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우스와 비글, 원숭이 등 실험동물 생산으로 유명한 오리엔트바이오가 발모제 임상에 들어갔다. 세계 제약 업계의 블록버스터 신약의 세 가지 후보군은 살 빼는 약, 성기능 강화제, 그리고 발모제라고 한다.
오리엔트바이오가 발모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발모제 는 2개밖에 없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먹는 약인 피나스테라이드다. 이들 약은 아직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리엔트바이오가 특허를 갖고 있는 발모물질인 OND-1은 기존의 약에서 발모 성분을 발견하여 새롭게 조합한 것이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크게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전임상을 하고 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을 실시한다. 동물실 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성이 있느냐고, 원하는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느냐다. 동물실험 대상은 대머리 원숭이였다.
2004년, 1년간 실험했다. 대머리 원숭이에게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바르기도 하고, 먹이기도 했다. 그 결과 기존 약보다 대여섯 배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원숭이 실험은 중국 광 동성에 있는 시험대행사에서 했다. 광동성 실험장에는 대머리 원숭이가 많이 없어 해외에서 들여와 실험하느라 애를 먹었다.
독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특허 받은 지 어언 10년이 지난 2011년 드디어 미국 FDA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을 신청했고 전 임상이 과학적으로 입증 받은 결과 임상1상이 허가 되었다. 그러나 자금사정 등의 이유로 진행시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임상1상은 미국보다는 국내에서 받는 것이 비용도 미국의 절반 정도로 적게 들고, 충실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병원 경쟁력이 있는 국내가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글로벌 제 약사들도 우수한 의료진이 많은 한국을 임상1상지로 선택하고 있다. 발모 신약의 임상1상 담당 병원 은 분당서울대병원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6월부터 4~6개월 동안 안전성과 내약성, 약 동학 등을 살펴보게 된다.
2상과 3상은 미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2상에서는 약 효과를 주로 보며, 3상은 전 인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임상실험이므로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실시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2개 신약을 제조 했으나 블록버스터 약은 없었다는 평가다. 신약의 성공은 독성이 없어야 하고, 약효 면에서는 기존 약물과 비교해 월등히 좋아야 하고, 경제성은 비용 투입을 따져보고 환자가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 구매 가능해야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약효만 좋다 고 블록버스터가 되는 게 아니다. 국내 1상 데이터는 미국 FDA도 인정한다. 2상부터는 약과는 별도로 샴푸, 린스 제품화에도 노력할 것 이라고 김상년 오리엔트바이오 부사장이 말했다. 김상년 부사장은 물질 특허부터 현재까지 쭉 주도하고 간여해온 연구자다. 김 부사장은 미 메릴랜드 대 미생물학 박사로서 오리엔트바이오에서 연구총괄을 책임지고 있다. 그와 자세한 대화를 나눠봤다.
Q. 임상1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A. 약이란 독성이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 독성을 연구하다보면 몇 년씩 걸립니다. 미국FDA에 제출하는 서류를 만드는 데도 수년이 걸립니다. 지난 2011 년 임상1상을 허가할 때 서류 준비만 2년 걸렸어요. 그동안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주로 약물전달 연구 때문이었습니다. 바르는 것은 약물전달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분자가 크기 때문인데 거기 다 동물과 사람이 달라 사람이 발라서 모발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물전달 실험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약물전달을 하려면 사람과 비슷한 피부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돼지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발랐는데 약물이 들어가지도 않고 효과가 나오지도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약물이 전달되는 게 어렵습니다.
Q. 발모제 시장은 천문학적인 시장이지 않습니까.
A. 발모 시장은 매우 넓습니다. 바르는 것, 샴푸, 비 누, 먹는 것 등 여성들의 미용에 관계되는 것들도 발모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머릿결 좋아진다는 것도 발모개념입니다. 국내 시장 규모만도 1조원 정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약물 효과가 좋게 되면 시장은 훨씬 더 커집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은 바르는 약에 집중하지만 임상2 상 이전부터 발모 샴푸와 린스까지 개발할 것입니다. 의약품과 의약외품은 과정이 다르잖아요. 거품도 나야하니까,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것이죠.
Q. 동물실험은 어떻게 했는지요.
A. 동물실험은 설치류도 했고요, 영장류 중에서 사람과 유사한 대머리 원숭이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대머리 원숭이는 선천적으로 3~4살 되면 암수 관계없이 머리가 빠집니다. 동물실험 중에서 마지막 단계가 원숭이 실험인데 2004년 중국에서 했습니다. 그 후에 발모물질인 OND-1의 대량생산과 공정을 연구하는 데 3년 정도, 독성안정성연구 4년. 미국 식약청에 서류 내는 데 2년 정도, 약물전달연구 2년, 국내 식약청 제출서류 준비 등의 복잡하고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Q. 오리엔트바이오는 동물실험 연구는 잘해도 신 약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 우리 회사는 신약 개발의 역사가 없어 덥석 시작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약물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쉬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항암제나 당뇨병 같은 경우 임상 3차까지 가야 개발 여부를 최종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는 우리가 못합니다. 조기에 가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발모제가 거기에 해당됩니다.
