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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산업이 지방소멸의 해결사가 되려면?

 

“27년을 이어온 부산 기장군의 멸치 축제가 올해는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고령화로 인해 행사를 안내하고 부스를 운영할 마을 사람들이 없어서라고 한다. 인구 1만5천 명으로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경북 영양군은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 전 군민이 서명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유치에 성공했다. 님비 시설이지만 그거라도 유치해서 지방소멸을 막아보고자 함이다.”

 

지난 5월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린 ‘지방의 미래 치유산업으로 열다' 세미나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행정안전부 정영준 기획조정실장의 말이다. 두 지자체의 사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지자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 실장은 “지역의 인구 급감은 지역경제의 침체와 교육의 해체, 행정비용의 증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복합적 문제를 야기한다”라며 “인구감소는 비단 농어촌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도시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의 인구감소는 더욱 심각하다”며 우려했다.

 

정부가 228개 시·군·구 중에서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 되는 곳은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리고 그 절반의 지역 중 95% 이상이 비수도권 농어촌 지역이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89개 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상 지역에 대해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지원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씩 지방소멸대응 기금을 조성해 인구감소 지역에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최대 3조 원의 투자 활성화 펀드를 조성해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고향사랑 기부제, 교육발전 특구 지정, 빈집 정비 등 지역을 살리기 위해 온갖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자체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역은 소멸의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 놓고만 있어도 될 일인가? 지역소멸을 해결하는 구원투수 있다. 지방소멸의 해결책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은 치유산업이다. 지방의 산과 강과 들, 향토 음식 등 다양한 치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산업화하자는 것이 치유산업이다. 그것으로써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미래를 열자는 목적이다.

 

치유산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과 유지, 증진을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해양자원을 활용한 해양 치유, 숲 자원을 활용한 산림치유 등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총칭이다.

 

◇ 산림치유로 지방소멸을 극복한다고?

 

그중에 가장 먼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산림치유이다. 산림치유는 숲이 가진 다양한 치유 요소 즉, 경관, 소리, 향기, 피톤치드, 음이온, 물, 광선 등이 인간의 신체조직과 생 리적·감각적·정신적으로 교감하여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연희, 2012 치유의 숲 산림관리 기법에 관한 연구. 국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우리나라는 산림청 주도로 산림 치유시설과 프로그램, 치유지도사 양성 등 다양한 산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산림치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유 숲은 현재 49개(국립 11개소, 공립 36개, 사립 2개소)가 운영되고 있고, 조성 중인 곳도 28개소에 이른다.

 

숲에서 하는 산림치유가 심신의 건강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의료처방에도 활용 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숲의 경치를 눈으로 즐기고, 개울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햇빛을 느끼면서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진정 효과를 낸다고 한다. 산림치유는 비단 치유의 숲이나 자연휴양림 외에도 도시 공원 숲, 학교 숲, 마을 숲 등 일상생활 공간에 있는 숲길을 걷거나 다양한 레포츠 활동과 명상 등으로 행해진다.

 

일본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도시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산림욕을 하게 한 후 NK세포 활성도를 조사했다. NK세포 즉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는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 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결과를 보면 산림욕을 하기 전 18%였던 NK세포 활 성도가 산림욕을 한 첫째 날에는 21%, 둘째 날에는 26% 로 증가했다고 한다 (한영조, 제주 숲 치유연구센터 대표· 산림치유지도사, 제주일보 2021.6.2)

 

NK세포는 피톤치드에 노출됐을 때 활성화된다. 산림치유는 혈압관리, 암예방, 면역력 강화, 성인병 예방, 어린이의 아토피 등 환경 질환 예방과 치료, 숲 태교, 정서적 안정 등 그 효과가 인정되면서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 숲에서 건강을 증진하는 산림치유가 지역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도 떠오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00여 명의 주민이 목축업에 종사하던 독일의 작은 마을 바트 뵈리스호펜(Bad Worishofen)은 1855년 크나이프 제바스티안 신부가 자가 치료로 결핵을 치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지 방문객이 증가했고, 1890년 1천 명이 거주하는 마을로 성장했다.

 

산림치유 효과가 알려지면서 이 마을은 현재 1일 5천 명,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게 되면서 거주인구가 1만5천 명 으로 증가했다. 이곳은 현재 23곳의 크나이프 요법 치료시 설과 170여 곳의 숙박업소 등에서 4천 명이 종사하고 있고, 공연과 문화시설을 갖춘 요양 도시로 발전했다. (자료: 지방소멸 대응과 산림치유 활성화, 산림청 2024.5.24.)

 

심상택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우리도 산림치유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지역의 숲으로 방문하게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소멸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 산림청은 치유인프라 등을 구축해 산림치유를 활성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보다는 지자체나 민간이 많이 들어 와야 산림치유 산업이 활성화되어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해양 치유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완도 인구 15만 명이던 전라남도 완도는 현재 5만 명이 무너질 정도로 인구가 급감했다. 10여 년 전 완도가 지방소멸의 위기를 막기 위해 추진한 사업은 해양 치유산업이다.

 

완도는 미세먼지가 가장 적고, 산소 음이온 발생량이 도시의 50배에 이를 정도로 많고, 해저에는 90%가 맥반석으로 깔려 있어 물고기류나 양식 어패류 등 해산물의 맛이 특히 좋다고 한다. 게다가 완도 청정해역에는 약 2천 200여 종의 바다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해양자원이 가장 우수한 곳이다.

