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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일상의 경제학〕 현상금을 걸어라, 돼지보다 더 큰 쥐 나올라

(3-1)

“우리 농장에 쥐가 얼마나 많았으면 우리 공사를 하러 온 사람이 쥐를 잡겠느냐?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쥐가 있다는 걸 어떻게 쉬쉬만 하고 있었냐,”고 질책했다. 비난의 화살이 다른 사람으로 쏠려 갑자기 설렁해진 그가 사장에게 조용히 제안했다.

 

 

“사장님, 비닐 속에 평당 5~6마리의 쥐가 잡혔으니, 제가 공사한 돼지우리 천장을 100평으로 잡으면 적어도 500마리 이상의 쥐가 있다고 보면 될 것만 같습니다. 이런 놈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살았겠습니까?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사료를 먹지 않았을까요? 지금부터 쥐를 잡으면 사료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고... ”

 

사장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면서, 그의 말을 막고 전 직원이 나서 당장 쥐부터 잡으라고 지시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그는 자신이 공사한 돼지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 천장에 습기 방지용 비닐을 쳐서 농장에 사는 쥐들이 빠지도록 하는 그의 쥐 포획전략은 적중했다.

 

그의 비닐 천장에 빠진 쥐들은 비닐 바닥이 미끄러워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그물을 걸려 나오듯이 잡혔다. 그러나 잡히는 쥐의 수는 5백 마리, 아니, 그 이상이었다. 어제저녁에 쥐를 몇 백 마리를 잡았다는 보고를 받을 때마다 농장 사장은 좌불안석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쥐를 잡아야 소탕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쥐는 가뜩이나 부족한 양곡을 훔쳐 먹는, 박멸해야 할 대상이었다. 1960년대, 시군단위로 이루어지던 쥐잡기가 전 국민운동으로 확산했다. 그는 쥐잡기 운동이 한창일 때, 학교에 갈 때 쥐를 잡았다는 증거로 쥐꼬리를 모아 등교했었다. 그때 생각이 난 그는, 농장 쥐를 박멸하기 위해서 쥐잡기에 현상금을 걸면 어떻겠는지, 사장에게 의견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돼지는 먹을 때가 되어야 사료를 먹지만, 쥐란 놈은 시도 때도 없이 사료를 먹어 치웁니다. 그러다 보면, 복개(覆蓋)한 청계천에 고양이만 한 쥐가 살았듯이, 사료를 먹고 자란 쥐가 돼지만 한 게 나올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래서 말씀드립니다만, 사장님, 직원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쥐를 잡게 하는 건 어떨까요? 쥐를 많이 잡는 직원에게 상금을 주면 농장에 사는 쥐를 간단하게 잡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은 하루빨리 농장의 쥐를 박멸해야 한다, 고 생각한 터라, 그의 의견을 옳게 받아들여 즉시 쥐를 잡는 수에 따라 현상금을 주기로 하였다.

 

“좋아, 앞으로 직원이 쥐 한 마리를 잡으면 일당에 백 원을 더 지급하겠다. 10마리를 잡으면 천원이다.” 초봉이 30만 원이 안 되는 시절, 그런 현상금은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과연 현상금을 걸자 돈에 눈이 멀기 시작했다. 그가 데려온 일꾼들은 너나없이 쥐를 잡으려고 눈을 붉히고 다니고 막상 자기 할 일은 뒷전으로 미뤘다. 쥐를 잡아 현상금을 받게 되면 굳이 일을 안 해도 일당은 챙길 수 있었으니까. 어떤 일꾼은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을 쥐를 잡아 현상금으로 챙겼다.

 

쥐잡기 덕분에 따낸 돼지 농장 공사

 

농장에서 잡히는 쥐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씩 잡히다가 어느 날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거의 박멸 수준까지 근접한 듯 보이자 마음이 흐뭇해진 농장 사장은 그를 불러서 돼지 농장의 전체 우리 개수공사를 맡겨주었다.

