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재개발 사업(이하 성수4지구)이 지난달 9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지만 조합의 절차를 무시한 재입찰 공고와 번복, 입찰 참여 건설사들의 홍보지침 위반 등이 겹치면서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게 됐다. 이번 입찰무효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이 빨리 진행되기를 바라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기자가 지난 11일 성수4지구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결과,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이미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고 또 타 건설사가 새로 참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조합원들은 두 건설사 중 어느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도 크게 불만이 없고,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 등 승인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 강변북로·영동대로 인접한 입지...소규모 아파트 다수 성수4지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최근 서울시의 통합심의도 통과한만큼 4개 지구 중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다. 성수 1지구는 GS건설이 단독 입찰했고. 2지구는 얼마 전 조합 새 집행부를 꾸렸다. 3지구는 4~5월쯤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성수 4지구는 최근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약 8만9828㎡ 부지에 지하 6층부터 지상 64층까지 10개동 1439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계획이 확정됐다. 총 공사비만 1조3628억원이다. 성수4지구는 성수동2가 영동대로와 영동대교 부근과 인접한 지역이며 두산위브와 대명루첸이 자리잡고 있다. 외지인들은 이 두 아파트로 성수4지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구역 내 있지만 재개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강변북로와도 입접해 있다. 지역 내에는 과거 공업지대였던 탓에 오래된 공장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낡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들도 자리하고 있으며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단독·다세대 주택들도 밀집해 있다. 지역을 가로지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서는 소규모 상점들, 가게, 부동산 등이 늘어서 있었다. ◇ 조합원들 “시공사 선정보다 빠른 심의 통과가 우선” 기자는 무엇보다 이번 시공사 선정 입찰에 대한 조합원들의 민심이 궁금했다. 동네 사정을 잘 안다는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조합의 잘못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데 조합이 절차를 지키지 못한 점이 이번 입찰 무효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입찰 지연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이곳에서 8년째 있다는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이 지연된 것 보다는 통합심의를 예상보다 빨리 받은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공사는 대우건설이나 롯데건설 중 어느 곳이 시공사로 선정되도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누가 잘못했느냐 의견도 나왔다. B 대표는 “절차적 잘못이라기 보다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대우건설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현 조합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통합심의를 신속하게 통과시킨 현재 조합 집행부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한 차례 내홍을 겪은 뒤 새로 뽑은 조합장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각 건설사들의 홍보전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지금 조합에서 홍보 금지를 못박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공식적인 홍보를 전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롯데가 좀 더 오래 이곳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안다”면서 “인근 영동대로변에 롯데캐슬 단지가 들어서 있는데 믿을만 한 샘플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 단지 가격도 많이 올랐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성수4지구 내 매매 거래 현황에 대해서는 “거래는 10.15 대책 이후 전혀 없지는 않은데 거래량은 한 10분의 1로 줄었다고 보시면 된다”고 전했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이나 현대가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조합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오는 13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향후 절차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obile Trading System, MTS)에서 전산 장애가 연속해서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충돌로 야기된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거래량이 급증하자, 증권사 시스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며 잔고 오류·주문 지연 등 장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잇따른 사고에 긴급 점검에 나서며 대응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만 수차례 전산 마비...증권사 시스템 안정성에 경고등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에서 전산 장애가 잇따르며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토스증권은 1월 2일 약 36분간 주문 접수와 체결이 중단됐고, 같은 달 14일과 2월 26일에도 종목·잔고 조회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 불만이 집중됐다. 한국투자증권에서도 이달 5일 퇴직연금 ETF 계좌 잔고가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해 장 초반 거래가 불가능하거나 수익률·보유 수량이 비정상적으로 표기되는 혼선이 빚어졌다. 1월에도 모바일 메인 화면 일부 메뉴가 접속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LS증권은 1월 27일 해외주식 잔고 조회 오류가 발생했으며, 갑작스러운 주문 트래픽 급증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일부 서비스 지연이 발생해 조회 기능이 불안정했다. 