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7천억 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지난해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수가 처음으로 10만 개를 돌파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출기업의 저변이 튼튼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수출 다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고부가가치의 소비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포착됐다. 5대 수출 소비재로 농수산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패선, 의약품 등이 꼽힌다. 이와 같은 고무적인 수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경제성장률은 1%의 저성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통상부와 코트라 등은 수출기업의 수를 더 늘리고 품목 다변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왜 수출 다변화가 이뤄지는데도 성장률이 저조한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현실에 우리 경제는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압박 등 외부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저성장은 선진국들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저성장은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35,000-36,000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이 잘 나가고 있으나 우리 경제 전체의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 몇 개 산업에 쏠려 있는 국제 경쟁력을 다른 산업 분야로 더욱 확장할 필요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는 요원해 보인다. 수출 다변화의 낙수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한류는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해 중간에 여러 번 휴지기를 거쳐 이제는 성장 궤도에 안착해 인근 문화 장르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드라마, K-팝, 영화, 뮤지컬, 클래식 음악까지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숙원이었던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 20일 한국 전통 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울시 무용단의 <일무>가 뉴욕 무용계 최고 권위의 베시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국악은 일찌감치 세계의 관심을 받아왔으나 이번에 현대 창작 무용으로 수상한 것은 K-무용의 가능성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세대를 훌쩍 넘기고 있는 한류가 이제 산업계로 확실히 전이되어 K-소프트파워 산업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K-소프트파워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면 소프트파워에 대한 개념과 비전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소프트파워 국가는 미국이다. 지금은 미국 소프트파워가 많이 퇴색되고 있지만 미국은 록과 재즈, 블루스, 힙합 등 수많은 음악 장르를 쏟아냈다. 할리우드 영화는 현대 영화의 산실이고 여전히 세계 영화계를 이끌고 있으며 뉴욕은 뮤지컬과 연극의 본고장으로서 런던과 짝을 이루고 있다. 미국 대학과 실리콘밸리도 미국 소프트파워에서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 소프트파워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을 꼽을 수 있다. 영국은 팝 음악과 뮤지컬, 연극 등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패션 등 상업 미술 강국이다. 영국 왕실도 영국을 대표하는 소프트 파워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패션과 화장품, 요리의 나라이고 이탈리아는 패션과 함께 오페라의 본고장이다. 독일은 철학과 과학의 나라이자 클래식 음악의 발상지답게 흔들림 없는 클래식 명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게임, 패션, 음식, 일본의 차 문화(tea)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일본이 관광 대국이 된 것은 소프트파워가 결정적인 요인이며 소매치기가 득실한 유럽 관광 대국들보다 훨씬 안전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서도 덕을 보고 있다. ◇ 소프트파워 산업의 요소 소프트파워는 소프트와 힘을 합성한 말이다. ‘힘’은 기술, 기량, 제품력, 서비스력을 의미하고 ‘소프트’는 ‘문화적인’, ‘선한’, ‘순수한’ ‘감성적인’ ‘정의로움’ 남을 잘 도움‘ ’헌신적인‘ ’친절한‘ ’평화‘ 등을 함축하고 있다. 소프트한 속성은 어떤 국가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인간 본성 속에 내재된 선함과 양심의 분량이 적어서 잘 나타나지 않지만, 위급한 사람을 보면 선한 본성을 드러내듯 어떤 국가와 민족도 도움을 요청하면 돕는 행동을 한다. 한국인은 단군신화에서 나타나 있듯 재세이화, 홍익인간 정신을 자랑하고 있다. 재세이화는 이치 정신으로서 정의감에 민감한 성질이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오늘날 한국인의 ’정‘, ’평화‘ 지향성으로 나타난 것 아닐지 생각해 본다. 소프트한 속성이 아무리 풍부해도 기술과 기량, 제품력과 서비스력이 없으면 소용없다. 사람이 능력 없이 좋기만 하면 괜히 실없는 인간으로 취급받는 게 세상인심이다.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소프트한 속성이 있을 때 타인의 칭송을 받고 부러움을 사고 본받기를 바란다. 그런데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는 역사적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 즉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브랜드 파워가 한 개 히트 상품 냈다고 생기지는 않는다. 소프트파워의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은 제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유럽과 세계를 건져냈다. 2차대전 후 마샬플랜과 막대한 원조로 유럽과 일본, 한국을 도왔다. 이것이 미국의 선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1900년대 미국의 거대한 산업력과 과학기술력은 영국의 자본력과 기술력의 도움을 받아 형성됐다. 그리고 2차대전 전후 기간에는 나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독일계 유대인 과학자들과 금융인, 전문가 그룹들이 미국 국력 신장에 큰 기여를 했다. 