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민주주의, 정의,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 그리고 미국인의 안전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조롱에 가깝다. 납치는 국제법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납치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포되었던 법과 정의, 인권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는 또,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이며 노벨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폄훼했고, 여러 번에 걸쳐 "미국이 이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나라 국민을 해방하기 위한 임무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존재가 러시아의 주권 수호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나라(정확히는 러시아와 동일시하는 소련)가 건설한 기반 시설을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는 마치 마두로가 미국 기업들이 건설에 이바지한 석유 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재산 강탈을 저질렀다고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하다. 물론 선거 조작으로 권력을 유지해 온 독재자 마두로와 우크라이나의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침략자인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유사점이다. 푸틴은 수년간 소수의 강대국이 세계를 영향권으로 나누는 비전을 주장해 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질서, 즉 소련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서방이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열망에서 배제되었던 냉전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러한 세계 분할을 트럼프가 본능적으로 오래전부터 공유하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러한 세계관은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반영됐다. 이로써 미국은 2세기 동안 서반구-북미, 중미, 남미 대륙 전체-를 ‘자기네 앞마당’이라고 주장해 온 먼로 독트린(1823년, ‘유럽은 미주 대륙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선언)을 "돈로 독트린"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는 방식, 그러한 통치에 드는 비용, 또는 이 지역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관한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전에서 뽑아낼 석유에 관한 이야기로 대답했다. 그런 걸 보면 그의 정치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즉 이로운 자원을 확보하려는 욕망의 정치다. 트럼프와 푸틴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가 지향했던 협력, 정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경멸한다는 것이다. 푸틴의 연설은 이러한 경멸로 가득 차 있으며, 트럼프의 국가 안보 전략 또한 그러하여, 트럼프로 하여금 원하는 아메리카 대륙 어느 곳이든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듯 보인다. 만약 그런 식이라면 푸틴에게 원하는 만큼 유럽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고 베이징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리라.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다면, 시진핑 주석도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국제 규범과 다자 질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견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무대였다. 그러나 힘이 우선하는 세계에서는 미국·중국·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선택이 곧 질서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쪽에도 완전히 기대기 어려운 더 위험한 줄타기를 강요받고 있다. 경제와 안보 역시 분리되어 있지 않아 단 한 번의 외교적 선택이 국내 산업과 일자리,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연일 중계되는 마두로의 재판 모습을 TV로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질문은 힘의 세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흔들리는 질서 속에서 스스로가 설정한 좌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둘 가운데 하나다. 