이나 방글라데시가 가격 관리가 안 돼서, 이자율을 붙잡지 못해서, 성장률이 오르지 않아서, 수출이 형편없어서 시위가 일어났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의 생활이 몇십 년 전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고, 하물며 몇백 년이 더 지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고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절망해서 그럴 것이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방문할 기회가 별로 없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방글라데시일 것이다. 고인이 된 해외 여행가인 내 친구가 오래전에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한 호텔에서 삼륜 자전거(릭샤)를 타고 목적지에 가려다가 중간에 되돌아오게 된 사연을 들려줬었다.

 

방글라데시의 릭샤 운전수가 진창길을 달리는 이유

 

그 친구는 릭샤 뒷자리에 앉아서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가 문득 삐쩍 마른 몸으로 자전거 페달을 힘겹게 돌리는 운전사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활처럼 휜 등과 홀쭉한 배와 허리, 그 몸에 걸친 누추한 옷을 보면서 그는 도저히 목적지까지 마음 편안히 릭샤를 타고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중요한 약속을 잊었다면서 중간에 릭샤를 돌려 호텔로 돌아와서 얼굴이 땀으로 범벅인 운전자에게 물었다.

 

“릭샤 운전을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통역을 듣고) 제 아들이 두 명인데 공부를 시켜 저처럼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려고요, 그래서 일을....하는 겁니다.

 

친구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방글라데시에서 자식을 둔 아버지나 자기나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세상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 요금은 얼마지요?” “가다가 돌아왔으니까 적당히 알아서 주세요. 아까도 말씀드린 액수는 6백 원입니다.

 

그는 환전했던 방글라데시 돈을 지갑에서 얼마인지 따지지 않고 한 움큼 주었다. 눈이 동그라진 릭샤 운전자가 사양했지만, ‘아들을 위해 쓰시라’는 말에 감사하다며 연신 머리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릭샤 운전사의 한 달 수입은 우리나라 돈으로 1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괴리감에서 오는 분노

 

장소를 바꿔 미국으로 날아가 보자. 월스트리트에 대한 시위대로 참가한 사람들의 구호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였다. 이들은 미국을 경제위기에 빠뜨리고서도 수백만 달러의 퇴직금을 챙겨 떠나는 월가 최고경영자들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시위와 성격은 다르지만 아마 이들 또한, 거의 모든 것을 가진 소수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다수 사이의 틈이 점점 더 틈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적인 괴리감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만 그런 건 아니다. 엄혹한 통제를 당해서 그렇지 지금 중국 또한 민중 시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아차 하면 어떤 계기로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모른다. 미국과의 경쟁으로 우주산업, 전기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으리 으리한 첨단 기술 산업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은 그 분야를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하려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소비생활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기대 난망이다.

 

경제성장은 국민 생활이 나아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성장을 했는데도 국민 생활이 좋아지지 않는다면.....그것은 모든 역량을 중공업과 과학기술에 쏟아부었다가 생필품을 사기 위해 국민을 길게 줄을 세웠던 소련처럼, 중국도 기술의 질적 향상에 치중하다 기존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붕괴하는 길로 들어서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내가 혹은 내 나라가 다른 사람보다, 혹은 다른 나라보다 지금 더 잘살게 되었고, 어떤 이는 억만 장자가 되었으며, 어떤 이는 가난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왜 그럴까? 사람의 능력이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데 말이다.

 

 

◇잘 살고 못 사는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 다른 나라보다 더 좋은 효율성, 더 높은 성장률, 더 빠른 진보로 진화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를테면 전 세계 119개국에 3만40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미국의 맥도널드 햄버거가 반세기 넘게 세계의 패스트푸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부적으로 7백여 공정을 표준화함으로써 주방장이 없는, 가장 빠르고, 가장 싸게, 가장 맛있게 햄버거를 제공하는 시스템, 그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힘으로 오늘날 미국을 세계적인 소비 대국으로 만든 것인지 모른다.

 

두 번째로 애덤 스미스가 팡파르를 울린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지금의 경제성장을 가져온 것인지 모른다. 가격이 정해지면 시장은 모든 것의 대체품을 찾아내므로 그 어떤 한계도 없이 생산이 이루어지고 그런 경제는 당연히 성장하게 되어 있어 나라와 개인이 부유해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부자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부자가 나오므로 보이지 않는 손은 매우 불공평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이 갈수록 돈을 벌고, 돈을 빌린 사람은 갈수록 가난하고 비천한 삶을 살게 되는 이치라면, 그로 인한 경제성장은 자본주의의 모순이고 분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가장 과소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셋째, 인류가 자신의 힘을 몇 배로 증폭시켜 줄 지렛대의 손잡이를 잡은 탓이 아니었을까?

 

눈만 뜨면 뉴스에서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성장률, 고용률, 이자율, 고용률 등등의 경제지표가 난무하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진보하고 있는 판에 어느 것이 옳은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경제성장을 만든 것은 세상의 착취를 묵묵히 받아 준 화석연료

 

하지만 산업화 이후 100년~150년 만에 드러나는, 다양성이 사라지고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의 기후 위기 등을 볼 때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경제성장-경제 문명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효율성이나 보이지 않는 손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석탄, 석유, 가스로 움직이는 기계와 엔진(모터)이 인간의 손을 도와준 덕택임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태양이 화석 시대에 땅 속에 남겨놓은 질서정연한 물질석탄, 석유, 가스로부터 우리는 성장을 일구어냈다는 말이다. 화석 연료가 없었다면 우리 인류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특히 석유는 신비로운 물질의 모든 성질을 소유한 재료다. 운송하기 쉽고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1배럴의 석유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은 1년을 뼈 빠지게 일한 일꾼 다섯 명의 에너지와 맞먹는다. 1톤 무게의 금속 상자(자동차)를 시속 100km로 나를 수 있다면 그건 기적 에 가깝다.