미국산업이 유럽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독창적이고 압도적인 산업력으로 부상한 것은 유명한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 조립 생산력이었다. 1920~30년에 확립한 대량생산 제조 능력으로 미국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폄하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데 영국과 독일로 대표되는 유럽이 없었으면 초강대국 미국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과 유럽의 소프트파워를 돌이켜보면,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서구를 모방하며 발전해 온 일본의 소프트파워는 인위적으로 육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제 기술력, 기량 면에서 그간 오랫동안 노력하고 축적한 결과 독창적인 뭔가를 만들 정도로 역량을 갖춘 듯하다. 우리나라는 식민지에서 광복하자마자 뒤이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놀라운 경제성장 스토리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민주주의에서도 위기의 고비마다 넘나들며 잘 지켜낸 역사가 바로 소프트한 파워로서 굳건히 뿌리를 내려왔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한류로 간간히 표출되다가 이제는 안정적인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 이제 우리도 일본처럼 소프트파워 산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갈 단계에 이른 것 같고 기초적인 준비는 마련된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본다. [연관기사 ] 소프트파워 산업 핵심은 캐릭터라이징(Characterizing)
최근 기후 에너지환경부는 열에너지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른 열에너지 혁신 로드맵 준비에 나섰다. 독일의 '열 계획법'과 유럽의 'ETS 2' 도입 등 세계적으로 냉난방의 탈탄소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며 우리나라도 열에너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열에너지에 대해 제대로 된 틀을 잡아가면서 인센티브 중심의 단계적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 주문했다. 국회 기후 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탄소중립, 전기를 넘어 열로’ 주제의 공청회 발제에 나선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50%는 열에너지로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가 열에너지에서 발생된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열에너지 전환이 필수”라고 짚었다. ‘열에너지 탈탄소화 필요성과 법안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각기 다르게 쓰던 열에너지 용어를 정리하고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기본 틀을 만들어 청정 열과 같은 개념을 정의하고 미활용 폐열이라는 개념을 새로 정리했다”며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산업 공정이나 데이터센터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열’은 국가 차원의 열에너지 기본계획을 15년 단위로 세우고, 지자체는 지역 열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열 공급 사업자나 연료공급사업자는 3년마다 열에너지 탈탄소 전환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정부가 자발적 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중요한 게 열 네트워크 3자 접속 의무다.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망을 청정 열을 생산하는 외부 주체도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이 부분은 청정 열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의 청정열 사용 의무화와 관련한 설명에서는 "대부분 자가소비라 전력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처럼 거래가 잘 될 수 있을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열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과 정책과 산업을 지원할 열에너지 센터 설립 근거 등의 법안은 탄소중립을 전력 중심에서 열까지 확장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 해외 주요국들 재생에너지 비중 20~30%…. 한국은 2%에 불과 유럽연합(EU)은 이미 2016년 '난방 및 냉방 전략(Heating and Cooling Strategy)'을 최초로 수립하며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열에너지를 지목했다. 최근에는 Fit for 55 이후로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강화했다. 'Fit for 55'는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해 추진 중인 강력한 입법 패키지다. EU는 더 나아가 기존 배출권거래제(ETS)를 넘어 건물과 도로교통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ETS2(Second Emissions Trading System) 도입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은 2024년부터 시행된 '지방 열 계획법(WPG)'을 통해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난방 전환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현재 이 법은 독일 전역의 에너지 지형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역시 연방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주 정부들이 주도해 히트펌프 보급과 산업용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열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2% 정도에 불과해 해외 주요국의 20~30%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크다. ◇ 열 에너지의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청정열 정의·의무 공급·의무 사용 도입 방식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김시회 한국지역난방공사 부장은 “열은 더 이상 생산의 대상이 아니라, 이동하고 순환하는 에너지”라며 “그동안 석탄·석유·가스·원자력 같은 연료를 통해 생산됐으나 앞으로는 수소나 새로운 형태의 연료가 