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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째서 물가잡기가 이토록 힘들어진 것일까

부동산,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윤석열 호의 출범에 즈음하여

 

다음 달이면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주 전에 물가안정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은 자체는 지난 30여 년 간 물가 걱정을 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돌아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최근 10년간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해당 경제부처나 정치지도자들이 물가문제에서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었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물가는 2%초반으로 ‘그 정도면 성장을 촉진하는 적정선 아니냐?’고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긴박하게 바뀌었다. 물가가 4.2%로 턱없이 오르고, 7.9%까지 오른 미국 등 세계 각국이 물가폭등에 비상이 걸렸다.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의 폭등이 원인이겠지만, 어디까지 이는 추론이고 무엇 때문에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지, 정확한 원인이 나오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재정중독(fiscal alcoholism)’에 빠진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10차례에 걸쳐 총 235조 7000억 원이 넘는 적자 국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현재 1,000조원을 돌파했고, 시중에는 유동성 자금이 넘쳐나고, 부동산 값이 뛰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있으니, 그 원인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지금으로써는 알기가 어렵다.

 

윤석열 당선인도 선거기간 내내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에게 50조원을 보상하기로 공약했다. 당선인이 의도한대로 기존예산을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할 수 있다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지만,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면 그 결과는 물가상승의 불에 기름을 붓는 물가폭탄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이미 짜여 있는 기존 예산을 건드리기 어렵다는 현 여당인 민주당의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 또 다시 적자 국채를 발행하게 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인 정부는 추경을 가급적 억제하고 현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당선인도 잠재성장률을 4%로 올리기 위한 공약한-물가 상승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여러 경제정책을 뒤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때 만들었던 ‘물가대책본부’ 같은 국가 기구를 만들어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올려 연 1.25%가 되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야겠지만, 금리를 올렸다고 물가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뒤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주고 장사를 하는 금융업자는 물가가 4%가 뛰었다면 대출 금리를 4%이상 받아야 한다. 그래야 물가 상승분을 빼고도 남는 게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약 1,862조원이었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보다 2,547억 원이 늘어난 총 703조원, 주택담보대출은 4,006억 원이 늘어 507조원이었다. 윤 당선인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이처럼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도 있지만, 생계형 대출자들이 금리가 올라서 받을 고통은 매우 직접적이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함으로 가계 경제에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물가안정이란 ‘고차원 방정식’을 풀 수 있을까? 거시경제에는 2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성장이고, 또 하나는 물가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와 같다. 성장은 보약처럼 효과가 나중에 천천히 나타나지만, 물가는 즉각적으로 서민과 저소득층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

 

권영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5일, 제7차 회의에서 “지금 민생 경제, 특히 서민경제가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물가, 주식, 무엇하나 정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방에 온통 빨간색이 켜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어, “국제통화기금이 올해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4.0%로 전망했는데, 이는 대만,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아사이 선진 8개국의 평균 2.4%보다 1.5%이상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개인투자자가 국내에서 24조 원을 순매수했는데 종목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다. 부동산 집값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서울 중위소득 가구의 주택구입물량지수가 2017년 16.5%에서 지난해 2.7%로 급락했다. 이는 아파트가 100채 있으면 중산층이 대출해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5년 전에는 17채였는데 지금은 3채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윤 당선자가 “민생에만 집중하겠다”고 하였듯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잠시 뒤로 미루고, 물가안정의 고차 방정식을 푸는데 윤 당선인 정부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환율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돈 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물가는 올라간다. 지금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0.25%로 돈을 거저 빌리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이윤을 남기기 못한 채 빌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5월에 금리를 0.5%로 인상하겠다고 하자, 뉴욕증시의 주가는 떨어지고, 우리나라에 있던 돈이 미국으로 떠나기 시작해 우리나라의 돈 가치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달러 환율이 1달러에 1,200원 이었는데 지금 1,220~1,230원으로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특히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국채금리는 미국보다 높다. 기업들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가장 높은 중요성과 비중을 두는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어 생산 설비 투자를 꺼리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어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생산물량이 적어지고 그러면 물가가 올라간다.

 

권영세 부위원장의 말처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반짝 반짝 경고등이 켜지지 않은 영역이 없다. 물가안정은 포기할 수는 정부의 명제(命題)다. 외부요인이라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방법이 없다고 하는 소리도 들리지만, 외환위기 때처럼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물가와의 전쟁, 아니 그 이상을 하더라도 물가만큼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를 테면, 국제적 공급망 차질로 원자재가 없어서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물가가 오르는 경우라면,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하면 물가를 상당히 안정세로 유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 쇼크처럼 우리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물가 안정이라면 뭐든지 해야 한다.

 

윤 당선자의 경제공약 가운데 물가를 지극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춰 윤석열 정부가 5년 뒤, 물가하나 만큼 잘 잡아서 살맛이 낫다는 소리를 국민들로부터 듣기 바라면서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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