우리에겐 감정적 진영 논리나 단기적 이익 계산이 아닌, 냉정하고 장기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마약범 혐의로 기소해 뉴욕 법정에 세운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이후 석유산업의 향방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정권 압박 카드’를 꺼내 든 상황에서, 미국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재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2026년 1월 기준)의 매장량을 보유해 사우디아라비아(2670억 배럴)와 이란(2090억 배럴)을 웃도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하루 원유 생산량은 70만 배럴(2022년 기준)에 그치며 전 세계 원유 생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970년대 석유산업 국유화 이후 생산성이 급락했고, 1999년 반미 정치인 우고 차베스 집권 뒤 본격화된 정치 개입과 투자 위축이 산업 전반을 짓눌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간)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정부군과 민병대 총동원, 석유산업을 포함한 기간산업의 군사화를 골자로 한 관보를 즉각 게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잘못하면 2차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나온 조치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보는 베네수엘라 전 영토에 ‘대외적 혼란 상태(Estado de Conmoción Exterior)’를 선포하고, 공공서비스 인프라와 석유산업, 국가 기간산업 전반을 군사 통제 하에 두겠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국영 석유기업 PDVSA를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정부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로드리게스 체제에서도 미국 석유기업의 진출을 쉽게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석유기업을 몰아낸 선택...차베스 집권이 분기점 양수영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쓴 ‘세계에너지패권’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오리노코 벨트(5만5000㎢)에 막대한 초중질유(Extra Heavy Oil)가 매장돼 있다고 소개한다. 초중질유는 API 비중 10도 이하로 점성이 높고 무거워 개발 난이도가 크다. 1930년대에 발견됐지만 상업 개발은 1990년대 들어 비가열식 생산기술이 확산되면서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캐나다 오일샌드처럼 증기 열을 주입하는 CSS(Cyclic Steam Stimulation) 등 열회수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의 방향이 급격히 바뀐 시점은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이다. 차베스는 ‘석유는 국민의 것’을 내세우며 비교적 개방적이던 석유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차베스 이전 베네수엘라는 형식상 국유 체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유럽 석유기업들이 생산과 개발을 주도하는 혼합 모델에 가까웠다. 차베스는 이를 ‘주권 침해 구조’로 규정했고, 유가가 고공행진하던 2007년 오리노코 벨트 사업을 둘러싼 외국계 기업들에 대해 계약 재편과 통제 강화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자율성은 축소됐고, 석유 수익은 복지·빈곤층 지원에 직접 투입되는 구조로 재편됐다. 합작 사업에서 외국 기업의 지분은 제한됐으며, 운영권은 국가가 쥐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렸다. 그 결과 엑손모빌·코노코필립스 등 일부 미국 기업은 오리노코 벨트 초중질유 개발에서 사실상 밀려났고, 일방적 계약 변경과 자산 몰수를 문제 삼아 국제중재에 나섰다. 당시 미국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200억 달러(29조원)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코노코필립스도 베네수엘라에 대해 주장하는 채권을 합하면, 120억 달러(17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상 판정을 받아냈지만, 실질 회수는 제한적이었다. 한편, 석유산업 국유화 노선은 정치적으로는 강한 지지를 끌어냈다. 석유 수익이 의료·교육·보조금으로 흘러들며 빈곤율이 단기간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다른 후유증이 쌓였다. 외국 자본과 기술, 전문 인력이 이탈하면서 설비 노후화가 가속됐고, 투자 공백이 누적됐다. 특히 2003년 PDVSA 파업 당시 정부가 2만여 명 규모의 인력 정리에 나서면서 숙련 엔지니어와 경영진이 대거 빠져나갔다. 빈자리를 정치적 충성도가 높은 인사가 메우는 구조가 굳어지며 생산 효율이 떨어졌고,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은 ‘정치 우선, 기술 후순위’의 틀에 갇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촉각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3천만~5천만 배럴에 달하는 고품질 원유를 미국에 넘길 것”이라며 “원유는 시장가로 판매될 것이고, 미합중국 대통령인 내가 그 대금을 관리해서 베네수엘라와 미국 국민에 혜택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나는 이런 계획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 즉각 실행하라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또한, 뉴욕타임즈(NYT)는 7일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아이슬란드와 영국 사이 북대서양에서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유럽사령부(EUCOM) 역시 이날 SNS인 엑스(옛 트위터)에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국방부와 협력해 벨라 1호를 미국 제재 위반으로 나포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선박은 미 해안경비대 먼로함이 추적을 시작한 뒤 북대서양에서 미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나포됐다”고 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며 ‘에너지 카드’를 흔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석유를 글로벌 공급망에 복귀시키는 것이 국제 유가 안정과 자국 정유업계에 모두 유리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로서는 석유산업 개방이 곧 체제 후퇴로 비칠 수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석유산업의 군사화를 선언한 것은, 차베스 시대 국유화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정치적 신호에 가깝다. 