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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적책임 VS 공유가치창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이벤트성 활동에서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 단계로, 또는 사회공헌도 하면서 수익도 챙기는 스마트한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다. 예전에 ‘사회공헌팀’으로 일반화됐던 관련부서 이름도 ‘CSR팀’ , ‘CSV팀'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CSR이나 CSV 구현에는 다다르지 못한 채 사회공헌에서 이름만 변화시킨 모양새다. 새로 등장한 CSV가 CSR을 폄하하면서 점차 영역을 확장해 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CSR, 이해관계자와의 상생·발전

CSR(Corporate Socai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과거 기업의 책임은 수익을 창출해 주주들에게 이를 환원하는 경제적 책임에 한정됐다. 그러다가 미국의 경영학자 아치 캐럴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의 4단계로 체계화하면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업의 책임 영역에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책임도 들어간 것이다.


ISO(국제표준기구)가 2010년 제정한 ISO26000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이다. 이 국제표준은 기업 뿐 아니라 정부, 소비자, NGO 등 7개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 및 활동을 할 때 지배구조·인권·노동관행·환경·공정거래·소비자 이슈·공동체참여와 발전 등 7대 의제를 고려해야 할 사회적 책임으로 규정했다. 또 이 표준은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실천할 때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을 포함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는 측면이 강하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센터장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채 재무적 성과에만 집중할 경우 해당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가 직접적인 기업가치 상승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사회적 책임 활동을 미루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사회적 책임의 근본목적은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ISO26000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에 있어서 자신들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기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해야 되는 이유가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발전에 기여해 이들과의 상생과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소속돼 있는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CSR은 모든 경영활동에 내재돼야 할 원칙이며 장기적인 체질개선 차원”이라며 “이벤트성 사회공헌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CSV, 사회 문제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CSV(Creating Shared Value)는 2011년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공유가치창출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개념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가치도 추구하는 것이다. 국내의 사례로서 유한킴벌리의 시니어사업을 들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2012년부터 고령화 문제 해결과 시니어 비즈니스 성장을 연계한 CSV활동을 추진해 현재 130개의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19곳의 시니어 유관 소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CSV활동을 인정받아 유한킴벌리는 지난 10월28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2014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CSV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외사례로는 옵션을 제외한 초저가 소형승용차 ‘나노’로 인도의 BOP 시장을 공략한 타타자동차를 들 수 있다. BOP(Bottom of Pyramid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란 경제용어로 소득계층의 최하위에 있는 연간소득 3천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을 뜻하며 최근 기업들에게 소비시장 크기가 5조달러에 이를 정도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클 포터에 따르면 CSV는 경영전략으로 간주해야 하며, 기업 활동의 부수적 산물이 아니라 핵심 목적이 돼야 한다. 단순히 조직을 개편하거나 사회공헌 측면에서의 아이템을 찾아내 CSV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혁신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이클 포터는 CSV에 대한 범주를 제품과 시장 재인지, 가치사슬에서 생산성 재정의, 지역사회의 클러스터 발전 등 3가지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CSV가 기업이 경영적 이익을 창출하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해관계자 모두를 포용하는 책임을 강조하는 CSR과 어느 정도 상반된 개념처럼 보일 수 있지만 CSV의 시작은 CSR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이클 포터는 2006년 논문에서 ‘전략적인 관점의 CSR’을 통해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 당시 마이클 포터의 CSR 개념은 사회공헌활동에 치중된 것이긴 했지만 기업이 사회에도 기여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한 결과가 바로 CSV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름만 바꾼 사회공헌활동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CSR과 CSV가 어떻게 실천되고 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 11월18일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이 선정한 ‘기업의 사회적책임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보육시설, 복지 등 인권활동과 환경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CSR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10월26일 MDS테크놀로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우수한 중견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기업은 MDS아카데미 교육센터를 통한 임베디드 개발자 양성과 사내 카페 수익금 전액 사회 환원, 매월 전 직원들이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데이 개최 등 지배구조와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몇몇 기업들이 CSR활동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CSR활동은 여전히 사회공헌 활동에 국한돼 있으며 기업내부 원칙으로서의 내면화보다는 이벤트에 치중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SR전략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한국기업의 CSR 현황 및 이슈’을 보면 63개 기업을 대상으로 CSR활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CSR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사업목표'로 '지역사회 공헌' 77%, '기부 및 자선활동' 75%, ’동반성장 노력‘ 55%로 꼽았다. ‘CSR 활동 추진 시 성과 지표로 관리하는 사항’을 물어본 결과, 기증된 컴퓨터수 등과 같은 ‘산출물’을 41%로 가장 많이 꼽았다. 환경문제 감소 등 ‘성과’는 25%, 사회양극화 해소 등 ‘영향’적인 측면은 18%에 불과했다.


