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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쇠잔(衰殘)한! 지리산온천관광단지를 살리는 묘책을 내게 묻는다면(1)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온천관광단지   


솔직하게 말하겠다. 아침 7시 반, 묵고 있던 The-K 지리산 가족호텔에서 나와 아침을 먹으러 외부 식당으로 걸어가기 전까지 나는 지리산에 온천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호 텔아침 식사가 언제나 기대되고 맛있는데 이 호텔에선 아침을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 대면서 숙소에서 잠시 걸어 나왔을 때였다. 


정면에서 1시 방향으로 남대문을 얹어 놓은 것 같은 퇴색한 콘크리트 5층짜리 대형 건물에 ‘지리산 온천랜드’ 간판이 아치처럼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뭐야? 온천호텔이 있었어? 저거 온 천 호텔 아냐?” 나는 손으로 가리키며 같이 걷던 김 PD에게 물었다. 


얼마간 바라보던 김 PD는 “영업을 안 하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관광호텔과 식당, 그리고 노래방 간판 등을 두리번거리다가 말끝에 “이상한 곳이네”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봐도 그랬다. 주말 아침인데도 지리산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는 우리 일행 몇 몇 만 눈에 뜨일 뿐이었다.

 

거리는 서부영화를 찍고 방치된 세 트장 같았다. 관광호텔 간판을 단 건물이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지만 손님을 받지 않는 듯했다. 어느 호텔 건물은 층마다 까만 곰팡이가 점점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구글에 들어가 이곳이 구례의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구례군 산동면을 중심으로 온천수를 찾기 위한 시도가 일제강점기시대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1987년 5월 온천발견 신고를 하고 12월에는 이 일대가 온천지구로 지정됐다고 한다.  


지리산온천관광단지는 산동면 관산·탑정·대평리 일대를 중심으로 150만1천230㎡(45만4천 918평)에 조성됐다. 1989년 온천개발계획 승인을 받고 1992년 종합온천장 건축공사를 착공 해 1995년 7월 개장했다. 이어 1997년에는 전남 최초로 온천관광특구로 지정돼 지역관광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례군의 복안이 현실화되었다. 그제서야 내 기억에서 지리산 

온천이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게 20 세기 말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관광객들은 냉정했다. 무너진 전남 최초의 온천관광특구 온천관광단지가 활성화되자 인근 상권도 함께 호황을 누렸다. 민영 종합관광시설인 ‘지리산 온천랜드’를 중심으로 40여 개의 숙박시설과 100여 개의 상점들은 손님들로 붐볐다. 그리고 관광정보센터, 버스터미널, 공원, 은행 등도 들어섰다. 


‘지리산 온천랜드’는 대지면적 3만3천103㎡(1만31평)에 건축면적 7천946㎡(2천407평)으로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종합관광시설이다. 4천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노천 테마파크와 온천 사우나탕, 찜질방 등 부대시설과 86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에는 초대형 규모를 자랑하며 온천단지 내 대표적인 관광코스였다. 개장과 함께 2000년대 초반까지 하루 이용객만 1~2천명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리산 온천랜드’는 지난 2007년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3년 6개월간 휴업에 들어갔다. 이 기간 동안 수십 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마치고 2011년 재개장했는데 과거의 영광은 되찾지 못했다. 이용객이 연간 30만여 명을 밑돌면서 시설 운영에 적자가 누적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에는 19만9 천여 명까지 방문객이 급감했다. 결국 2020년 4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 입구를 쇠사슬로 차단했다. 이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새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일대는 급격히 쇠락해 가기 시작했다.   


대법원 경매 사이트를 살펴보면 지리산온천관광단지 내 많은 숙박시설과 온천수 이용시설, 상가들이 경매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객실 300동 규모를 자랑하던 지역 최대 규모의 콘도인 송원리조트도 2013년 경매로 넘겨졌다, 현재 1동씩 헐값에 개인 분양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주요 내용이었다. 


“아, 그랬구나, 지리산 온천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했다가 관광객들로부터 뒤통수를 세게 맞은 꼴이네. 관광객들은 불시에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처음부터 저렇게 큰 건물과 시설을 지어놓고 지금처럼 관광객들이 외면하면 달리 방법이 없겠어...,” 그래도 석연치 않았던 나는 노트북을 닫고 멍청하게 창밖의 지리 산 연봉(連峯)을 바라보다 문득 한국온천개발연구소 박현 소장이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


470여 곳으로 늘어난 온천과 대형 사우나, 단순온천에 대한 관심 멀어져



“살릴 방법이 없나요?” 

“현재로써는 어렵다고 봐야지”
“왜 그렇지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그게 무슨 뜻이죠?”
“온천을 건강증진, 보양, 휴식(休息)지 개념이 아니라 부동산 으로 접근했기 때문이야” 


그는 “우리나라 온천의 80%가 단순온천으로 별로 내세울게 없어 경쟁력이 없는 데도 온천의 매력을 발굴하지 않고 단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처음부터 시설을 크게 지어놓은 게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30~40년 전만 해도 전국에 온천이 15곳밖에 없었고 인구도 많아서 가는 곳마다 온천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 다. 하지만 요즘 도심에 온천 못지않은 사우나와 찜질방이 들어선 데다 온천수로 합격을 받은 곳만 전국에 470여 곳 (온천목욕이 가능한 곳은 150곳)으로 늘어나 어느 온천 이건 관광객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거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에 따라 “‘하루 300톤 이상, 25도 이상의 물’이 나오면 온천으로 인정해 준다,”면서 “전국에 3800여 곳의 온천이 있는 일본은 19가지 성분 가운데 한 가지 성분이라도 기준치에 맞으면 그 성분을 가진 온천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해한 성분만 나오지 않으면 되니까, 사실상 25도 이상의 수량에 합격한 온 천이 대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해 보면 우리나라에선 인체에 좋은 성 분을 가진 물이라도 하루 300톤씩 나오지 않을 경우-예를 들어 좋은 성분을 가진 물 299톤이 나와도 온천으로 합격증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온천 수의 성분은 차별성이 거의 없을 수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국의 온천단지마다 대형 건물을 지어 20여 년 전보다 온천장 건물 평수는 100배 이상 늘어났다. 게다가 거의 맹물에 가까운 우리나라 온천의 매력이 점점 떨어진데다 해외의 유황 온천 등 특성화된 온천을 다녀 온 국내 온천 관광객들이 국내 온천관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오늘날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물론 국내 온천관광산업이 절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어서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4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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