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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 발언이 일으킨 복합 효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산업 전부를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나 지금이나 사실 여부는 그리 중요시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향된 인식과 계산과 감정에 충실한 발언을 내뱉는 것 같다. 그에게 ‘외교’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고 직설적 화법으로 관심을 최대한 끌어서 본인이 원하는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일종의 충격 화법을 즐겨 사용하는 것 같다.  

 

근래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발언은 너무 비뚤어져 대만에 대한 언급은 그래도 ‘양반 발언’ 아닌가 하는 헛웃음이 나온다. 방위비 분담을 잘 안 하는 나토 동맹국들은 방어해 줄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길 거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하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유럽 나토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이 형편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서 발언으로는 너무 지나쳤다. 대만 반도체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미국과 같은 압도적인 기술 및 자본 우위를 갖고 있는 선진국의 산업과 기업 경쟁력이 상실되는 것은 신흥국의 추격 정책과 기업들이 잘한 부분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선진국의 방심, 정책 실패, 태만, 코스트 상승 등의 요인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그 진행 과정도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선진국과 기업들이 잘 대처했더라면 충분히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의 자리에 있는 자는 한 번 실수를 저지르고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악수를 두게 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된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창업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기업을 앞서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반 
도체 기업들이 연이은 판단 실수로 자기 관리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왕좌의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런 일은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얘기다. 챔피언이라는 정상에 오르면 우쭐해지게 되고 그러면 연습을 게을리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돈, 명예를 숭배하는 자들에게 둘러싸이면 엉뚱한 데에 가진 것을 낭비하다가 파탄의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반도체는 대만에 뺏긴 게 아니고 스스로 무너졌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의 멘트는 틀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 백인들의 박탈감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여기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런 박탈감과 화풀이성 분노 표출로는 반도체 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인텔과 마크론을 비롯해 파운드리와 메모리 기업도 가지고 있고, 설계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미국이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해선 안 되고 그게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진국의 역사를 보면 외부와의 전쟁도 있었지만 자기 내부와의 싸움이 더 치열했고 내부의 문제와 갈등을 수습하지 못해 오늘날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정상에 선 국가의 피할 수 없는 저주인지도 모른다. 

 

 

트럼프 발언 효과 : 미국 도덕성과 신뢰성 훼손, 그러나 긍정적 효과도 있어 


미국의 가장 큰 힘은 군사력도, 경제력, 자원도 아니고, 자유와 민주 시스템과 법치, 인권 존중, 약소국을 도우며 인류의 공동 발전을 위한 노력 등에서 오는 도덕성과 신뢰성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와 이를 도모하기 위한 협상 전문가로서 면모를 서슴없이 보여주려고 있다.  


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발언으로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를 증가시키며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구와 북구 나라들은 물론이고 이들의 바로 후방에 있는 독일이 재무장할 것이다. 독일이 재무장하면 프랑스가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영국도 왕년의 군사 강국으로서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 틀림없다.

 

뒤를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러시아가 유럽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 지원을 위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나토 국가 중 가장 발 빠르게 군사력을 강화하는 나라는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자체 기술로 전투기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으며 항공모함 건조를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중동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은 불 보듯 뻔하다.

 

인도와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발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발언이 더해지면서 세계는 지금 ‘자주국방 붐’이 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군사력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서 약소국들은 강대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조선 관군과 의병의 무기는 일본군의 상대가 되지 못해 결국 나라를 뺏겼던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공해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아무리 약소국이라고 해도 현대의 재래식 무기로 무장을 하면 일방적으로 이기기 힘들고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결국 철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트럼프 발언으로 각국이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면 강 
대국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하는 제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뼈아픈 식민지 경험을 한 한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자주국방을 원하는 국가들과 적극 방산 협력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본다. 군사력이 약해서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 희생되는 일이 21세기에 벌어져서는 안 된다.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42570) " target="_blank">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42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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