손동영 연구소 소장은 “기업들은 CSR을 여전히 사회공헌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천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CSR 활동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며 지속적인 진화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소장은 “CSR의 모델발굴에 적극 나서고 CSR컨설팅, 네트워크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CSR의 최우선 이해관계자인 고객, 공공부문, 임직원 등이 강조돼야 한다. 대주주 영향력이 강한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수 센터장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국내 기업의 특성상 CSR 또한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CSR 특성상 제반 인프라가 되는 정책 및 전략 수립, 지배구조 및 프로세스 구축 등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기업들은 기존의 CSR 조직으로 운영되던 조직명칭을 CSV팀으로 바꾸는 등 CSV를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T는 올해 들어 CSR팀을 CSV팀으로 전환하고 공유가치창출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적·경제적인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사회공헌팀을 공유가치창출팀으로 전환했다. 임민영 산업정책연구원 CSV본부장은 “기업들이 CSR이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지만 반기업정서는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에서 CSV가 새로운 돌파구로서, 미래경영트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며 “기존에 사회공헌이나 CSR을 할 때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더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자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업들이 나서면서도 기업의 경쟁력이나 성장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하니 정부 또한 기업들이 CSV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CSR 원칙부터 세워야

최근 CSR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치부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활동으로 폄하하면서 CSV를 추진해야 선진기업이라는 인식이 나타나는 추세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후퇴한다는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기업들이 분식회계, 횡령, 배임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많이 일으키는 등 법적인 책임에는 대단히 불성실한 측면이 있다. 이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사회공헌활동이나 기부로 무마시키려는 의도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CEO제도 시스템상 CSR처럼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오랜 기간에 걸친 체질개선을 실천해야 하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CSV는 기업이 좀 더 ‘착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며 수단일 뿐이다. 수익창출과 연결되지 않는 사회적책임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CSR이 이해관계자를 둘러싼 사회 전체의 공익에 기여하는 개념이라면 CSV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또다시 기업 중심으로 바꾸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우선 기업들이 CSR을 경영원칙으로 내재화한 이후, CSV를 경영전략 차원에서 실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센터장 또한 “효과적인 CSR 추진을 위해 단계적 접근을 통해 CSR을 우선적으로 기업 문화에 내재시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민영 본부장은 “CSR을 강화해 추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CSV를 새로운 경영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실천해나가는 기업도 등장하는 등 기업들의 CSR과 CSV 추진에 있어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나고 있다”며 “CSR이 맞느냐, CSV가 맞느냐 하는 논란은 소모적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지속가능성 위한 책임

기업들에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강요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ISO26000이 제정되기까지 십년에 걸친 국제적 차원의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결론을 맺었다. 환경 파괴와 인권탄압, 불평등한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전지구적인 문제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서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이해관계자 모두가 지속가능발전을 이뤄야 기업도 지속가능발전할 수 있다는 점은 국가를 넘어서는 강력한 재정력과 자원을 가진 기업이 왜 사회적책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기업들은 이제 자신의 주머니만 채우는데 급급해서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CSR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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