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5)이 A매치 사령탑 복귀전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축구협회의 졸속행정에 ‘환영받지 못한’ 홍 감독은 비교적 약체인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답답한 경기력으로 반전의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는 올해 7월 개인 두 번째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이 10년 3개월 만에 치른 A매치였다.
‘한국 축구의 암흑 시대’ 등 걸개를 내건 응원단 붉은악마는 경기장에서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싸잡아 비난했다. 양팀 국가 연주 후엔 북소리에 맞춰 “정몽규 나가”라고 구호를 외쳤고, 경기 전에는 양팀 선수 및 감독 소개 때는 홍명보 감독 소개가 전광판에 나오자 야유가 쏟아냈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후 김민재는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고 붉은악마가 있는 관중석으로 다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자제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김민재는 공동 취재구역에서 이런 행동에 대해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못하길 바라고 응원해주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서 그랬을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김민재의 행동에 대해 “그런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면서 “홈에서만큼은 우리가 스스로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저희가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팬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강인은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한국 축구팬들이 홍명보 감독에게 야유를 보낸 것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많이 안타깝고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감독님이 저희와 함께하게 되었고, 오늘이 첫 경기였는데, 응원이 아닌 야유로 시작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결별한 뒤 5개월간 새 감독을 물색하다가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했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급하게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울산 감독을 맡으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커리어 하이를 쓴 홍명보 감독은 시즌도중 축구대표팀을 선택하면서 울산팬들의 비난과 함께 대표팀 무임승차 논란이 동시에 빚어지면서 축구팬들의 야유를 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