 

완도군은 완도의 해양자원을 활용하는 해양 치유센터를 2023년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 1층과 2층 연 면적 약 7,700 평방미터의 건물에는 명상풀, 해조 거품 테라피, 해수 미스트, 스톤 테라피 등 16개의 치유 테라피가 들어서 있다. 완도군은 센터 건립을 계기로 지역 일자리와 소득 창출 및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 주말이면 4~5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숙박시설이 없어서 곤란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해양 치유뿐만 아니라 해조류, 전복 등으로 해양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예산 1,475억을 들여 조성한 국립난대림수 목원과 산림 치유단지 건립에 연이어 나서면서 치유산업 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완도는 청산도 범바위에 ‘기치유’, 윤선도 유적이 있는 보길도에는 ‘문학 치유’와 ‘경관치유’ 등 완도의 섬 전체를 치유의 섬으로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신 군수는 “10년에 걸쳐서 해양 치유산업을 추진해온 완도는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형 숙박시설, 골프장 등 관광기반 시설을 조성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비교 우위에 있는 치유산업의 1번지로 만들어 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21세기 농업, 먹거리 생산에서 치유산업으로 앞서 언급한 산림치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들어온 치유농업을 추진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치유농업(care farming)은 농장 및 농촌 경관을 활용하여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 활동을 의미한다. 텃밭 가꾸기, 곤충을 통한 심리 치유, 원예 치유, 식물 기르기 등 식물, 동물 등 광범위한 농작업 활동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을 지키고 회복하려는 것들이 모두 치유농업의 범주에 속한다.

 

치유농업 이 일반 농사와 다른 점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지방소멸을 극복하려는 절실한 사정도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도 지방소멸에 예외는 아니다. 성재훈 경기 도농업기술원장은 “경기도는 인구가 계속 늘 것 같죠? 그 렇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2067년이 되면 화성시만 제외하고 전체가 인구소멸지역이 될 것”이라며 “지역을 살리기 위한 경기도만의 치유산업을 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 경기도는 농촌진흥청에서 2013년 최초로 치유농업법의 개념을 사용하기 전부터 경기도 치유농업 조례를 만들었다. 현재 경기도 31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치유농업 조례를 두고 있을 정도로 경기도는 치유농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성재훈 원장은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디지털화, 스마트화되고, 하나의 문화산업, 건강을 우선하는 치유산업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라며 “경기도는 은퇴자나 사회적 취약계층 등 참여자의 교육과 복지를 연계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치유농업 서비스 모델을 발전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촌은 과거엔 농식품 생산의 중심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관의 보존과 국민휴식 공간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이 치유산업의 중심지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날도 머잖았다. 지방소멸 해결사 치유산업의 성공조건 치유산업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자는 데는 비단 지역에 정주인구를 꼭 늘리자는 목적은 아니다.

 

인구감소 시대에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많은 사람을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해서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요즘 인구정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른바 ‘관계인구’ 혹은 ‘생활인구’ 개념이다. 통근, 통학, 업무, 관광, 휴양 등의 목적으로 외지인을 많이 오도록 하여 그 지역에 오래 생활하며 체류하게 하자는 것이다.

 

2024년 정부가 실시한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충북 단양군의 경우 등록인구는 2만8천여 명인데 생활인구는 26만9천 명이었다. 충남 보령군의 경우 등록인구에 비해 생활인구가 4.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 전원의 향기를 느끼거나, 곧바르게 하늘로 올라가는 침엽수림의 향기에 심신을 내맡기고 싶거나, 한적한 어촌 파도 소리에 마음을 정화하고 싶은, 심신의 피로에 빠진 도시인에게 그런 농촌, 산촌, 어촌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장소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치료받은 사람이 90만 명에 달한다.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 당 24.6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풍요의 이면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산업은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65세 이상 은퇴자가 이미 전체 인구의 25%를 넘어서고 있고, 50대 세대들도 조만간 은퇴를 앞두고 있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지금, 힐링과 건강 체험 등 치유적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장르의 치유시장이 열리고 있다.

 

농림식품부 장관을 지낸 김재수 스마트 치유산업 포럼 이 사장은 “치유산업은 산이나 강이나 바다 등에 있는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보다 지방이 더 경쟁력이 있다. 지방에 있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치유산업을 잘 살린다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도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김규림 이사는 “1인당 GDP 3만2천 달러에 달하는 요즘 시대에 소비자는 ‘지불할 가치 있 상품’에 대해서만 구매한다”며 “아무리 훌륭하고, 가치있는 치유산업 서비스라 하더라도 다른 상품 대비 차별적으로 공급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것으 로 거듭나게 될 때만 지속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초기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이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치유산업이 지방소멸의 해결사가 될지 한때 반짝하는 유행산업으로 끝나게 될지는 정부와 지자체, 농어산촌 주민들 그리고 민간기업의 혁신역량의 발휘에 달렸다. 그것이 지속적인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 그날, 지방소멸은 비로소 멈추게 될 것이다. 인구 1천 명의 바트 뵈리스호펜이 1만5천 명의 요양 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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