그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열에너지 정책의 본질은 새로운 열을 얼마나 더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열을 어떻게 회수, 이동시키고 연계, 저장하고 순환시켜서 그 가치를 극대화할 것인가에 있다”며 “열에너지 패키지법은, 열을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관리하고 활용하고 연결해야 할 핵심 에너지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에너지 기본법 제2조의 정의 규정에서 혼재돼 있던 개념들을 명확히 정리해서 청정열 보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열 공급 사업자뿐 아니라 열 관련 연료 공급자까지 에너지 전환의 책임 주체로 명시한 점과 섹터 커플링의 핵심 설비인 열전기 융합 설비, 고효율 열병합발전(CHP), 열저장 설비 등을 정책적 관리와 지원의 범주에 포함한 점에 대해서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기본법 8조의 국가 기본계획, 11조의 지역계획이 어떻게 연계되고 집행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밀도 지역에서는 열 관망을 중심으로 한 집적 역할을 강화하고, 저밀도 지역에서는 개별 전기화 중심의 전략을 병행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게 정책·재정·기술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법안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 정부 주도의 중장기 전환 로드맵이 먼저 그린수소나 SMR 같은 Post-LNG 기술 역시 아직은 기술 발전과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하는 단계로, 개별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정부 주도의 중장기 전환 로드맵이 먼저 제시돼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미 배출권거래제, RPS(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등 다양한 규제가 중첩된 상황에서 초기 단계에서는 과징금 중심의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기반의 성장형 생태계 조성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또 탄소중립을 위한 ‘깨끗한 열’의 명확한 정의와 경제적 측면에서 전주기 환경·비용(LCA)의 평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는 “단순히 열이 아니라, 그 열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에너지원이 투입됐는지, 그게 탄소중립 경로랑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하게 추적돼야 한다”고며 “10여 년 전 서인천 지역의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겠다는 정책도 실제로는 열 산정이나 중복 문제로 혼선을 키웠던 사례다. 연료비만 볼 게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 운영, 철거, 재건축 단계까지 포함해 전주기 관점에서 비용과 환경 영향을 같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 구조는 화석연료 비중이 60% 정도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직 7%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전기를 써서 만든 열을 청정열로 본다는 게 과연 맞는지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목표만 세우면 현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 현행법 어디에도 ‘소각열’에 대한 정의 없어 열에너지 법제화 과정에서 폐기물 소각에너지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장기석 한국 자원 순환 에너지공제조합 전무는 폐기물 소각열은 지금까지 ‘미완의 에너지’라고 말한 뒤 현행법 어디에도 ‘소각열’에 대한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법에서 폐기물 처분 부담금 감면을 위한 용어로 ‘소각용 에너지’라는 말만 하나 들어가 있을 뿐, 그마저도 정의가 없다는 지적이다. 장 전무는 “현재 산업폐기물 소각장들이 연간 약 630만 기가칼로리(Gcal)는 열에너지를 생산하고 그중 약 500만 기가칼로리(Gcal)는는 외부로 공급되며 나머지는 자체 사용하고 있다”며 “분명히 국가 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이며 원유 대체에 기여하고 있는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2조 정의 규정에 나오는 ‘열에너지’ 정의에서 ‘연료’에 대한 정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 뒤 “연료가 LNG인지, 폐기물인지, 화석연료인지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연료 정의는 반드시 포함될 필요가 있다. ‘미활용 폐열’이라는 표현보다는 ‘미활용 열’로 정리하는 게 더 적절하고, ‘소각’이라는 표현은 별도로 정의해서 ‘소각에너지’ 또는 ‘소각열’ 등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청정열 논의 과정에서 소각에너지가 배제되지 않도록 분명히 명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규종 대한상공회의소 친환경 에너지 지원센터장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열에너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고 공정 특성상 전기화가 거의 불가능한 산업도 많다”며 “기업의 현실을 조금 더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의무 이행이 기업의 경제적 여건을 넘어설 정도로 높아지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을 거쳐서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 강제나 의무보다는 시범사업·인센티브 중심,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 지원·세제 혜택·금융 연계·성과 인증과 같은 인센티브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열 에너지 전환, 기술도 중요하나 컨트롤타워도 필요 ‘열에너지 2법’은 기회도 크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준영 한국히트펌프얼라이언스 기획운영위 원장은 히트펌프 관점에서 청정열사용이 확대되면 난방·급탕·냉방까지 포함해서 히트펌프 역할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히트펌프는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기술 발전이 빨라 탈탄소 핵심 기술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도성 한국 재생 열에너지 융합협회 상근부회장은 “신재생 법이나 다른 제도를 보면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수단이 굉장히 제한돼 