 

“당신은 우리 농장에서 쥐의 씨를 말리고, 따뜻한 돼지우리를 지어 위생적이고 청결한 농장을 만들어 주었소. 덕분에 돼지가 성장하는 속도가 높아져 사료비를 절약했고, 그동안 쥐에게 빼앗기는 줄도 모르던 사료를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하였소. 우리 농장의 생산성을 높여준 당신이 우리 돼지 농장의 우리를 전부 다시 지어주시오. 돼지도 사람처럼 온돌에서 따뜻하게 지내고 샤워도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쥐가 농장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해 주시오.”

 

사장은 시범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잔금을 줬고, 농장 전체 우리를 개조하는 수억 원대의 공사를 그에게 맡긴 것이었다. 돼지우리 한 동을 짓는 공사를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공사를 딴 것은, 자신이 돼지의 입장이 되어 체험을 해 보고 돼지우리를 사람이 사는 방처럼 만들어 주면 되겠다고 한 발상이었다. 알고 보면 돼지만큼 깔끔한 동물이 없다고 한다. 돼지는 온돌방에서 샤워하면서 살면 안 되는가? 그것뿐이었다.

 

건강한 돼지를 도살장에 먼저 보내는 모순에 괴로워하다

 

돼지우리 공사가 마무리되던 어느 날, 그는 문득 자기가 지은 우리에서 건강하게 자란 돼지들이 다른 돼지보다 먼저 도살장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왠지 서글퍼졌다. 건강하게 빨리 자란 돼지일수록 빨리 죽어야 한다니 말이다. 농장 직원들은 도살장에 실어 보낼 돼지들이 수송 트럭에 잘 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나름 묘안을 짜고 있었다.

 

그건 돼지를 하루 동안 굶겼다가, 수송 트럭에 맛있는 먹이를 놓아둔 다음, 트럭과 돼지우리 사이에 긴 통로를 만드는 전략이다. 그러면 돼지우리에서 가장 건강하고 힘이 세고 재빠른 놈이 가장 먼저 통로를 지나 먹이를 먹기 위해 빠른 속도로 트럭 위로 올라간다. 이어서 힘이 센 순서대로 앞장선 돼지를 따라 트럭 위로 몰려간다. 직원들은 돼지가 어느 정도 트럭을 채웠다고 생각하면 후다닥 통로를 막아 버렸다.

 

직원들은 이 방법을 써서 가장 성장이 빠른 돼지를 추려 도축장에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힘에서 밀려 트럭에 타지 못한 돼지들은 우리에 남아 편안하게 먹이를 마음껏 먹고 즐길 수가 있다. 그래봤자 보름 뒷면, 무녀리 돼지 였던 녀석들 또한 힘이 센 돼지가 되어 앞서간 힘센 돼지처럼 트럭에 놓인 먹이를 향해 돌진하다가 도축장으로 가는 트럭에 탈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건강하고 빠르게 자라는 돼지우리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불쌍한 돼지들을 도축장으로 일찍 보내는 역할을 했구나 싶어 마음이 울적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먹이를 먼저 먹는 녀석과 나중에 먹는 차이일 뿐, 그저 똑같은 돼지일 뿐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먼저 깨우친 사람이 더 똑똑한 건 아니다

 

사람이라고 다를 바 없다. 머리가 먼저 깨었느냐, 나중에 깨었느냐의 차이이지 빨리 깨었다고 늦게 깨어난 사람보다 더 똑똑한 건 아니다. 최근 외국유학을 다녀온 돼지 농장 사장의 아들이 손에 회초리를 들고 돼지 엉덩이를 톡톡 쳐가며 여러 마리의 돼지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는 왜 사장 아들이 사무실에서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 경영과는 동떨어진 돼지 몰이를 하는 지 궁금해 돼지 농장 사장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아드님에게 왜 돼지 몰이를 시키시죠?” 그가 의아해 하자, 사장이 말했다.

 

“무슨 소리하는 거요. 돼지 농장을 경영하려면 가장 돼지 몰이하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 거요. 돼지 10마리를 제대로 몰 줄 알아야 사람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시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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