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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연 누구를 위해 내 한 표를 던지는 것일까?

정치뉴스를 듣는 두 귀를 씻고 일어난 내 몸의 변화 

 

4.10 총선을 앞둔 몇 주 전, 집에서 TV뉴스를 보던 나는 갑자기 세상의 뉴스가 싫어졌다.  TV 화면에서는 한 정치인이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공천과정에서도 터져 나온 후보자들의 과거 발언도 그렇지만, 본선에 오른 후보자들의 선전·선동같은 언행이 떠올라 더 이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내게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지금과 같은 총선이며 대선을 나는 거의 20번 이상을 보고 들어온 듯 하고 투표도 빠짐없이 해 온 터라, 나름대로 지금의 선거판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할까, 누가 진짜 정치인이고 사이비인지 가려낼 수 있을 정도의 안목이 생겼다고 스스로 여기는 나이가 되었다. 

 

최근에는 내가 자주 들었던 유튜브의 정치 평론도 듣지 않는다. 유튜브란 놈의 구조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내가 좋아하는 정치뉴스와 평론 방송만 자꾸 올려주니, 때로는 고맙기도 했지만 같은 사람의 말이나 평론, 논리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지겨워졌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한쪽 편만 계속 듣다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자기가 싫어하는 반대편 당의 유명 정치인 이름을 쳐서 의견이 다른 유튜브를 화면에 뜨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귀가 두 개이니 양쪽 편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내 귀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내고 싶은가 보다. 양쪽 귀를 열어 놓는 그분을 닮기는 커녕 나와 반대 의견이나 평론을 하는 유튜브의 채널이 화면에 뜰라치면, 밟아서 안 될 똥을 피하듯 피해 버리는 것이었다. 

 

“으음, 그렇다면…. 양쪽을 다 끊어 버리는 게 어떨까?” 


나는 유튜브의 정치 평론마저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전동차 안에서 늘 리시브를 한쪽 귀에 꽂고 듣던 유튜브를 듣지 않았더니 “아, 이런. 세상에!” 두 귀를 누르던 바윗덩어리를 들어낸 듯 그렇게 자유스러울 수가 없었다. 번데기에서 변태해 하늘로 날아오를 때 나비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무거운 나뭇짐을 짊어지고 와서 마당에 부려 놓았을 때 느꼈던 홀가분한 심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동안 무수한 정치인들의 뻔뻔한 언행으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왔음이 틀림없었다. “뭐 때문에 그런 정치인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나치게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는가. 

 

저들이 나라 발전이나 미래의 우리나라에 대한 비전 없이 현실성이 부족한 정치구호나 헛소리를 해대고 있으니…. 어찌 되었든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 시대적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저들 정치인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는 몹시 괴로웠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라


지난 2019년에 3만 달러를 처음으로 넘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3만3천 달러~3만5천 달러 수준을 오가고 있다. 1인당 3만 달러 이상의 소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 명의 국내수요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니, 결국 수출의 혜택을 본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민 5천만 명 이상으로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 ‘30~50클럽’의 회원국이 되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 이어 7번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천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늘려나가려면 아니, 3만 5천 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 방법이 없다. 가진건 인재뿐이라는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더 넓게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국제 정세는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고 각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우선시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존 해외 시장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사장이나 해외영업사원이 아니라면 수출로 먹고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국내 회사에 다니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수출은 대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이든 자영업을 하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우리는 모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 
면 안 되는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아 1인당 국민소득이 9만 달러를 넘는 스위스와 같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막 국가인 이스라엘도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있다. 더구나 세계 각국은-심지어 북한의 MZ세대까지-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선 적어도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고, 국민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자가 나왔어야 한다. 거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나라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혁신을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를 설득과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런 논의는커녕 진영논리의 이원적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자기 진영에 유리하게 사건을 부풀리며 가짜뉴스, 내로남불, 상대를 타도 대상으로 몰아가고, 좌우 정책 포풀리즘으로 선전 선동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반민주, 종북 좌파 사회주의/극단적 우파, 서로의 세력 과시 등 끝없는 대립과 갈등상태가 과거보다 심하게 지속되고 있다. 

 

온 국민이 정치화되었다고 할까. 정치적 행위는 유세현장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시장에서, 채팅방에서, 술집 등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참과 거짓을 구별하지도 않고 구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품위 있고 원칙이 있는 지도자들보다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선택하려 든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하지 않는다면…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풀 팩트’(Full FACT)의 편집자인 톰 필립스(Tom Phillips)는 그의 저서 《진실의 흑역사》(2019)에서 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과연 진실된 시대에 살아 본 적이 있었는지?”라고 그는 묻고 있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거짓말을 해 왔고 지금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라는 단어 속에는 거짓말쟁이, 허풍쟁이, 사기꾼, 또는 구라장이라는 말이 들어있으니 인간은 진실보다 거짓말에 더 끌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검증이 안 된 주장도 반복되면 사실로 믿어진다. 그러기에 가짜뉴스로 인해 진짜 뉴스도 안 믿게 된 세상이 되었다. A가 어떤 말을 하면 B는 A가 말한 것을 퍼뜨리고, C는 B가 믿기에 더 확신하게 되어 거짓이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쪽 진영에서 하는 소리 다르고 저쪽 진영에서 하는 소리가 달라서 어느 쪽이 진실인지 가리기 어렵다. 

 

인구 5천만 명에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 세계 7위권에 든다는 나라가 이 꼴이라니…

 

내가 정치뉴스나 평론, 관련 유튜브를 끊고 나서 날개 달린 나비처럼 훨훨 하늘을 나는 듯이 가벼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낙선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추락하는 정치인들은 내일 전쟁이 일어나도 당선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내게 차선을 선택하여 소중한 한 표를 던지라고, 한다. 물론이다. 나는 투표장에 갈 것이다. 

 

국가가 완전히 단절된 두 개의 진영의 틀에 갇혀 있다면 선전 선동정치로는 ‘정치적 올바름’, 정당한 행동규범을 바로 세우기가 어렵다. 여야의 두 진영이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에는 거대한 사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고, 양쪽을 모두 설득하는 독특하고 나라의 미래준비를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한 시대가 왔으니, 그래도 나는 조금이라도 진실한 사람을 뽑으려 한다. 그런 사람만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편견, 편 가르기, 당파 싸움을 뛰어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세상에는 누구의 말도 진실할 수 없고, 객관적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진실 없이 퍼져 나가는 새로운 가짜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모든 국민이 글로벌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 역시, 나만의 믿음일 뿐이고 내가 보는 진실이며 정의일 수 있다.  

 

내 말이 어찌 100% 맞을 수 있겠냐만, 그래도 소중한 한 표를 던지려고 생각하니 모든 정치뉴스, 유튜브와의 절교를 선언한 나로서는 문득 또 한 번 속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마음이 슬플 뿐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하지 않으면 그놈들 중에 제일 나쁜 놈들이 다 해 먹는다”

-신원미상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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