있다”며 “다만 문구 해석상 화석연료 기반 설비 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여지가 크고, 정의 부분에 ‘재생에너지’ 또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연료’라는 문구가 반드시 포함돼야 특정 기술이나 설비로 오해받지 않고, 포괄적인 정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유재산·공유재산 20년 임대 조항에 20년 이후에 이 설비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후속 조치가 빠져 있다”며 “연장 불가나 비동의가 발생했을 때 설비 처리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열에너지 전환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설비 정의·제도 정비 그리고 전체를 기획·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수소는 다 PD가 있는데 열에너지 전반을 총괄하는 융합 PD가 없다”고 지적했다. ◇ 정부, 이행 방식과 속도, 신중히 검토해 지원 권병철 기후부 열 산업혁신 과장은 “그동안 열에너지 분야는 정책의 기본 틀이나 법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정책들이 먼저 나간 측면이 있었다”며 “올해 3월을 목표로 ‘열에너지 관리 혁신 전략 및 로드맵’을 수립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로드맵 안에는 이번에 발의된 열에너지 기본법 제정, 기존 에너지법에 흩어져 있던 열 관련 규정들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핵심 과제로 포함돼 있다. 국회에 발의된 여러 법안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정리돼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법안 논의와 병행해서 하위 법령 정비도 동시에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며 “청정열 공급·이용 의무 같은 경우는 어떤 분들께는 산업을 촉진하는 제도일 수 있지만, 어떤 분들께는 부담스러운 규제로 느껴질 수도 있어서 이런 부분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행 방식과 속도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집단에너지와 지역난방 분야의 청정열 전환과 관련한 설명에서는 “재정 지원이나 정책 수단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부분도 법안 취지에 맞게 무리 없이 담길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를 주최한 위성곤 의원은 “‘열에너지 2법’은 선언과 실행을 분리하지 않고, 계획–이행–평가–시장 전환을 하나의 구조로 묶기 위한 입법적 시도”라며 “재생 열과 미활용 폐열 과 같은 청정열 자원의 체계적 발굴과 열 네트워크의 개방과 연계를 통한 에너지 효율 극대화, 공공·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의무화와 지원의 균형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자 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제 캐릭터가 없는 제품은 하나의 범용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기술과 기능을 형태로 구현한 것으로 나름 고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매력을 풍기지는 못한다. 캐릭터는 인형이나 영화와 연극의 인물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소프트파워 제품에서도 캐릭터가 부여되고 그 캐릭터가 신비적인 매력미를 뿜어내야 한다. 무슨 민속적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늘날 관광 상품은 민속적인 요소, 한국적인 것을 지나치게 또는 아무런 디자인적 고민 없이 조악하게 낭비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절제되지 않고 조화롭지 못하면 싸구려 티만 줄 뿐이다. 도시와 관광지도 캐릭터 라이징의 대상이다. 파리, 런던, 로마. 피렌체, 스위스의 여러 도시 등 유럽의 도시들은 캐릭터가 잘 표현되어 있어 거리만 걸어도 도시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경주에 가보면 천년 고도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경주가 거의 유일하게 캐릭터 매력을 주는 우리나라 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은 그간 역대 시장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도시의 캐릭터 라이징에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을 서울답게 하는 캐릭터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고 이것을 가꾸어 나가는 기획력과 추진력이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캐릭터는 로고와 거리 간판 글씨체를 바꾸고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 것으로 부족해 보인다. 캐릭터 라이징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형태를 가진 것은 무엇이든 해당된다. 의류 패션 품, 가구, 가방, 지역특산품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전품, 핸드폰, 앞으로 로봇도 대상이 된다고 본다. 캐릭터 라이징은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최고난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갤럭시폰이 아이폰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캐릭터 라이징에서 한 수 뒤진 때문이라고 본다. ◇ 소프트파워 산업과 한류 작품과는 다르다 한류 작품이 소프트파워 산업의 뿌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작품과 캐릭터화된 제품은 다르다. 이것은 예술품과 디자인 제품과의 차이를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예술품은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단 하나의 작품인 반면 소프트파워 제품은 실용성과 품질을 바탕으로 정형화된 미적 제품으로서, 일정량 이상으로 생산하여 판매가 이뤄지고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 예술품도 판매되면 좋지만, 판매가 꼭 목적은 아니다. 한류 붐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일어나고 한류 상품들도 개발되곤 했지만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이와 같은 개념상 혼란, 개념을 캐릭터 라이징 하는 디자인의 미성숙, 정부와 기업의 인식 부족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적이 있었다. 그런 디자인 정책의 성과도 있었기에 국제 디자인상 수상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곤 하지만 아직은 ’잔물결‘ 수준인 듯한. 