이달 9일에는 한국거래소(KRX) ETP 매매체결 시스템에서 데이터 불일치로 인한 지연이 발생하며 KODEX WTI원유선물(H) 등 일부 상품에서 체결 장애가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가 단순한 개별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식 거래는 HTS나 웹 기반 WY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사용 빈도를 보면 스마트폰 기반 MTS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직장인·초보 투자자의 시장 진입 증가, 증권사의 UX·AI 기능 강화, 알림 기반 단기 매매 확산 등이 맞물리며 개인투자자의 거래 중심이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한 결과다. 그러나 모바일 중심 거래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전산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 사태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원유·에너지 관련 상품에 거래가 몰리고, 주문 폭증이 시스템 처리 용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MTS는 HTS보다 접속량 변동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으며, 단순 서버 증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병목 현상이 누적돼 장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거래 확대 속도에 비해 전산 인프라 개선이 따라가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며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장애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프리마켓·애프터마켓 도입 등 거래시간 확대 역시 전산 부하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장애가 반복될 경우 시장 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앱 이용자 59% 불만...금감원 ‘전산 인프라 전면 점검 금융당국도 문제가 되풀이되자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9일 증권사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정보기술최고책임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전산 시스템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간담회에서 시스템 관계기관들에게 △CPU·메모리·스토리지 등 전산 자원 임계치 모니터링 강화 △시세 조회·주문 접수·체결 등 핵심 서비스 부하 테스트 강화 △장애 발생 시 즉각 복구 및 대체 주문수단 안내 △필요 시 긴급 전산 자원 증설 등을 요구했다. 특히 금감원은 “어떠한 시장 상황에서도 전자금융거래를 하는데 있어 소비자의 불편 없이 원활한 시스템이 제공돼야 한다”며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증권사 앱을 이용한 소비자 중 59%가 불만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50.8%는 시스템 오류·접속 장애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잔고·수익률 표시 오류는 투자자가 자산 상태를 잘못 판단하게 만들고, 주문 지연은 급등락 장세에서 실질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를 단순한 일시적 사고가 아니라 모바일 중심 영업 확대에 비해 전산 인프라 개선이 뒤처진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프리마켓·애프터마켓 도입 등 거래시간 확대 역시 전산 부하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거래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장애가 반복될 경우 시장 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 ‘X’(구 트위터)에 ‘약속은 지킵니다 – 국민주권 정부’라는 글을 게시했다. X에 “18개월 군대 갔다 왔더니 연금도 18개월...내년부터 복무 전 기간 인정”이라고 짤막하게 적은 후 관련 기사를 링크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오는 2027년부터 군 장병들의 복무 전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 복무 크레딧 제도’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 같은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 석유 비축량(SPR)에서 1억7200만 배럴을 방출하도록 승인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32개 회원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총 4억 배럴 규모의 원유·정제유를 공동 방출하기로 만장일치 합의했다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방출 승인 조치가 다음 주부터 시행되며, 계획에 따라 약 120일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 행정부가 전략 비축량을 고갈시켰다고 평가하며, 현 정부는 향후 1년 안에 약 2억 배럴을 재비축해 소모량보다 20% 이상 많은 양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재비축 과정이 납세자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라이트 장관은 이란과의 긴장 상황에도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수십 년간 미국과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해 왔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러한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강조하며, 국제적 불안정 속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커피가 퇴비가 되고, 퇴비가 채소가 되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는 치유와 힐링, 위기 대응 먹거리 교육, 사회적경제 활성화, 원 헬스(One Health)의 실천이 제각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필자가 그리는 서울의 청사진이다. 서울의 도시 문제를 따로따로 보면 해법도 흩어진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은 복지 문제로, 반려동물 증가는 생활 문화 문제로, 커피박은 폐기물 문제로, 도시농업은 취미나 교육 문제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환경 정책도, 단순한 복지 정책도 아니다. 도시민의 정서적 고립을 줄이고, 도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 생명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 외로운 서울 그 출발점은 서울의 생활 구조 변화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19.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 보유 가구 가운데 36.4%가 1인 가구다. 서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9.3%로 나타났다. 더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외로움’이 1인 가구의 어려움 가운데 주요 항목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즉 서울의 반려동물 증가는 단지 취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도시 생활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가 생활 문화의 형태로 드러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인 가구가 겪는 외로움에 대한 도시 행정의 응답은 무엇이어야 할까? 