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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문화

【박덕환 칼럼】

 

기업의 데이터가 경쟁우위 무형의 자원으로써 역량을 발휘하려면 정확성과 신뢰도 높은 데이터의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또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의 수집, 저장, 가공, 분석 등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데이터의 소통이 선결 과제다.

 

오류와 중복 등 일관성 없는 데이터는 자원으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데이터란 기업의 모든 활동, 즉 생산 유통, 고객과의 인터페이스 등과 관련한 정보를 말한다.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 기술의 활용은 기업의 그러한 데이터 관리 역량을 높이는 단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단절적 변화란 진화 생물학에서 쓰이는 말로 진화과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별다른 변화 없이 균형상태를 유지하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존 생태계는 소멸하고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한다는 논리다.


20세기 초반, 철도와 전기에너지 그리고 대량생산 기술의 발전이 물질적 생산과 분배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면 21세기 초반인 현재의 변화는 정보통신기술로 인한 디지털 정보 즉 데이터를 중심으로 물질의 생산 및 분배의 비약적 발전은 물론 물질과 데이터의 결합에 따른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데이터의 생성과 복제 그리고 유통을 자유롭게 됐고, 생성된 정보는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는 비경합적 특성 때문에 탐색비용이 제거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이용할수록 다른 이용자들도 더 많은 이득을 얻는 네트워크 효과도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도하는 데이터 검색시장에서 챗GPT와 Bing챗 등을 이용해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결과 특정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다른 이용자들과 이득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로 이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수확 체증적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다. 

 

경제학자인 로머 교수 역시 ‘내생적 성장이론’을 통해 기업성장의 핵심으로 지식의 축적과 지적 자본의 증가를 지목했다.

 

지적자본과 인적자본이 결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함으로서 물적 자본 체감을 상쇄하고 체증적 성장을 돕는다는 것이다.

 

지적자본과 인적자본 결합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데이터 가치 극대화를 말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이용자의 편익과 기업의 경쟁우위가 높아지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인 플랫폼 경제가 등장한 배경이다.

 

기존 산업 패러다임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중심이었지만, 플랫폼 산업에서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기업이 중심이 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플랫폼 경제는 기업이나 개인이 서비스를 제공함으 로 인해 사 용자 들이 네트워크효과로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인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

 

이같은 단절적 변화는 대부분 기술혁신이 이끌었다. 몇 차례 집중적이고 순간적인 기술혁신으로 현재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생산을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가 전기 에너지에 기반을 둔 기계 사용과 디지털 정보 활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 패러다임이 변할 때마다 일하는 사람과 기계의 결합 방식을 바꾸었고, 사람과 사람간 관계, 조직과 사람의 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산업혁명기, 제품과 부품의 표준화와 생산의 단순화로 대표되는 대량생산은 전문직 노동자의 감소와 저임금 단순 노동자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러한 현상은 복수의 기능과 사업 분야들이 한 조직 내에 공존하며 한 경영자에 의해 운용되는 수직 계열화된 조직구조를 형성했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가진 수직적 관계로 각 하위 조직 단위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전체 조직의 관점에서 책임과 권한이 상위 경영진에 집중된 피라미드형 다계층 구조다.

 

그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데이터 기술의 비약적이고 단절적인 발전은 필연적으로 조직문화의 변화를 요구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관리자들은 데이터 관리 역량을 높이는 수많은 정보기술의 발전과 변화 내용을 탐색하고 이를 이용해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높아진 것이다.


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 공작기계나 컴퓨터 도입 결과 나타난 단순 육체노동 및 단순 사무노동의 감소, 대체를 넘어 인간의 판단과 조작을 필요로 하는 보다 광범위한 업무들을 자율적으로 작동하거나 원격 조작되는 기계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면 자율주행 자동차나 스마트공장, 인공지능 을 활용함으로서 상당수 정형화된 일자리의 가치는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기계가 아직 대체하지 못하거나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 혹은 인간의 잠재력을 자극하고 통솔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는 경제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자율적·주도적인 디지털 조직문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육체노동의 블루칼라 사람들과 사무노동을 하는 화이트칼라 사람들, 관리직과 전문 개발 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업의 경계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일에 종사하기에 문화나 일하는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 기업에 속해 안정적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정체성을 공유하며 기업조직의 관료적이고 위계적인 통제구조에 익숙하다. 

 

대규모 조직에서 이질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료적, 위계적 구조와 명령과 통제 체계는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전문화된 소수의 사람들이 조직에 대해 갖는 태도는 과거처럼 높은 소속감과 애착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이해관계의 일치와 경력 전망에 의해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자발적 몰입을 높이려면 과거처럼 타율적으로 명령과 통제 체계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며 협력과 조정을 이룰수 있도록 해 줘야한다.

 

업무 내용도 창의적 혁신과 전략적 판단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획일적인 규칙이나 위계적인 방식이 적용되기 어렵다.

 

이처럼 기업에 속해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고 구성원이 바뀐 결과 동기부여 면에서, 그리고 업무의 성격 면에서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업무 환경이 중요해졌다. 

 

MZ(2030)세대와의 소통이 어렵다면 과거 조직문화에 익숙해 디지털 환경이 요구하는 자율적 업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로 보여진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미국의 사회학자 오 그번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술에 부응하지 못해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는데, 이를 일컬어 ‘문화적 지체현상’”이라고 했다.


직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권을 실제로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대표적인 기업이 플랫폼 기업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에는 직원들의 자율적 팀 지원제도인 부트캠프(boot camp)와 해커톤(hackathon)이 있다.

 

부트캠프와 해커톤 등의 활동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참가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고 아이디어를 개발며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역량을 향상시키며 자율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함이다.


또다른 예는 미디어 콘텐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시작해 성공으로 이끈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가치를 선포한 ‘자율과 책임’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상사나 관리자나 부하나, 직원의 업무를 통제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자율성을 해치고 명령에 복종하는 관료화된 문화가 기업에 퍼지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업무 지시와 명령 그리고 통제가 아니라 업무의 배경과 맥락을 전달함으로서 직원들의 업무를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 업무를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에 대한 판단은 팀원들이 자율권을 갖고 협의해서 스스로 정하고 실행하는 조직문화를 주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환경에서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

 

직원들의 수동적 자세와 잣은 이직, 정보 기술의 운용능력 부족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 중 30%만이 성공한다는 통계는 안타깝지만 제반의 여건상 미완으로 끝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공격적으로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을 디지털화하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수기로 작성하던 공정정보를 전산화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조직문화는 비단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기업의 여러 부문에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여러 실험에서도 증명된 주지의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이 힘든 이유는 단순히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조직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큰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직 계열화된 과거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소통과 경청의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박덕환

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연구 분야 : 중소기업 정보화 및 디지털 전환, 스마트 Factory 컨설팅 등
전 IBK기업은행 남동공단 중견기업센터 센터장

전 IBK기업은행 전자금융부(전자금융공동망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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