필자가 보기에 디자인의 수준이 제품 자체의 외관에 머물러 있었을 뿐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특징과 연계된 캐릭터라이징에 이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답보 요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디자이너가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고 하고 자신이 자본을 조달하고 경영까지 담당할 수는 없다. 이 부분에서 정부와 기업가들의 인식 부족도 적잖은 제자리 맴돌기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 소프트파워 산업의 이점 소프트파워 산업을 육성하면 그간 침체를 면치 못했던 내수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고 그들 중에서 세계에 수출 가능한 명품 제조 기업들도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파워 산업은 무엇보다 지방을 살릴 수 있고 청년들이 다양한 일자리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현재 청년들은 입시 공부, 명문대학과 의대 진학, 졸업 후에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 의사와 변호사 되기 등 획일적 직업관에 물들어 있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기성세대들이 심어준 편견과 인습적 사고의 결과로써 일종의 독소다. 청년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다양한 일터와 직업을 열어줘야 한다. 소프트파워 산업은 그를 위한 훌륭한 후보가 될 수 있다. ◇ 소트프파워 산업 육성의 주체는 지자체가 바람직 우리나라에서 한류가 산업으로 형질 상승을 하지 못하고 나아가 소프트파워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 데에는 중앙 부처 중심의 육성 체제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중앙부처는 일단 어떤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 중앙부처는 하는 일이 많으므로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으면 곧 흐지부지하다가 새로운 기획 정책으로 대체한다. 소프트파워 산업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섬세하고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산업의 특성상, 중소기업과 지역성이 강한 제품이다. 기초지자체는 공무원들이 자주 바뀌지 않고 애향심이 있는 까닭에 지역 기업들과 한 몸이 돼 소프트파워 산업을 끈기 있게 키워나갈 동기가 있다. 물론 중앙부처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중앙부처가 예산 배정권을 갖되 기획과 지원 실무와 예산 집행의 주무 책임을 지자체에 맡기는 형태다. 이처럼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를 ’경제부처화‘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중앙 경제부처 중심 체제로는 저성장에서 좀처럼 탈출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파격적인 개혁 구상이 필요해 보인다. 소프트파워 산업은 큰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집안의 화분을 기르듯 따뜻한 관심을 충분히 기울여 주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초 자치단체와 광역지자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디자이너와 중소기업가, 청년들이 마음껏 재능과 열정을 불어넣어 한류를 캐릭터 라이징한 제품과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연관기사] 소프트파워 산업으로 저성장 탈출하기
빅데이터 평가 기관인 빅데이터 평가 기관인 아시아브랜드연구소가 'K-브랜드지수' 여성 CEO 부문 1위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선정됐다고 27일 발표했다. 국가대표 브랜드를 표방하는 K-브랜드지수는 해당 부문별 트렌드(Trend)·미디어(Media)·소셜(Social)·긍정(Positive)·부정(Negative)·활성화(TA)·커뮤니티(Community)·AI 인덱스 등의 가중치 배제 기준을 적용한 합산 수치로 산출된다. 이번 K-브랜드지수 여성 CEO 부문은 포털사이트 검색량 상위 30위 여성 CEO를 대상으로, 2025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온라인 빅데이터 5243만 8822건을 분석했다. K-브랜드지수 여성 CEO 부문은 1위 이부진(호텔신라)에 이어 2위 최수연(네이버), 3위 김유진(한샘), 4위 김선희(매일유업), 5위 김지원(한세엠케이), 6위 이수연(젝시믹스), 7위 김정수(삼양식품), 8위 최진희(이매지너스), 9위 이유진(영화사집), 10위 김혜연(팜젠사이언스) 등이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한정근 아시아브랜드연구소 대표는 “이번 여성 CEO 부문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리더 개인의 매력도와 소통 능력이 기업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첫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위를 차지한 이부진 사장과 2위 최수연 대표가 보여준 '글로벌 감각'과 '혁신적 리더십'은 물론, K-푸드 열풍의 주역인 김정수 부회장과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는 이유진 대표의 상위권 안착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유통이나 가업 승계에 국한됐던 여성 경영인의 활동 반경이 최근 바이오, IT, 엔터테인먼트 등 미래 핵심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들의 '소프트 파워'가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K-브랜드지수는 아시아브랜드연구소가 국내외 연구진과 협력해 개발한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기존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달리 후보 표본 추출부터 인덱스 선별까지 분야별 자문위원단의 검증을 토대로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출장 중 갑작스레 별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시신이 27일 오전 국내로 운구됐다. 이 전 총리의 시신을 싣고 베트남 호찌민 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476편 항공기는 4시간 30분 만인 오늘 오전 6시 53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항공편은 전세기로, 유가족과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인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 같은 당 이재정·김영배·김현·이해식·정태호·최민희 의원 등도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상임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영접 인사들도 오전 6시쯤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다 고인의 귀국을 맞이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이 전 총리의 시신은 계류장에서 영접 인사들의 간단한 행사를 마친 뒤 화물터미널을 거치지 않고 운구 차량을 통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된다.