미국 기업의 재진출은 기술과 자본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정치적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은 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1999년 차베스의 국유화가 ‘주권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기업을 내쫓았다면, 2026년 선택은 ‘산업 회복’을 위해 어디까지 문을 열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국 기업의 복귀 여부는 단순한 경제 판단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정치의 정체성을 건 선택이 될 가능성이 커지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이 나가사키현 앞바다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가동을 본격 시작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다건설 등 6개 기업 합동회사인 '고토 플로팅 윈드팜'은 전날 나가사키현 고토시 앞바다에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8기로부터 송전을 시작했다. 이는 도다건설이 가동했던 1기를 포함해 9기가 본격 상업 운전에 들어간 것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해상에 떠 있는 부유체에 터빈 등이 달린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이 부유체는 체인이나 강철 로프 등을 이용해 해저 바닥에 박힌 거대한 닻이나 말뚝에 고정한다. 도다건설은 2016년 3월 이곳에 일본 최초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 1기를 설치해 운전해 왔다. 8기가 추가 가동하게 되면서 9기의 발전량은 19MW가 됐다. 이는 인근 지역 1만6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해상풍력은 부유식 이외에 해저에 기초를 설치하는 고정식이 있다. 일본에서는 아키타현 앞바다 등에서 7개 사업자가 상업 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의 해상풍력발전 규모는 253MW다. 채산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미쓰비시 상사가 당초 계획했던 아키타, 지바 앞바다의 해상풍력 사업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은 2024년 83.2GW(준공 기준)에서 2034년 441GW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설비용량이 2030년까지 10.5GW, 2035년까지 25GW로 늘어나도록 해상풍력발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상업 운전에 들어간 해상풍력발전소는 11곳(350MW)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곳(104곳·35.8GW)의 1% 수준에 그쳤다. 현재 울산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조성을 위한 인허가 및 실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0%로 직전 조사(12월 3주) 대비 5%포인트 올랐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3%, ‘의견 유보’는 7%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한 이유로는 ‘외교’가 30%로 가장 많이 꼽혔다. ‘경제·민생’(14%), ‘소통’(9%), ‘전반적으로 잘한다’(7%)가 뒤를 이었다. 부정 평가 이유는 ‘경제·민생’(22%), ‘외교’(8%), ‘친중 정책’·‘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각 7%) 순이었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으로 국정 평가에서도 외교 사안이 재부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긍정 평가 이유에서는 외교가 다시 1순위로 부상했고,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경제/민생에 뒤따라 외교와 친중 언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45%로 직전 조사보다 5%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은 26%로 직전 조사와 같았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각 3%,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21%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6.5%, 응답률은 11.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1박 2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3일 오후 나라에 도착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등을 진행한다. 이 대통령은 방일 첫날엔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역 및 글로벌 현안과 경제·사회·문화 등 민생에 직결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오전엔 양 정상이 친교 행사를 함께 하고, 이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 참석 후 귀국한다. 청와대는 “이번 방일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양자 방문을 조기에 실현해 상대국을 수시로 오가는 셔틀외교의 의의를 살리는 한편,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한일관계의 발전 기조를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작년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정신에 따라 다음에는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한 바 있다.
