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Slate)’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SK온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총 6년간 약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슬레이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준중형급 전기차 약 3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양사는 향후 생산량 확대에 따라 공급 규모도 늘려갈 계획이다.
슬레이트는 2022년 미시간주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 2도어 전기 픽업트럭을 준비 중이다. 차량 가격은 3만 달러 이하로 책정할 계획이며, 단일 색상으로 출시되는 대신 DIY 키트를 통해 외관과 내부를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루프랙 장착이나 5인승 SUV 형태로의 변형도 가능하다.
해당 차량에는 SK온의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다. 고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성능을 고루 갖춘 이 제품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SK온은 배터리를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2019년부터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SK온은 2022년 양산을 시작했고, 안정적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고객 신뢰를 확보해 왔다. 현재 미국 내 신규 공장 3곳의 상업 가동(SOP)을 앞두고 있으며, 2026년 말까지 미국 생산 능력이 글로벌 CAPA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력은 SK온의 배터리 공급이 프리미엄 차종 위주에서 중저가 모델로 확장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고성능 배터리를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전기차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레이트는 2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신차 공개 행사를 열고, 새 전기 픽업트럭을 공식 발표했다. 행사에는 슬레이트 CEO 크리스 바먼과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SK온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도 현장을 찾아 양사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크리스 바먼 슬레이트 CEO는 “슬레이트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극대화한 트럭 플랫폼 기업”이라며 “SK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차별화된 혁신 차량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이번 협업은 SK온의 기술력과 현지 양산 역량에 대한 신뢰를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고품질 현지 생산 배터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