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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은 충돌할까?

왕선택 칼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백악관 주인으로 되돌아는 상황에서 가장 긴장한 나라는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2018년 6월 중국 상품에 대해 특별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을 촉발한 당사자가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주요 장관 후보들 면면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는 요소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나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은 모두 트럼프 당선인의 충실한 제자들로 중국 견제와 압박을 위한 돌격대원을 자임했다.

 

트럼프가 구상하는 국가 정책 방향에서 중국 때리기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의 저학력, 저소득층, 즉 서민층이 혐오하는 대상을 지적하고, 그들을 공격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서 인기를 얻었다.

 

그가 지목한 대상은 내부적으로 엘리트 기득권층이다. 이들은 상원과 하원 의원 등 워싱턴 정치인과 뉴욕 월스트리트 부자들, 주요 언론 매체와 언론인, 군과 정보 기관, 국무부 등 외교안보 분야 정부 기관과 법무부 등 법집행 기관 종사자 중에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로 트럼프는 이들을 색출해서 분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때리기와 동맹국 비틀기를 준비 중이다.

 

중국 등지의 저가 상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와서 미국 기업을 파산하게 만들었고,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와서 백인 서민층 일자리를 빼앗아갔고,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들이 미국을 호구로 여기면서 안보 비용을 미국에 전가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중국을 때리면 미국에서 중국의 저가 상품이 사라지고, 미국 기업들이 시장으로 돌아오고, 백인 서민층이 일자리를 되찾고, 중국이 무릎을 꿇고 미국에 용서를 구하는 상황이 올까?

 

결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가 중국을 때리기 시작한 것이 2018년 6월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난 6년 반 동안 얻어맞은 중국은 어떻게 됐는가? 주로 경제 분야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중국은 건재하고, 오히려 맷집만 커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반응을 보면 트럼프 스타일의 압박과 바이든 스타일의 압박을 모두 경험한 만큼 트럼프 2기를 포함해 미국이 추진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압박에 대항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에서는 특히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트럼프 정부의 중국 압박 정책에는 효과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아마도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된다고 해도 중국 때리기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활동 모습, 그리고 중국 외교부 움직임을 보면 중국의 구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행사에 중국 기업인 등 수백명 규모의 대표단을 데리고 참석했다. 리마에서 열린 창카이 초대형 항구 개항식에 참석했는데, 중국 자금 수조 원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브라질 방문은 국빈 방문 일정으로 진행했다. 또 이번 다자외교 기간에 시 주석이 만난 외국 정상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다.

 

시 주석의 양자 정상회담 일정 중에서 한국과 일본,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은 중국과 외교적으로 갈등과 마찰이 존재하는 나라였고, 대부분 국가들이 미국의 중국 압박에 참여하는 서방 선진국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시 주석은 이번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모순이 있었던 나라들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표에 집중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장면은 2020년 전후 이른바 전랑외교를 전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지탄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외교 전략의 중대 변화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인도와의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두 나라 관계 개선 기조를 재확인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중국이 트럼프 2기를 앞두고 한국, 일본, 인도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갈등과 모순 요인을 제거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달 초 중국이 뜬금없이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중국 입국을 허용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의 정상외교를 포함해 중국 외교의 변화를 트럼프 2기 대응으로 해석한다면 중국은 2018년 6월 직후 보여줬던 대응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술적으로 보면 다소 세련된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 대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이면서도 정면 충돌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미국 동맹국과 우방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상대로 적극적인 경제 지원과 협력을 제공하면서 환심을 사는 방식은 동일하다.

 

중국은 또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부과를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하고 중국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각인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와 함께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전략에 맞서서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교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미국과 서방 진영 국가들의 요구에 일부 순응해서 첨단 기술과 통상 분야, 기업 관리에서 불공정 관행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6년 전과 다른 부분은 전랑외교가 배제되는 움직임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효과적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데도 버티기 이상의 상황 역전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바로 전랑외교로 대표되는 국가 이미지 관리 실패, 즉 공공외교 실패에 있었다. 최근 중국 외교를 보면 전랑외교 요소는 아직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지금의 전술 기조를 이어간다면 미국은 중국을 쉽게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중국이 볼 때는 긍정적인 요소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내외적으로 과격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2026년 11월 중간선거가 유효한 시한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이 국내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랑외교를 비롯해 중국의 국내 정치 요소에 집중하면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하는 행보를 재연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런 경우가 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트럼프 2기 초기 미국과 중국은 최소한 한 차례 강하게 충돌하겠지만, 이후에는 서로의 국내 정치 상황에 집중하면서 미중 대결은 형식적인 의미가 강조되고 내용적으로는 소강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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