국회는 9일, 개헌의 필요성과 주요 개헌 의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헌법개정 관련 전문가 심층면접조사(IDI)」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의뢰로 성신여자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2025년 12월 16일부터 23일까지 법학·정치학·경제학·시민사회·과학기술 등 각계 분야의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대면 심층면접(IDI, In-Depth Interview)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특히 조사 대상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다양성 확보에 주력했다. 전체 11명의 전문가 중 여성이 6명, 남성이 5명으로 성별 균형을 맞췄다. 연령대도 30대~70대까지 폭넓게 구성해 특정 세대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조사 결과의 핵심은 △개헌의 시급성과 필요성 재확인 △국회 및 국회의장 주도의 추진 체계 필요성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의 동시 진행 및 단계적 개헌 △국민 여론수렴의 중요성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현행 헌법이 38년 간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지탱해왔으나, 최근의 정치적 격변과 복합 위기 속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번 전문가 심층면접조사에서 도출된 주요 내용은 첫째, 전문가들은 최근의 국가적 위기 상황들이 1987년 헌법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현행 헌법은 권력의 집중을 견제하거나 국가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 헌정 질서의 안정과 미래 위기 대응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개헌 추진 주체로서 국회와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대통령 또는 행정부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경우 정치적 유불리에 휩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장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회가 주도권을 가질 때, 여야 합의는 물론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시기적으로는 2026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개헌의 시급성이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합의 가능한 의제부터 개헌하는 단계적 개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끝으로 국민적 차원의 실질적인 여론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나 일방향적인 공청회 방식만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았다. 실질적인 여론수렴를 위하여 과학기술을 이용한 공론화 방식, 시민의회 방식, 국회 개헌특위와 결합된 시민참여조직 등 다양한 숙의방안을 다각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사무처는 이번 전문가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헌법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하고, 향후 개헌 논의를 함에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초, 국회사무처 법제실에서 일반 국민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할 『헌법개정 관련 대국민 FGI 및 여론조사』 사업의 기본 토대가 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민주주의, 정의,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 그리고 미국인의 안전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조롱에 가깝다. 납치는 국제법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납치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포되었던 법과 정의, 인권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는 또,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이며 노벨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폄훼했고, 여러 번에 걸쳐 "미국이 이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나라 국민을 해방하기 위한 임무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존재가 러시아의 주권 수호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나라(정확히는 러시아와 동일시하는 소련)가 건설한 기반 시설을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는 마치 마두로가 미국 기업들이 건설에 이바지한 석유 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재산 강탈을 저질렀다고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하다. 물론
2026-01-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경제 수도의 바탕은 시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서울을 ‘대한민국의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구상은 단순한 수사나 도시 브랜드 전략이 아니다. 이미 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저성장 국면에서, 수출만으로는 국민의 체감 경기를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정치적 선택에 가깝다. 이제 성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이며, 수도의 경쟁력은 초고층 빌딩과 금융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울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도 최근 식료 가격 급등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도시 차원의 핵심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2025년 뉴욕시장 선거 과정에서 시장 후보였던 조란 맘다니는 ‘시 소유 식료품점(Municipal grocery stores)’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뉴욕시 5개 자치구에 시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설치해, 임대료와 재산세, 과도한 유통 비용을 제거한 가격으로 기본 식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맘다니 뉴욕시장의 구상은 민간 유통을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도시가 최소
2026-01-05 편집국 기자
예전에 주한 영국대사를 지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나라를 일컬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가 아니라 '아침마다 놀라는 일이 생기는 나라(The land of morning surprise)'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고,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한국의 정치를 표현했던 것인데, 그분이 계엄령 선포 이후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이제는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일들이, 일 년 동안에도 몇 차례나 발생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한국의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삶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힘들지만, 외국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압축 성장’이라고 표현하면서, 무슨 일이든 급하게 진행하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기에, 우리가 겪은 혼란과 아픔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년은, 그렇게 치부하면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가슴 졸이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 돌이켜 보면 '