반려동물이 정서적 동반자라면, 그다음 살펴볼 게 반려식물이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34%, 약 1,745만 명의 인구가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응답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비율이 37.2%로 가장 높았고,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압도적이었다. 관련 산업 규모는 총 2조 4,215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식물 자체 산업이 1조 1,856억 원,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관리 산업이 1조 2,359억 원에 이른다. 반려식물 키우기는 더 이상 작은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에서 사람이 자연과 관계를 맺고, 돌봄을 실천하며,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하나의 생활 문화다. ◇ 도시 농업의 의의 특히 서울처럼 1인 가구가 많은 도시에서 반려식물은 자연의 축소판이자 치유 장치가 될 수 있다. 물을 주고 생장을 살피고, 씨앗이나 모종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단순한 원예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다시 계절과 생명의 시간으로 연결하는 행위다. 반려동물이 사람과 동물의 동행이라면, 반려식물은 사람과 자연의 동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생활 속에서 확장되는 공간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경험을 통해 시민이 자연의 순환을 직접 체험하는 생활 생태 공간이기 때문이다. 베란다 텃밭이나 상자텃밭, 학교 텃밭 같은 도시농업 공간에서는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정서적 치유가 이루어지고, 반려동물과 함께 머무는 생활 녹지도 만들어진다. 따라서 도시농업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1인 가구의 치유와 힐링, 먹거리 시민교육,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도시 복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반려식물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도시 생태와 먹거리 교육을 연결하는 도시 정책의 언어가 된다. 그러나 도시농업의 의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식량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대에 도시농업은 도시의 생태 기반을 회복하고, 시민의 먹거리 대응력을 높이는 생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 ◇ 도시 문제의 연결고리 문제는 도시농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토양과 퇴비 같은 기본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상자텃밭이든 베란다 텃밭이든, 학교 텃밭이든 옥상 텃밭이든, 이를 지속적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건강한 토양과 유기물 기반의 퇴비가 필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서울의 또 다른 도시 문제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커피 수입액은 13억 7,846만 달러(약 1조 9천억 원)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다. 커피 소비가 늘어날수록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피박도 함께 증가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커피박 발생량은 연간 약 35만 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카페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그 발생량이 많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하루 약 145톤의 커피 찌꺼기(커피박)가 배출된다. 서울의 커피전문점은 1만 3,516개소로, 전국의 약 19%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특히 서울시는 커피 원두의 약 0.2%만 실제 음료로 추출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커피박으로 남는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향긋하게 소비하는 커피 한 잔 뒤에 상당한 규모의 유기성 폐기물이 남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이 폐기물이 도시 생명을 살리는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커피박은 유기물 함량이 높아 발효 과정을 거치면, 양질의 퇴비로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일부 자치구는 커피박 재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강남구에서 수거된 커피박은 약 540톤으로, 서울시 전체 수거량 2,405톤의 22%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수거된 커피박을 퇴비와 고형연료 등으로 활용하는 민관협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새로운 모색 이 지점에서 서울시는 중요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의 외로움 해소를 반려식물과 연결하고, 반려식물을 도시농업으로 확장하며, 도시농업의 양분이 되는 퇴비를 커피박으로 만드는 구조다. 이것은 단순한 자원순환의 해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도시의 생태를 함께 돌보는 정책이다. 더 나아가 이는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충격, 식량위기에 대한 도시의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서울은 식량 생산 기반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소비 도시이며, 외부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제 물류 충격이나 에너지 가격 상승, 비료 가격 급등이 곧바로 시민의 먹거리 물가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도시농업은 단순한 체험 영역이 아니라, 위기 대응형 시민 먹거리 교육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단지 상추 몇 장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토양, 퇴비, 생태, 먹거리, 공급망, 지역 순환을 시민이 직접 배우는 과정이다. 반려식물과 상자텃밭은 정서 치유 장치이면서 동시에 식량위기 대응 교육 플랫폼이 될 수 있다. ◇100만 상자텃밭 프로젝트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100만 상자텃밭 프로젝트’다. 서울의 약 400만 가구 가운데 25% 수준인 100만 가구가 상자텃밭이나 반려식물을 직접 가꾸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보급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도시 안에 생명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그 의미는 크다. 