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강서구 경서중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오는 2027년 3월 문을 닫게 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 사태로 인해 ‘인구 절벽’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12일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경서중학교 통폐합 예정에 따른 2025학년도 1학기 미배정’ 확정 공고를 내고 “소규모 학교의 적정 규모화를 통해 교육과정 운영을 정상화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가양동에 있는 공립 중학교인 강서중학교는 1950년 경기공업중학교에서 분리돼 개교했고, 1968년 마포구 공덕동으로 옮겼다가 1993년 현재 위치인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경서중 1학년 학생 수는 27명으로 2022년에는 34명, 지난해에는 36명이 입학했다. 2027년 폐교가 결정되면서 추후 학교 부지 활용 방안은 서울시교육청이 검토할 예정이다.
문제는 앞으로 서울시내에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뿐만 아니라 폐교 학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2024년 서울 학교급별, 자치구별 학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초등학교 중 전체 학생 수가 240명 이하인 소규모 초등학교는 67곳으로 11%에 달한다. 초등학교 10곳 중 1곳이 소규모 학교인 셈이다.
소규모 중학교(전교생 300명 이하)는 70곳으로 이 비율이 17.9%로 높아진다. 중학생의 경우 이른바 좋은 학교와 학원이 몰려있는 ‘학군지’를 찾아 이사하는 경우가 많아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초등학교 전교생이 100명 미만인 경우도 4곳(강서구 1곳, 은평구 1곳, 강남구 1곳)이나 확인돼 통폐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전망이다. 해당 초등학교는 모두 학급당 인원수가 10~14명 수준이다. 이들 학교의 경우 폐교는 물론 인근 학교과의 통합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사무실이 밀집한 종로구의 ‘초등학교 소규모 학교’ 비율이 38.5%로 가장 높았다. 종로구의 ‘중학교 소규모 학교’ 비율의 경우 66.7%였다. 용산구도 초등학교 20%·중학교 66.7%, 성동구도 초등학교 30%·중학교 45.5%를 각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천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소규모 학교 비율이 22.2%였다.
한편, 지방의 초등학교의 경우 폐교가 더욱 급격히 확대되면서 지역 공동체의 황폐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올해 10개 소규모 초등학교가 문을 닫은 데 이어 내년 초에도 8개를 추가로 폐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폐교 반대 추진위원장회는 “학교는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구심점인데 폐교로 인해 그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게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학생 수가 확보돼야 한다”면서도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폐교를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