우리 회사는 실험동물이 많고, 동물 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보기 때문에 효과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재진 회장님이 가장 경제적이고 판단하기 용이한 발모물질 특허를 산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실험이고 이 기반위에 신약 개발을 위해 회사가 동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감안 해 시의 적절한 타깃 약물을 선택한 거죠. 중국 광동성에 가서 실험대행사에서 대머리 원숭이 실험을 했습니다. 그곳에 일반 원숭이는 2만 마리 정도 기 르는데 대머리 원숭이가 몇 마리 없어 수소문하여 실험하게 되었습니다.
인간화 마우스 이용한 정밀의학 서비스분야 확장
인간화 마우스(Humanized mouse)란 암 환자의 질 병 세포를 쥐에게 이식해 질병의 진행을 관찰하여 가장 적절한 약물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정밀의학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 된 분야다. 오리엔트바이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재빨리 그 분야의 선점을 위해 뛰어들었다.
김상년 부사장은 최근 인간화마우스 사업을 막 시작한 미국 챔피언스 온클러지사를 방문하고 돌아 왔다. 그 회사는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 벤처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현재 병원에서 하는 암 치료는 환자의 암 세포를 떼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므로 죽은 상태의 암 세포를 보는 것이다. 인간화 마우스는 살아 있는 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고, 나아가 데이터 축적으로 환자들을 유형화하여 적절한 투약과 치료법을 개발 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현재 건강한 사람들도 집안 내력에서 암 유전 요인이 있으면 쥐에 테스트 해 볼 수 있어 암 예방도 가능하다. 현재 암 환자는 의사의 경험에 따라 이 약, 저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으므로 환자들이 과다 투약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년 부사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Q. 정밀 의학 서비스의 이점은 무엇인가요.
A. 암이 우리나라 사망률 1위입니다. 똑같은 암에 걸렸어도 사람이 다르면 치료방법이 달라야 하는 데 현재는 그렇지 못합니다. 인간화 마우스는 환자 별 맞춤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는 겁니다. 암에 걸려 수술을 한 환자들에게 항암제를 사용할 때 의사는 이런 환자는 이 약이 잘 듣더라 하고 약을 쓰게 되 는데 낫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A, B, C, D를 차례대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A, B, C, D 중 제일 좋은 걸 알 수 있다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겠지요. 미국에서 하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면, 환자 암의 일부를 떼어 실험실로 보냅니다. 그것을 마우스에 심으면 마우스에서 암이 자라는데 마우스가 면역기능이 강하면 사람의 암세포가 죽습니다. 이래 가지고는 인간화 마우스로 쓸 수 없습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암세포가 자랄 수 있도록 면역 기능이 떨어진 동물을 생산해내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암세포를 심은 후 3~4주 후에 세포가 커지면 떼어 세절하여 20여 마리 마우스에 심어서, 항암제를 주입하고 어떤 항암제가 제일 좋은지 병원에 알려줍니다. 의사는 그 항암제만 환자에게 쓰면 되지요.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한 정밀의학 서비스분야는 우리 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과 사람을 조합하는 비즈니스로 가야 합니다. 우리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것. 거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도 되는 것. 논리도 단순한 게 좋습니다.
인간화 마우스에 심어놓은 약의 실험으로 백 명, 천명 치료하면서 A군은 이 약이 잘 듣고, B군은 저 약이 잘 듣고 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서 결국은 그룹핑이 됩니다. 이 데이터는 축적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지요. 기본연구는 삼성병원, 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다 합니다. 우리의 강점은 면역이 약한 마우스를 상업화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조직적으로,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공학이 지금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진단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보다 감도 수백 배에서 수천 배의 기술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면역 결핍된 쥐 생산설비를 빨리하여 대량생산하고, 유럽이나 미국하고 비즈니스 협력을 하려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기존에 해오던 실험동물 분야를 올해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쥐, 비글(개), 원숭이 등 세 가지 실험동물을 다 하는 곳은 오리엔트바이오가 유일하다.
왜냐하면 실험용으로 쓰일 수 있는 98%의 순수 혈통 동물을 이전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보호운동 때문에 새로운 실험동물 회사가 생기기도 이제는 어렵다.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연구 열풍이 불고 있다. 실험동물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