카페는 커피박을 분리배출하고, 자치구와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를 수거해 발효 과정을 거쳐 커피퇴비로 전환한다. 시민은 상자텃밭과 반려식물, 학교 텃밭, 옥상 텃밭 등에 그 퇴비를 활용한다. 도시에서 소비된 커피가 다시 토양을 살리고 식물을 키우는 자원으로 돌아가는 도시 생명순환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시민은 단순히 채소 몇 포기를 기르는 경험을 넘어 치유와 힐링을 얻는다. 아이들과 청년, 노년층은 텃밭을 통해 먹거리와 생태를 배우고,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동시에 사회적경제 조직은 커피박 수거, 퇴비 생산, 도시농업 교육, 지역 먹거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즉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시농업 사업이 아니다. 복지, 환경, 교육, 사회적경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도시 정책 플랫폼이다. 도시의 폐기물이 자원이 되고, 시민의 참여가 도시 생태를 회복시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경제 활동이 태동한다. 생명순환 마일리지 하지만 이러한 생명순환 구조가 실제 도시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주체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낼 매력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마을 카페가 커피박을 분리배출하면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마을기업이 이를 수거해 퇴비로 전환하고, 자치구가 이를 시민의 상자텃밭으로 다시 공급하는, 촘촘한 순환 네트워크 형성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생명순환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생명순환 마일리지’는 시민이 일상에서 생태적 실천을 할 때 적립되는 탄소중립 포인트다. 이는 무거운 흙을 옮기는 수고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 속의 즐거운 경험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다음과 같이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카페와 시민의 연결이다. 개인 컵(텀블러)을 사용해 음료를 주문하거나, 카페에 비치된 소포장 ‘커피퇴비’를 시민이 직접 수령해 갈 때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카페를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지역 생태 순환의 거점으로 변화시킨다. 둘째, 디지털 생태 기록의 활성화다. 시민이 자신의 상자텃밭이나 반려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사진 촬영해 전용 앱을 통해 인증하거나 식물 상태를 공유하게 하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반려식물 병원’의 온라인 상담을 이용할 때 축적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데이터 기반 도시농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셋째, 나눔과 돌봄의 실천이다. 직접 키운 채소나 꽃을 지역의 ‘공유 냉장고’에 기부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의 반려식물을 대신 관리해 주는 ‘돌봄 봉사’에 참여할 경우 높은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적립한 마일리지는 대중교통 이용료, 공공시설 이용료, 혹은 새로운 모종과 씨앗 구매 비용 등으로 환원되어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 생명순환 도시, 서울 이러한 참여 시스템이 구축되면 도시의 생명순환 구조가 시민의 일상 속 생활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커피 한 잔의 소비가 텃밭의 토양을 살리고, 시민의 작은 실천이 도시의 생태를 회복시키는 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려동물 정책까지 결합하면 도시 철학은 더욱 분명해진다. 반려동물 공공 놀이터 확대, 유기동물 입양 지원, 반려동물 공공 의료 지원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다. 반려식물과 상자텃밭은 사람과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 생태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커피박 순환은 사람의 소비가 다시 생명을 살리는 자원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자원순환 정책이다. 반려식물과 반려동물 정책이 연결되는 순간, 도시 정책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복지 정책, 환경 정책, 농업 정책, 동물복지 정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 구조 속에서 작동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원 헬스’의 도시형 실천이다.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개념이다. 사람의 건강, 동물의 복지, 식물의 성장, 토양의 회복, 도시 생태의 재생이 하나의 선 위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사람의 삶의 질과 도시의 생태 건강이 동시에 회복되는 방식이다. 커피 한 잔의 소비가 도시의 생명을 살리는 자원이 되는 도시, 사람·동물·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순환 도시, 그것이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에 서울시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도시 문명이다.
한미약품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12일 공시를 통해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안건으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사내이사 선임안이 포함됐다. 황 대표는 주총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현재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박재현 대표에 대한 재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박 대표는 33년간 한미그룹에 몸담은 인물로 최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와 갈등을 빚었다. 사내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임원에 대한 처벌 문제와 최대주주의 경영권 간섭 문제가 겹치며 갈등이 심화됐다. 박재현 대표는 이날 이사회가 끝난 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임기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대표로서의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저희 작은 저항과 외침이 ‘임성기정신’ 보존의 중요성에 경종을 울리는 작은 밀알이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와 이사회에 “경영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임성기정신’과 ‘품질경영’의 가치는 합심해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황상연 내정자는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황 내정자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한미약품 역사상 첫 번째 외부 영입 대표가 된다.