국내외 방송과 OTT 서비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지만, 현행 미디어 관련 법과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최민희 위원장실 주최로 '통합미디어법 TF(안) 발표 및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어 법안의 초안이 공개됐다. 이번 TF안은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25년 동안 유지되어 온 낡은 방송법 체계를 개편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안에는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해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및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방송-OTT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정경쟁 방안이 담겼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는 “OTT나 유튜브 등 플랫폼들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지, 어떤 시장과 경쟁하고 있는지 사실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규제의 공백”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산업 실태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전통적인 방송 중심이지 OTT나 비디오 공유 플랫폼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는 없다”고 지적하며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숫자들 대부분이 다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 안에서 각자 자기 부족, 자기 진영의 이야기만 듣게 되고 서로 타협하거나 합의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청자, 이용자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해진다”며 “콘텐츠와 광고는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고, 유해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러한 내용은) 법안에 어느 정도 담겨져 있긴 하나,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유럽연합은 ‘국경 없는 텔레비전 지침’을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으로 바꾼 후, 과거 실시간 방송(Linear) 중심 규제에서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비실시간(Non-linear)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이 교수는 "시대가 변한 만큼 지상파냐 케이블이냐, 어떤 망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콘텐츠의 성격과 사회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 방송법에 있는 종합편성, 전문편성이라는 개념은 이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교양인지 오락인지 구분하기도 어렵고, 장르 경계도 무너졌다. 편성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도 있고, 행정적으로도 판단이 굉장히 어렵다"며 "그래서 이런 개념은 삭제하되, 공영방송이나 지상파에는 별도로 편성의 다양성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방송·통신·온라인 서비스가 사실상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법 체계는 여전히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으로 나뉘어 있고, OTT는 여기저기 흩어져 정의돼 있거나 아예 빠져 있는 상태”라고 문제를 짚었다. 그는 “통합미디어법은 온라인 서비스가 없어서 새로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에 흩어져 있는 법적 체계를 하나의 비전 아래에서 통합하자는 데 핵심이 있다”고 강조한 뒤 “수십 년 동안 논의돼 왔다. 이제는 ‘어떤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를 법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현행 제도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말한 뒤 "지금의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명확하게 방송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특정 스포츠 종목 등에 대해 국민에게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이지, 플랫폼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에 혼선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만약 앞으로도 ‘보편적’, ‘국민’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려면 보다 큰 틀에서의 제도 재설계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은 TF에서도 향후 보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미통위를 포함한 행정부는 이제 사후 규제·이용자 보호, 그리고 조정자 역할에 훨씬 더 적합한 위치에 와 있다"며 "앞으로 통제자의 역할보다는 사업자·이용자, 정부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미디어제도혁신팀 팀장은 “현재 방송 산업은 상당히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며 "방송 광고 매출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제작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방송사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각에서는 국내 방송 산업이 글로벌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기존 방송법은 칸막이식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시청자들은 하나의 매체가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통해 시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 행태의 변화와 미디어 콘텐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보다 정교한 미디어 법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방송 개념을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미디어 서비스’로 확장하고, 콘텐츠 서비스와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인 분류 체계를 구축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미디어 유형이 등장하더라도 정책 공백 없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그간 전통 미디어에 비대칭적으로 적용돼 왔던 과도한 규제는 완화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합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초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들자는 취지다. 