 

1886년 1월 29일, 독일인 칼 프리드리히 벤츠(1844-1929)가 제국 특허국에 3륜 차를 등록했다. '가스로 가는 자동차'인 이 3륜 차가 역사상 첫 내연기관 자동차로 공인된 이래 수를 셀 수 없이 많고 많은 자동차가 오늘날 사람과 물건을 속도감 있게 실어 날랐다. 자동차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늘날 제트기는 48시간 안에 약 4만 km의 지구 한 바퀴를 여유 있게 돈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최초로 공중에 띄운 이래 인류는 지금 우주 공간까지 초음속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 화석 연료가 주는 힘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리 문명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생활방식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에는 석탄이, 나중에는 석유가 인간의 처지를 바꿔놓으면서 낙원과도 같은 풍요로운 생활은 참된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교란(繧胂)하고 있다.

 

사실 오랜 절대적 빈곤을 깨뜨릴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을 통한 부의 혁명적 재분배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비인간적인 세상의 착취를 묵묵히 받아 안아준 흙 속에 들어있던 이러한 원료의 덕이었는데도 그렇게 보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결국 현대 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무엇보다도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태양 빛이 준 생산물이었고 이 생산물로 인해 경제성장이 일어날 수 있었다.

 

 

◇ 인간이 달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할 수 없는 진짜 이유

 

이해하기 어려운가? 그렇다면 지금 지구의 대멸종이 시작되어 인류가 달로 이주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달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물, 흙, 산소, 이산화탄소, 각종 식물 뿌리에 사는 미생물과 영양소, 달에 맞는 씨앗 등등 수 많은 생산 요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달에 건설부터 하거나 지구에서 가져가야 한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필자는 그거야 말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영화의 시나리오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힘든 일이라고 단언한다.

 

대멸종의 길에 들어선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가서 살겠다고? 태양계에서 유일한 생명이 사는 지구를 망가뜨리고 화성에 가서 자기만 살겠다고? 과학 기술 발달은 차지하고 그건 미친 짓이다. 최근 NASA가 소행성 충돌실험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중국이 달의 뒷면에 착륙하는 모습을 위대하다고 선전할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일부 경제정책 입안자들이나 경제 전문가들 특히 경제학자들은 뻔뻔스럽게도 화석에너지의 대량 투입이 인간 착취를 대체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모른 체하고 있다. 아니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성장은 더 풍요롭고 공명정대한 국가나 개인이 나타나서가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노예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이 자리를 빌려 말해 주고 싶다. 그때부터 지구의 자연은 착취당했으며 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있다.

 

인간의 새로운 노예가 된 화석 연료의 연금술에 따라 지구의 포유동물의 60%를 차지하는 가축은 수십억 사람들의 대중상품으로 거래되고, ‘닭장 같은’ 곳에서 자신의 똥 냄새를 맡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프롤레타 리아트가 되었다고 철학자인 페터 슬러터다이크가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서구나 우리나라는 1kg의 음식물을 만들기 위해 평균 10kg의 석유를 소비한다. 비료, 살충제, 트랙터 연료, 수확물 수송, 포장, 저장, 가공 등등 이러한 일련의 단계별 집약적 활동은 석유화학 없이는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저마다 오늘날 석유를 맛있게 먹어 치우고 있는 살아있는 엔진이요 로봇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인터넷은 이미 세계 전체의 항공교통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원인이다. 대형 검색엔진에 질문을 하나 던질 때마다 시간당 60와트 백열전구를 쓰는 만큼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더 자세히 찾으면 찾을수록 가상현실이 실제와 더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는 것이 다. 그러니 에너지가 없다면 정보화 사회도 인공지능도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데 지불(譡菜)한 엄청난 자연 재산과 서비스의 합을 생태 경제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표적으로 납 같은 금속을 황금으로 바꿔 준다는 전설적인 연금술 관련 물질)이 아니라, 우리는 어쩌면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있는지 모른다. 진정한 자연생태와의 상생을 위해서 이제 백만장자의 회계장부 기재 방법이 바뀌어 왜곡된 경제의 진실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아기 울음보다 개 짖는 소리가 일상...NYT “가장 외로운 나라 한국"
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에서 반려견이 가족을 대체하는 현상에 대해 외신이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국가 중 하나가 반려견에게서 동반자를 찾다' 제하 기사에서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인구 대부분이 혼자 사는 한국에서 반려견은 사랑받는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NYT는 과거 식용견을 기르던 전통으로 국제 사회에서 논쟁의 중심에 섰던 한국이 최근 유별난 '반려견 사랑'을 자랑하는 국가로 바뀐 데 대해 주목했다. 이 매체는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NYT는 "점점 더 많은 한국인이 미혼 또는 무자녀, 혹은 둘 다를 선택하고 있다"면서 "전체 가구 5분의 2 이상이 1인 가구이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실내 활동이 늘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에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면서 이는 2010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비율이 17.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제 한국에서 동물병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