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딥페이크 등 불법촬영물을 근절하기 위해 서비스 운영 정지 등 플랫폼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들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수사 기관과 협조를 의무화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진흥원) 주최의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보호할 대상이 사업자인지, 사회적 약자와 아동·청소년인지를 선택할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선 그는 “딥페이크물을 비롯한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 창구가 수사하기 어려운 해외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피해자가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고 정부기관에 삭제를 요청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로부터 삭제를 요청받아 불법촬영물이 발견된 플랫폼에 이를 지우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할 권한이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한국의 실정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처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에서 플랫폼 기업의 불법촬영물 감시·삭제 의무를 부여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다. 동시에 아동보호 법안을 마련해 아동 성 착취 콘텐츠 방지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강화했다.
호주는 '온라인 안전법 2021'에서 아예 딥페이크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독일도 네트워크집행법을 통해 유해 콘텐츠 관리 책임 강화, 불법 콘텐츠 24시간 내 삭제 의무화, 투명성 보고서 제출, 위반 시 최대 5천만 유로(약 742억여원)의 벌금 부과 등 기업의 불법촬영물 근절 장치를 마련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많은 국가가 '약자와 아동·청소년 보호'를 일차적인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며, 사업자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두 가지의 우선순위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삭제를 위해 정부가 나서지만, 외국은 기업이 지운다”며 “만약 여가부가 (불법촬영물이 올라온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만 있다면 관련 범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