대개 통합은 선언이나 정치적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 이후 어떤 지방행정체제를 설계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어떤 행정구조 위에 서야 하며, 그 속에서 광주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이다.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체계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2단계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원칙을 전제로 모든 지방자치제도는 설계되어 왔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위해선, 그 아래에 필연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해야 한다. 즉, 특별시 내부에 자치시, 자치군, 또는 자치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중 어느 곳에도 자치시·자치군·자치구를 동시에 설치하고 있는 행정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광역자치단체 아래에 ‘시’ 또는 ‘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에 다시 ‘자치구’를 두는 구조 역시 현
2026-01-21 편집국 기자
딸기는 지금 한국 농산물 가격 시스템의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채류다. 지난 2일 기준 딸기 소매가격은 100g당 2,820원으로 전년과 평년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같은 날 중도매인 가격(2㎏) 역시 4만 5,980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산지에서는 수확한 딸기를 폐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간다는 얘기다. 딸기는 품목 특성상 비상품, 이른바 파치가 통상 5~10% 발생한다. 모양이 조금만 나빠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유통기한도 짧아 ‘못난이’로 판로를 여는 것도 일반 채소나 과일보다 훨씬 까다롭다. 특히 출하 막바지인 4~5월에는 기온 상승으로 더 빨리 물러져 가공용으로 돌리는 일이 많아진다. ◇왜 딸기를 폐기해야 하나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냉동 딸기 수입이 급증하고 재고가 누적되면서, 가공용 매입이 중단되거나 단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반복됐다. 소비지에서는 딸기가 ‘금값’이지만, 산지에서는 파치가 돈이 되지 않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생산량이 늘었느냐 줄었느냐에 따라 파생된 문제가 아니다. 생과용(소비지·소매)과 가공용(산지·가공)이라는 서로 다른 시장이 단절된 채 움직이면서 야기된 문제
2026-01-21 편집국 기자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는 보조금이 모두 소진될 정도인 약 22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 시에 급속충전기 부족으로 충전이 불편하고 가격도 내연기관차 대비 약 30~50% 높아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보조금이 없으면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과 골든타임 부족 등의 전기차 포비아도 여전하고, 겨울철 주행거리 하락과 히터로 누적 하락 등 불편함도 남아 있다. 또 내연기관차 대비 침수도로 진입 지양과 바닥 배터리에 대한 충격 금지 등 다양한 운행상의 관리도 불편한 항목으로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내연기관차 선호와 석유 자원 활성화 정책, 그리고 유럽에선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종식 선언에 대해서도 미룬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저가 공략으로 인한 두려움까지 가미되면서 전기차 보급은 주춤한 상태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은 배터리 보급 정책을 지양하며 하이브리드차 같은 과도기 모델이 당분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년이 지나면 전기차가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며 무공해 차의 대표모델로 등장할 것이다. ◇ 전기차 안전에 대한 문제 여전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전기차 보급대 수는 약
2026-01-16 편집국 기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또 회의, 모임 등에 참석하지만 정작 마음을 기댈 사람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친구 사귈 나이가 지난 건가?”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고립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 속에 있는 데도 "외롭다"는 감정은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수도권에 사는 대학 친구와 가끔 전화를 주고받는다. 통화 끝에 늘 “살아 있을 때 자주 보자”는 말이 오간다. 말은 참 그럴듯하나 막상 그들을 만난다고 해서 내 고립감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추억은 반갑지만, 지금의 삶을 나눌 이야기는 점점 줄어든다. 서로가 변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위로보다 허전함이 남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동호회나 각종 모임이나 세미나에 나가 보기도 한다. ‘이번엔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가지만 대부분의 모임은 그냥 모임으로 끝난다. 명함을 교환하고 안부를 나누지만, 그다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쉽지 않네”라는 실망감만 남는다. 필자가 이런 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한창 활동할 때 한 세미나에 참석하며 명함을 쇼핑백에 잔뜩 넣고, 쉬는 시간마다 사람들에게 다
