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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달팽이도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농어산촌 경제 정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선진국이 농어산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캠페인성 지원과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각국의 우대 정책에 귀 기울이면 시골에서의 주거, 일자리, 소득, 교통, 이웃, 병원 등등 내게 적합한 멋진 시골 동네나 소도시를 찾는 아이디어를 얻어, 거의 공짜로 시골 생활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골을 동경하면서도 처음 겪는 시골살이에 대한 용기와 정보의 부족으로 시골행을 포기하는 도시민들과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골에서도 농업 이외의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지자체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까?

 

M이코노미뉴스는 자기 집을 이고 다니는 『달팽이도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건널 수 있다』를 통해 세계 각국이 펼치고 있는 농어산촌 정책과 지방경제 정보를 매달 1편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나도 자연인이다”를 외칠 수 있길 바란다. 

 

 

[제1편] 처녀 농군(農軍)을 위한 ‘여성 농업학교’ 일본 홋카이도 신토쿠조(北海道 新得町)

 

매년 봄 전국의 독신 여성을 10명 선발, 농업학교 기숙사에서 생활  

 

신토쿠조는 홋카이도 한가운데 오비히로시(帶廣市) 근교에 있는 도카치(十勝) 지방에 있다. 홋카이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다이세쓰(大雪) 산과 히다카(日高 ) 산맥으로 둘러싸인, 인구 6천3백여 명의 농업지역이다. 낙농업과 메밀 재배가 발달한 이곳은 지자체가 직영하는 기숙사가 제공되는 여성 전용 농업 연수 시설인 ‘여성 농업학교’가 있다.

 

1996년에 개설된 이 학교는 농업에 관심이 있는 독신 여성을 매년 전국에 서 10명 정도 선발한다. 학생들은 길게는 1년간 낙농이나 밭 농사를 배운다. 신토쿠조는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하,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일본지지(時事)통신사 저, 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 발행, 2018년, pp. 396~401 참조) 


여성 농업학교는 신토쿠 중심부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낙농가의 목장이 모여있는 가미사호로 지구에 있다. 1층 은 강의실과 실습실, 2층은 1인용 방이 10개, 회의실이 있다.

 

취재 당시인 2014년, 19기생은 9명. 이 중 8명이 18살부터 39살 사이였고, 모두 장기 연수에 참여하고 있었다. 봄이 올 때 마다 들어오는 신입 여성 연수생들은 마을에 활력과 희망을 선물한다. 이들은 낙농(酪農), 육우(肉牛), 밭농사 등 세 분야 중 한 코스를 선택하고 학교 안에 있는 개인 방에 숙박하면서 그들을 받아준 각각의 농가에서 농업기술을 익힌다. 농가는 일당으로 3,500엔을 지급하는데 연수생들은 월 8만엔 정도가 되는 수입을 숙비와 식비로 충당한다. 

 

독신 여성들의 농업에 대한 다양한 생각

 

사가현 오쓰시 출신인 고토 아즈사(23세) 씨는 대학에서 환경문제를 공부하고 있었다. 취업 활동의 하나로 오사카시에서 열린 농업박람회를 참관했다가 신토쿠조 부스에서 여성 농업학교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단기 연수로 신토쿠조를 두 번 찾았고 그때 낙농을 체험했다. 그런 뒤 본격적으로 낙농을 배우자고 결심했다.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안 좋을 때 여기에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친구가 있어요. 신토쿠에는 마음이 모두 따뜻한 사람들만 있지요. 저는 여기에 남을 생각이지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요즘에야 소의 건강 상태를 조금 가늠할 수 있다며 웃었다. 1년 장기 연수가 끝나면 단기 연수 때 신세를 졌던 목장에 취직할 생각이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출신인 마쓰무라 나쓰코(33살) 씨는 원래 영양사였다. 그녀는 “먹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밭농사 코스를 선택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 학교 졸업생이 신토쿠 직영목장에서 일하는 남자와 결혼해 자기 목장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연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싶어요”

 

그녀는 밀, 옥수수, 브로 콜리, 알뿌리 식물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가에서 실습하고 있다. 장차 자신이 재배한 채소로 직접 요리 하는 식당을 내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학교 졸업 뒤에도 이 곳에 남아 채소재배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온통 눈으로 덮인 겨울 농장에서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처럼 일 년 내내 일 하는 낙농과 다른 게 밭농사여서 밭 농가에서 정규직 자리를 얻을 수 없는 게 이곳의 현실이다. 겨울에 스키장 아르바이트를 하면 먹고 살 수야 있겠지만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 전남 구례군은 귀농·귀촌인들의 초기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주택수리비 지원과 귀농·귀촌인 이웃주민 초청행사, 귀농인 정착 농업시설 지원, 귀농 농업창업 등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지원사업 가운데 일본 홋카이도 신토쿠조처럼 여성농업학교를 운영한다면 젊은 여성들도 농업에 관심이 커질 것 같다.


부모가 하는 외식 체인에서 일했던 도쿄도 출신인 고이즈미 유키코(39살) 씨도 이곳에 남아야 할지 어떨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이거 참 맛있다”고 감탄하는, 그 채소 만의 특유한 장점이 있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게 꿈이다.

 

그녀는 “일 년 내내 고용해 줄 곳이 있다면 이곳에 남고 싶다”고 한다. 농한기인 11월 이후 낙농 코스를 체험하고 나서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새댁 후보일까? 농업 일꾼일까? 


신토쿠조 산업과에 따르면, 여성 농업학교를 개설한 1996년 부터 2013년까지 18년간 1년 장기 연수를 수료한 졸업생은 모두 153명. 이 중 90%가 홋카이도 외지 출신자로 신토쿠조 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들 졸업생 중 22명은 이곳에서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며, 22명은 관청 사람과 결혼 하거나 자녀를 낳아 농업을 그만두고 이곳에 살고 있다.

