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파견 전에 최태원 SK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기사를 내리고 임 실장과 만났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3일 “하루 만에 배석했었던 임종석 실장과 둘이서 만난 것으로 마치 정정보도 하듯 바뀌었다면 엄청난 청와대발 정치적 외압”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뉴스에서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것과 실장을 만났다는 것은 그 비중이 다르다. 특히 재벌을 만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문 대통령이 비밀리에 최 회장과 만났다는 뉴스는 대단한 특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대변인은 “KBS의 한 노조 성명에 의하면 지난달 28일 KBS 9시 메인뉴스에 ‘최 회장이 UAE사건 무마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특종 보도했는데 이후 그 뉴스는 KBS홈페이지에서 삭제되고 다음날 대통령이 아니라 임 실장을 만난 것처럼 보도됐다”며 “정치적 외압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UAE관련 엄청난 의혹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에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권력이 언론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UAE 의혹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KBS뉴스 외압의 당사자를 밝혀 고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실장은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했다. 그런데 임 실장이 UAE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달 초 최 회장이 문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KBS가 단독보도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KBS는 이명박 정부가 UAE와 체결했던 각종 계약들을 현 정부가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UAE측이 강력반발, 두 달 전부터 우리기업에 대한 보복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특히 SK 한 계열사의 수 조원 규모 정유시설 건설계약이 백지화될 위기까지 처하자 최 회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고 알렸는데, 이 내용의 기사를 하루 만에 내리고 다음날 임 실장이 최 회장을 만났다고 다시 보도한 것이다.
청와대는 KBS의 두 번째(임 실장과 만남) 보도 이후 “임 실장이 최 회장을 청와대 외부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나 두 사람의 만남과 임 실장의 UAE 방문은 별개”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달 10일 임 실장의 UAE 특사방문 사실을 처음 공개할 때 “UAE와 레바논 파병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방문 목적을 다섯 차례 이상 번복하고 있어 그 이유에 의심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