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모그리지의 명제는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해 도로를 확대하지만, 체증은 풀리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새 도로가 뚫리면 당장 차를 끌고 나올 예비 수요라는 것이 존재해 새로운 도로가 깔리자마자 그 용량을 채워 버려 도로 확장이나 개통은 통행시간을 줄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열심히 도로를 늘리지만 교통체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기후위기시대에 시민들이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을 늘리는 일이다.
국내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500만 여대로 국민 2명당 1대로 꼴로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유자 10명 중 9명은 하루에 차를 이용하는 시간이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주차장에 많은 자동차들이 하루종일 주차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현실을 알 수 있다.
자동차로 인한 환경문제, 주차문제, 교통문제, 경제적 비용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시민들은 차에 욕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중심의 교통정책, 대중교통·녹색교통에 대한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날이 갈수록 기후위기는 심각해지지만 이에 대한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대응은 미약하기만 하다.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해 혁신적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될 때이지만, 온탕속의 개구리처럼 변화에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은 교통문제부터 혁신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9유로 교통실험과 녹색교통
지난 22년 독일은 여름 3개월 동안 9유로(한화 약12,000원)교통 티켓을 판매하는 특별 정책을 시행했다. 독일 전역에서 운행되는 시내 및 근거리 버스와 기차에 적용되는 티켓이다.
장거리 기차와 버스를 제외한 시내교통 중심으로 한달에 9유로만 내면 무제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대중교통 실험이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9유로티켓을 발행하자, 한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던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타기 시작했고, 88%의 시민들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9유로티켓으로 감소된 이산화탄소량도 엄청났다. 한달에 약 60만톤의 CO2가 감소된 것으로 나왔다. 혁신적인 대중교통 정책과 함께 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의 혁신정책도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국민 1700만명이 2340만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어 ‘자전거의 나라’로 불린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가 전철보다 3배가량 속도가 더 빠르다. 그 이유는 ‘자전거 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에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 등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는 완벽히 분리되어 있고 자전거를 위한 신호등도 따로 설치되어 있어 차들이 멈추고 자전거만 지나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도심은 도보자와 자전거 이용자만 들어올 수 있어 차 없는 공간이 되었으며, 콜롬비아도 일요일과 공휴일에 주요 도로를 막고 도보자와 자전거 이용자만 지나가게 한다.
우리 사회도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해 과감한 교통정책의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녹색교통을 인프라를 강화하고, 필요할 때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면 시민들의 참여와 만족도는 높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 다양한 형태의 개인이동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고 연계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녹색교통과 연결하는 혁신적 복지정책
자동차 생산업체는 대기업이고 자동차의 구매자도 중산층 이상이겠지만, 차가 없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은 청년이거나 저소득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어차피 복지 수혜자가 될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가 이들에게 과감한 혜택을 주는 것은 탄소도 줄이고, 불평등도 줄이는 1석2조의 정책이 ‘생태복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걷거나 자전거 이용시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김천시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일회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소득공제를 해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자. 도보나 자전거 이용의 증거는 만보기, 스마트폰 앱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에서는 노동자가 출퇴근시 자전거를 이용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미국의 구글 회사도 노동자들이 자전거와 관련된 비용을 쓰면 세제 혜택을 준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있어 충분히 해볼 만 하다.
둘째, 차가 없거나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임산부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고, 서울시의 경우 19-24세 청년 중 15만명을 선별해 연간 최대 10만원의 대중교통비를 지원했다. 이를 확대하여 차 없는 모든 이에게 소액이라도 교통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또한 현재 70세 이상 노인이 면허를 반납할 때 10만원권 교통카드를 지급하는데 이러한 혜택을 노인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인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미 안산, 화성, 광명, 남양주 등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재 지하철 적자의 한 원인으로 노인 무임승차가 문제시되고 있는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노인들에게 지하철 무료이용권이 아니라, 교통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하면 노인들은 불필요한 지하철 이용을 자제할 것이고 또한 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노인의 존엄성과 자유도 회복시킬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꽉찬 전철을 이용하는 노인의 경우 무임승차하면서 사람들에게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의 전철 무임승차는 노인의 존엄성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노인들에게 무료승차권 대신 직접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이 보다 효능감이 있다.
지난 여름에 체험했던 것처럼 기후위기는 비상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기존의 관행적인 정책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사고와 사회적 실험이 필요하다. 국가와 같은 큰 기구가 전면적인 실험을 하기는 쉽지 않기에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혁신정책을 실행하고, 확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와 중앙정부는 이를 전향적으로 사고하고, 지방정부는 혁신적으로 실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