 

여기에 신토쿠조 주변과 홋카이도의 다른 기초 자치단체인 시조손(市町村)에서 농업에만 종사하는 사람이 21명으로 농업 외의 일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44명이다. 그러니까 졸업 생 절반이 홋카이도에 남아 있는 셈이다. 

 

하마다 마사토시 신토쿠조장(町長)은 “농업과 관련해 신토쿠에 정착한 사람은 22명이다. 만약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이 숫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일을 하거나 결혼하거나 해서 신토쿠에 남은 졸업생도 많다. 인구 감소 대책으로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면 신토쿠가 여성 농업학교를 개설한 노림수가 농업인구 증가에 있는 것만은 아닌 듯했다. 신토쿠에 시집올 새댁을 데려오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학교의 장기 연수생의 입학조건은 4월에 입학할 때 18세 이상의 독신 여성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토쿠에서는 학교 개설 당시부터 관계자들이 새댁 물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 도록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연수생이 장차 든든한 농업 일꾼으로 일을 익히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학교와 일터의 분리, 학교에 개인 숙소를 둔 게 성공 요인


여성 농업학교는 2015년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하마다 정장은 학생을 받아주는 농가, 즉 일터와 학교라는 생활 근거지를 분리한 것이 사업을 지속한 핵심요소라고 했다.

 

학교가 개설되기 이전에도 개별 농장에서는 실습생을 받았었다. 하지만 농가에 입주해 생활하다 보니, 사생활 확보가 어렵고 이로 인해 농가 주인과 갈등을 일으켰다. 반면 학교의 개인 숙소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개인 시간을 누리기도 하고 농가에서 작업이 끝난 후 돌아와 동료들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정보교환을 하거나 불만을 토로할 수가 있었다.


“보통 농가에 입주해 살았다면 연수하다가 불시에 그만두었을지도 모르지요. 주변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17기 생인 고토 스즈 씨(21살, 미야기현 오시키시 출신)가 회상했다.

 

그녀는 지금 여성 농업학교의 학생 실습 목장인 ‘오타 목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와 함께 졸업한 17기 생은 총 6명, 모두 신토쿠나 인접 지역에서 낙농이나 밭농사를 짓고 있다. 


연수생의 참여로 농가에 활력 생기고, 남녀 간 만남 이뤄져


연수생으로 인해 농가의 경영효율이 높아지고 있다. 농가는 연수생에게 연수 비용으로 일당 3500엔을 지급하는데 “일당을 주려면 농가의 생산성이나 소득을 올려야 되므로 경영 규모를 더 늘렸다”고 하마다 정장은 말하고 있다.

 

2015년 부터 일당을 4천 엔으로 인상할 예정인데 이 때문에 각 농가에서는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인지 골몰하고 있다.

 

낙농 코스에는 연수생을 받아주는 농가가 많다. 그래서 3개월마다 연수생이 실습할 농가를 바꾸게 한다. 그러면 연수생들이 각 농가를 자유롭게 비교할 수 있으니까, 자연 농가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하마다 정장은 연수생을 대상으로 한 ‘신부 찾기’에 무슨 대책이 있겠냐면서, 남녀 문제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자는 자세다. 그러나 실제로 이 학교 졸업생이 농업 관계자나 혹은 공무원, 지역 남성 샐러리맨 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지역에서 “신토쿠에서는 신부 걱정 없어 부럽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꿈 동무 목장’법인은 젖소와 육우 등 천6백 마리를 임직원 20명이 사육하고 있는데 현재 재학생이나 졸업생을 적극적으로 채용함으로써 연수생 출신 여성과 임직원 사이에 6쌍이 맺어졌다. 자녀가 3명이나 있는 종업원이 있고, 20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에 둘째 낳은 50대 임원도 있었다.


사장인 유아사 요시하루 씨는 “젊은 여성이 와서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유아사 사장은 “2015년 봄에도 2명이 정직원이 되기를 원했는데 최근에 젊은 여성에게서 신토쿠에는 오히려 젊은 남자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신토쿠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여성 농업학교가 발족된 1996년에 7천7백여 명이었던 인구는 2014년에 6천3백여 명으로 감소했다.

 

한 연구기관은 2040년이 되면 인구 절벽 수준인 지금의 절반인 3천7백여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젊은 가임 여성의 감소율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현재 이곳은 인구 소멸 지자체로 분류되어 있다.

 

“인구 소멸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를 지방 공공단체 혼자 해결할 수 있겠는가. 여성 농업학교처럼 사람을 키우는 시설에 대해 국가가 지원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마다 정장은 말했다.

 

신토쿠는 농촌을 떠날 사람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후계자 육성을 위한 ‘연수 농장’을 추진하고 있다. 낙농을 위주로 한 교육기관인데 일본 신토쿠 지점이 출자한다. 아울러 이곳이 산간 지역인 만큼 임업 인재 육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구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구 감소를 막을 결정인 대책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무얼 하든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라는 게 하마다 정장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토쿠의 여성 농업학교처럼 청년 여성 농업인을 위한 별도의 정책이나 학교는 없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정책에 남성과 여성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농업인력의 급속한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농촌의 인구 소멸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는 소수의 청년 여성 농업인들을 밀착형으로 지원하는 여성 농업학교 설립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정부, 단체, 지역사회에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추진할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이 절실해 보이며, 특히 농업을 하지 않아도 농촌에 진입하는 청년 여성을 지원하는 농업 정책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다음 편은 “대도시를 버리고, 작은 도시에서 분수에 맞게 살아가기” 미국 테네시주의 작은 마을, Gainsesboro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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