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급가속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언론인 100여명을 대상으로 12일 설명회를 가졌다.
협최 측은 급발진 의심 사고가 대부분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지더라도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등 소비자 불신이 가중됨에 따라 올바른 정보를 공유, 급발진 의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KAMA와 KAIDA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 이호근 대덕대 교수,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 조민제 경찰대학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자동차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와 사고기록장치(EDR), 교통사고 조사 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의 발표 주제로 구성됐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설명회가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고기록장치와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인식 개선 활동이 돼 향후 급발진 의심 사고 예방에 더욱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급발진 공포 조장보다는 페달 오조작 방지 대책·운전자 인식 전환에 초점 맞춰야"
‘브레이크 시스템’이란 주제 발표에서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자동차 제동력은 차량 중량과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고 기념 개념을 우선 설명했다. 이어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돼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하거나 정차한다”고 제동 장치의 원리를 부연했다.
이 교수는 또 “의도치 않은 가속이 일어나면 급발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그간 해온 말이 있어 그렇다”며 “스타트렉만 보고 살면 금성에 사는 여자와 결혼할 것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예시 들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란 주제 발표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 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급발진 의심 현상은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금은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에 관련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는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복잡성이 증가해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커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사고기록장치’ 주제 발표에서 최 교수는 “EDR은 수만건 이상의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서 그 신뢰성은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 결과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며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이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최 교수는 최근 페달 블랙박스 장착과 관련해 “소비자가 돈을 쓰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딥페이크 영상처럼 조작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자동차 회사의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나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을 제조사에 물리는 법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조민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 및 사례’ 발표에서 “급발진 등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EDR 분석과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통해 실체적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정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고 기관의 분석을 신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국과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차가 완전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했던 경우(42건)를 제외한 나머지 사고(321건)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