2026-01-05 편집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각 부처 업무보고는 엘리트 집단의 권위 의식과 자기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 생중계로 국민과 함께 숨쉬는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실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총리와 장관) 및 일부 배석기관장(처장)만 참여하는 국무회의의 생중계도 매우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실장(1급 공무원)과 국장(2급 공무원)까지 참여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점까지 보고하고 토론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공개되었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역대 각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업무보고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고위공무원들은 업무 영역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국민을 상대로 친절한 설명 한 마디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가 기획했고, 내부 보안 문제가 있으니 국민들은 우리를 믿고 오면 된다는 식이었다. 또 정부의 업무보고에 실장과 국장이 모두 참석하긴 했으나 녹화 후 송출 방식으로 '일부만' 공개한 적이 있을 뿐이어서 국정 홍보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정부의 업무보고 생중계는 정말로 국민이 국정 운영에 참
2026-01-02 편집국 기자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어느덧 30년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지역 행정은 몰라보게 친절해졌고, 주민들의 권리 의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민낯은 여전히 차갑다. 시민은 정책의 '대상'이자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일 뿐,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권자'로서의 체감도는 낮기 때문이다. ◇ 지방자치 30년, 화려한 외형과 초라한 내실 지난 30년의 자치는 엄밀히 말해 형식적 ‘시민참여’ 남발의 시대였다. 각종 위원회와 공청회는 늘어났지만, 시민들은 정책의 핵심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 채 들러리를 서는 ‘구경꾼 시민’으로 남겨졌다. 선거라는 간헐적 이벤트 외에 시민이 일상적으로 주권을 행사할 통로는 좁았고, 그 결과 시민참여는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관협치의 상징적 모델이었던 광주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협치를 주도해 왔으나, 현재는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광주 ‘민·관협치협의회’ 형식화와 이행의 단절 광주광역시는 일찍이 199
2025-12-22 편집국 기자
최근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주행 단계는 100% 운전자가 수동 운전하는 레벨0부터 시작해 최고 단계인 레벨5까지 6단계가 있다. 현재는 레벨3의 로보택시가 미국이나 중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천 대가 운행되고 있으나 아직 완전한 단계가 아닌 운전 보조 기능이다. 필자는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이라고 하는 레벨4는 약 4~5년 정도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업 등에서 레벨4 단계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있으나 레벨4는 아직 오직 않았다고 단언한다.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를 운전자가 알아서 자동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해 운전을 맡기다가 사고가 발생하면서 각국에서는 ‘자율주행’ 용어 규제에 나섰다. 독일·영국·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법원의 규제가 있었다. 중국 역시 올해 여름 이에 대한 규제를 시작되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도 자율주행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더 낮은 단계의 오토 파일럿(Auto Pilot)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레벨1 단계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또는 ACC ; Adaptive Cruise Control)이나 ADAS라는 장치가 활용되고 있다
2025-12-20 편집국 기자
지난 10월 21일, 일본 국회는 자민당 총재 高市早苗(다카이치 사나에)를 제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지명했다. 일본이 내각제를 시행한 지 약 1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 보도는 이 사건을 단순히 ‘젠더 장벽을 깬 역사적 순간’으로만 보지 않았다. 다수의 국제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 뒤에 존재하는 일본 정치의 이념적 변화, 우경화 흐름, 보수적 국가전략 재편이 라는 구조적 의미를 함께 지적하고 있다. 해외 언론 중 상당수는 이번 총리 선출을 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이는 일본이 우경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치 지형의 변화에 주목했다. 일본 정치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이념적 중심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명확히 지적한 것이다. 또한 그녀가 여성 장벽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정책을 우선순위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실제로 BBC는 “그녀가 성별 장벽을 깨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는 성평등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내각에 여성 단 두 명만을 임명했다”고
2025-12-20 편집국 기자
연말이면 기업들은 숫자에 몰입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비용 집행률, KPI 달성률이 종합되며 한 해의 성과가 평가된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어떤 흐름 속에서 성과가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단기적인 결과는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 현장에서 20년 넘게 조직을 들여다보며 확인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단기 성과는 숫자로 보여주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조직의 리듬이 만들어 준다. 조직의 리듬이란 일의 흐름, 의사결정 방향, 협업화 방식, 구성원의 에너지까지 한데 맞물려 돌아가는 일 종의 ‘조직의 호흡’이다. 이 호흡이 안정적일수록 기업은 지속 성장가능한 경영을 추진 할 수 있다. ◇빠른 조직과 좋은 조직은 다르다 많은 기업이 ‘속도’를 성과의 근거로 삼는다. “이번 제품은 계획보다 빨리 출시했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처리했다”는 문장이 곧 경쟁력의 증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빠른 조직 이 반드시 좋은 조직은 아니다. 속도를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업무는 빠르게 처리되나 리듬이 일정하지 않아 구성원 간 에너지 격차가 커지고, 속도를 유지
2025-12-20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