커피가 퇴비가 되고, 퇴비가 채소가 되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는 치유와 힐링, 위기 대응 먹거리 교육, 사회적경제 활성화, 원 헬스(One Health)의 실천이 제각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필자가 그리는 서울의 청사진이다. 서울의 도시 문제를 따로따로 보면 해법도 흩어진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은 복지 문제로, 반려동물 증가는 생활 문화 문제로, 커피박은 폐기물 문제로, 도시농업은 취미나 교육 문제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환경 정책도, 단순한 복지 정책도 아니다. 도시민의 정서적 고립을 줄이고, 도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 생명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 외로운 서울 그 출발점은 서울의 생활 구조 변화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19.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 보유 가구 가운데 36.4%가 1인 가구다. 서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9.3%로 나타났다. 더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2026-03-13 편집국 기자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입니까?”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질문이 있다면, 2003년 이라크전 당시, 전쟁을 취재하던 기자가 장군에게 던진 이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훗날 미군 총사령관이 되는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당시 소장이었다. 질문을 던진 기자는 퓰리처상을 받은 전쟁 기자 릭 앳킨슨이다. 이처럼 전쟁의 시작은 언제나 명확하지만 끝은 늘 불확실하다. 그 질문이 다시 중동으로 되돌아왔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이 맞물린 현재의 긴장은 많은 사람에게 “이 싸움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2013년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의 보수성향 칼럼기고자인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은 오늘(3월 10일)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에서 네 가지 종전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불확실한 미래를 비교적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민중 혁명이다. 수백만 명의 이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현재의 억압적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란 사회 내부에는 이미 강한 불만이 축적돼 있다. 젊은 세대는 종교적 통제에 염증을 느끼고, 경제는 제재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독재 정권이 외부
2026-03-13 편집국 기자
바닷속에는 ‘우렁쉥이’라는 생물이 있다. 흔히 술안주로 즐겨 찾는 ‘멍게’다. 이들은 굴이나 산호처럼 평생 한 곳에 달라붙어 고착 생활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유년기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우렁쉥이 유생은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척삭과 신경관, 그리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원시적인 뇌와 눈이 존재한다. 입을 벌릴 수 없어 뱃속에 품고 태어난 난황의 영양분만으로 버텨야 하는 이틀.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렁쉥이 유생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자신이 평생 머물러야 할 안식처, 즉 단단한 바위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과업이 완료되어 마침내 평생의 안식처에 안착하는 순간, 우렁쉥이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뇌와 척삭을 소화해 먹어 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인 뇌부터 소화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뇌가 사라진 후에 비로소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뱉어내는 출수공이 생긴다. 이제 우렁쉥이는 죽을 때까지 바위에 붙어 입만 벌린 채, 흘러들어오는 플랑크톤을 수동적으로 걸러 먹으며 평생을 보낸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olpert)는 이 우렁쉥이의 일생을 언급하며 “뇌는
2026-03-09 편집국 기자
유튜브 플랫폼 역사상 가장 가장 빠르게 성장한 채널은 미국의 ‘미스터비스트(MrBeast)이라고 불리는 지미 도널드슨(Jimmy Donaldson)이 운영한다. 그의 메인 채널 구독자는 약 3억 명 이상이고, 여러 언어 채널과 보조 채널까지 4억~5억 명 수준의 구독자를 거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 인구보다 많고 세계 최대 방송사 몇 곳을 합친 시청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선 영상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초콜릿 브랜드, 패스트푸드 체인 등을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개인 미디어 권력 중 한 사람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은행과 유사한 금융 앱인 스텝(Step)을 인수해 금융사업까지 뛰어들었다고 한다. 금융 앱, 스텝(Step)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카드 사용과 저축, 신용 관리 등을 쉽게 경험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특히 부모의 계좌와 연동해 안전하게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투자나 신용, 돈 관리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릴 때 갖지 못했던 금융 교육의 기반을 다음 세
2026-03-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오늘의 이란 사태를 이해하려면 ‘왜 자원 부국이 어떻게 어려운 길로 들어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흔히 이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병’이다. 천연자원 수출이 급증하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제조업과 농업이 약해지며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네덜란드에서 196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된 이후 나타난 경제 현상에서 유래했다. 이란 역시 석유라는 축복 속에서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 이란은 겉으로 보기에 번영의 나라였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었고,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중동의 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백색혁명’이었다. 백색혁명은 토지 개혁, 여성 참정권, 교육 확대 등 겉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개혁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지 개혁은 농민에게 충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도시로 떠났다. 이들이 도시 변두리에 모여 살며 거대한 빈민층을 형성해 나중에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온 돈은 사회 전체로 퍼
2026-03-0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
2026-03-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징역은 법정 최저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신빙성, 절차적 공정성 등에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어떤 판결이든 의견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논쟁은 다 시 진영의 언어로 굳어가리라.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법도 한데 이번 재판을 지켜보며 유독 한쪽이 쓰렸다. 왜 그랬을까? 분열에 익숙해져서거나 재판이라는 제도가 갈등을 잠재우는 마지막 판결문이 되어 공동체를 설득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1심 판결이 나온 후 필자는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약 2000년 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떠올렸다. 노예였다가 주인으로부터 풀려나 철학자가 된 그는 로마 제국, 특히 스토아 철학이 크게 번성하던 때 활동했다. ‘세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가르친 그의 철학적 힘을 빌리면, 세상의 저울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2026-02-28 윤영무 본부장 기자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은 헌법을 고칠 수도, 법을 만들 수도 없다. 입법권은 오직 국회에만 있고(헌법 제40조), 국민은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정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부른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을 ‘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추첨을 통해 작동했다. 아테네의 500인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들이 1년 임기로 교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왜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귀족정의 원리이고, 추첨은 민주정의 원리”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엘리트를 선출하지만, 추첨은 평범한 시민 누구나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추첨제가 중세까지
2026-02-24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