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베르틸 왕자와의 결혼을 공식 인정받기 까지 30년 이상을 기다렸던 평민 출신 릴리언 왕자비가 10일(현지 시간) 9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 사랑과 헌신을 보여준 릴리언 왕자비를 향한 스웨덴 국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1915년 영국 웨일스 출신의 릴리언은 1943년 베르틸 왕자와 만났을 당시 이미 배우 이반 크레이그와 결혼한 모델 겸 배우였다. 병원 봉사 활동 중 런던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해군 무관이던 베르틸 왕자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남편 크레이그가 다른 여성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혼하게 된 릴리언은 베르틸 왕자와 사랑을 이어갔다. 하지만 왕자의 부친인 구스타브 6세 아돌프는 왕자와 평민 이혼녀 간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베르틸 왕자는 릴리언과의 결혼을 위해 왕위마저 내던지고 평민으로 혼인신고를 한 채 무려 33년을 살았다. 이후 1976년 베르틸 왕자의 조카인 현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의해 왕실의 공식적인 결혼 승인을 받았다.
프린스 차밍으로 불렸던 베르틸 왕자는 1997년 85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릴리언은 알츠하이머 등을 앓다가 향년 97세에 유산도 자녀도 남기지 않은 채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