2026-01-12 윤영무 본부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민주주의, 정의,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 그리고 미국인의 안전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조롱에 가깝다. 납치는 국제법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납치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포되었던 법과 정의, 인권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는 또,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이며 노벨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폄훼했고, 여러 번에 걸쳐 "미국이 이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나라 국민을 해방하기 위한 임무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존재가 러시아의 주권 수호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나라(정확히는 러시아와 동일시하는 소련)가 건설한 기반 시설을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는 마치 마두로가 미국 기업들이 건설에 이바지한 석유 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재산 강탈을 저질렀다고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하다. 물론
2026-01-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경제 수도의 바탕은 시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서울을 ‘대한민국의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구상은 단순한 수사나 도시 브랜드 전략이 아니다. 이미 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저성장 국면에서, 수출만으로는 국민의 체감 경기를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정치적 선택에 가깝다. 이제 성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이며, 수도의 경쟁력은 초고층 빌딩과 금융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울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도 최근 식료 가격 급등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도시 차원의 핵심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2025년 뉴욕시장 선거 과정에서 시장 후보였던 조란 맘다니는 ‘시 소유 식료품점(Municipal grocery stores)’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뉴욕시 5개 자치구에 시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설치해, 임대료와 재산세, 과도한 유통 비용을 제거한 가격으로 기본 식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맘다니 뉴욕시장의 구상은 민간 유통을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도시가 최소
2026-01-05 편집국 기자
예전에 주한 영국대사를 지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나라를 일컬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가 아니라 '아침마다 놀라는 일이 생기는 나라(The land of morning surprise)'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고,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한국의 정치를 표현했던 것인데, 그분이 계엄령 선포 이후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이제는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일들이, 일 년 동안에도 몇 차례나 발생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한국의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삶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힘들지만, 외국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압축 성장’이라고 표현하면서, 무슨 일이든 급하게 진행하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기에, 우리가 겪은 혼란과 아픔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년은, 그렇게 치부하면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가슴 졸이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 돌이켜 보면 '
2026-01-05 편집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각 부처 업무보고는 엘리트 집단의 권위 의식과 자기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 생중계로 국민과 함께 숨쉬는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실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총리와 장관) 및 일부 배석기관장(처장)만 참여하는 국무회의의 생중계도 매우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실장(1급 공무원)과 국장(2급 공무원)까지 참여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점까지 보고하고 토론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공개되었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역대 각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업무보고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고위공무원들은 업무 영역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국민을 상대로 친절한 설명 한 마디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가 기획했고, 내부 보안 문제가 있으니 국민들은 우리를 믿고 오면 된다는 식이었다. 또 정부의 업무보고에 실장과 국장이 모두 참석하긴 했으나 녹화 후 송출 방식으로 '일부만' 공개한 적이 있을 뿐이어서 국정 홍보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정부의 업무보고 생중계는 정말로 국민이 국정 운영에 참
2026-01-02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