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편』 전문가 좌담 “대통령이 시민들과 자전거를 탔으면....”
유럽과 일본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고유가, 친환경 도시, 탄소중립을 위한 자전거 이용률이 더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이용률이 늘어나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이 우리나라를 자전거 타기 좋은 ‘숨어 있는 보석’의 나라로 부르는데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나라는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고물가, 고유가, 그리고 친환경 탄소중립 시대에 우리가 잘못하는 자전거 정책은 없는지 자전거 정책 전문가들과의 좌담시간을 마련했다.
-일시; 2023.10.27.일(금요일) 오후 4시~오후 6시
-장소; 서울 용산구 소재 바이클리 매장
-기획; 김영환 PD(M이코노미뉴스 영상국장)
-사회; 윤영무 (M이코노미뉴스 보도본부장)
-출연;
-류재영 (사) 한국자전거정책연합 회장,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겸임교수)
-오수보 (사단법인 자전거 21 대표)
-이덕영 (바이클리 대표, 세계 자전거여행자 클럽 운영)
사회자) 바쁘신 시간에도 좌담회에 참석해 주신 출연자 세 분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최근 저는 취재차 네덜란드에 갔었는데 네덜란드의 모든 도로는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 그리고 트램(tram, 레일 전차)에게 공간을 균등하게 배분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친환경 도로를 보다가 자동차가 점령한 우리나라 도로를 보니까 마치 철제 괴물이 무자비하게 오가는 듯해 섬뜩했습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자 클럽을 운영하시는 이덕영 대표님께 여쭙겠습니다. 유럽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우리나라에 자주 온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덕영) 외국, 특히 유럽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비율이 굉장히 늘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에 피크를 찍었다가 코로나 19로 공백기를 거쳤지요. 그렇지만 작년 올해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증가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인 면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에 있는 나라라는 겁니다. 둘째.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관광 측면에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그들이 보지 못했던 한국적 풍경을 즐기는 것이지요. 셋째, 4대강을 중심으로 매우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10월~11월에 우리나라에 입국해서 여행을 하고, 일부는 귀국하거나 일부는 동남아시아 또는 계절이 여름인 남반구의 호주로 가서 여행을 계속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자전거 여행의 종착지나 경유지로 삼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우리나라를 매우 편하게 느끼고 있으며 자전거 여행을 할 때 꼭 들러야만 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럽 자전거 여행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사회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인프라 측면으로 봤을 때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이덕영) 그들은 우리나라를 “히든 잼”이라고 해요. 우리나라가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숨은 보석’같은 나라라는 거지요. 자전거 길이 안전하고 일반적으로 치안이 좋다고 말하고 있어요. 물론 도시지역을 빼고 말하는 것이지만요.
그들은 강변 자전거 길을 달리면서 모닝 캄, 아침이 고요한 나라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고 항상 제게 피드백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나라에는 왜 그렇게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가 많으냐고 농담을 합니다. 고급 자전거를 타고 유니폼을 선수 복장처럼 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런 거죠. 불만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고음의 스피커를 틀어놓고 타느냐고 의아해 한다는 거죠.
사회자) 우리나라가 ‘숨은 보석’의 나라인 걸 몰랐네요. 류재영 회장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우리나라가 보석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나요?
류재영) 글쎄요. 아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경제 발전 과정이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경제는 이동하는 것 아닙니까? 학교 가는 것도, 일하러 가는 것도, 사업하는 것도.....모든 것이 교통이고 유통이죠. 거기에선 느려서는 안 되지요. 다른 사람보다 빨라야 하니까 모두 자동차를 몰고 다녀야 해서 자전거는 속도가 느린 존재라고 인식하다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이 거대한 블랙홀을 형성하는 바람에 속도가 우선이고, 교통의 쾌적성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버린 탓이겠지요. 갑자기 승용차가 보급 되면서 도로 등 모든 인프라가 자동차중심으로 바뀌게 된 탓도 크고요.
유럽에서는 마차 시대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시대는 없었고 해방 이후 자전거를 좀 타다가 시내버스로, 시내버스에서 다시 승용차로 점프해 버렸지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들은 보행자나 자전거가 교통수단의 한 장르임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동차로 급히 점프하는 바람에 자전거라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의 존재감 자체가 너무 빨리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자동차 위주의 교통이 고착화 되면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럽 선진국의 도시는 아담하고 쾌적하고 또 하나의 특징으로 자전거의 이용 분담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유럽의 도시에 가보면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는데 뭔가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역동성이 느껴지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사람들이 차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도시 숲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마치 연극배우처럼 자신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다니니까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로 보이는 것이지요. 외국에 있다가 우리나라에 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그런 차이일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자) 그러니까 자전거가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네요. 자전거는 사람 냄새가 나는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그것 보다도 고유가, 친환경 탄소중립 시대의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는 건 아닐까요? 오수보 대표님께 여쭙겠습니다.
오수보) 우선 내가 건강하면 가족이 행복하고 가족이 행복하면 국가가 행복해지고 국민이 건강해지니까 자전거를 타는 거겠죠. 국가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지고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로 대체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 지구 온난화도 해결할 수 있잖아요.
EU의 예산은 7년 회기로 짜는데 2021년부터 2027년까지의 예산 기준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의 불안해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자전거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보자는 그린 딜(Green deal) 예산을 짰어요. EU 예산 가운데 30%를 탄소 중립 쪽에 배당했고 그 가운데 5%를 자전거 정책에 할당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타서 거창하게 교통 문제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타야 된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들이 자전거를 편하고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전거 정책, 골목에서부터 꼼꼼하게 챙기는 예산을 짜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자) 네덜란드 거리에 비만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어떤 자료에 보니까 네덜란드인들이 유럽에서 비만비율이 가장 낮다고 하더군요. 국민 10명 중 3~4사람이 자전거를 타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수보) 그럴 겁니다. 미국은 초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던 1970년대에 비만비율이 10%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학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30%로 역전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미국은 초등학교에 초점을 맞춰 자전거이용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바로 그 점에 유의하기 때문이지요.
사회자) 제가 어렸을 때 고향의 양조장에서 자전거로 막걸리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막걸리 7통 이상을 싣고 다녔던 것 같은데 다리 하나는 튼튼하셨던 것 같아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자전거는 당연히 예산 순위에서 앞자리를 차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 자전거 정책이 오락가락 하는지요?
이덕영) 그건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 수송 분담률이 1.5% 안팎으로 아주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1.5%는 거의 신경 쓸 수 없는 수치입니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제가 저의 고객을 가지고 만든 데이터를 통해 말씀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전거를 10년 이상 탈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체력이 떨어져 소진될 때까지 자전거를 타지만,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주기 속에 자전거 타기는 일시적인 레저 수단으로서 끝나 버린다는 것이죠. 자전거가 레저라는 측면이 너무 강하고 교통의 이동수단이라는 측면은 너무 미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서울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비율 가운데 이동 수단으로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만약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시작될 쯤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이 예를 들어서 15%였다고 치면 지금쯤 25%쯤 됐을 겁니다. 그 당시 15% 정도의 수송 분담비율이라면 자전거의 지분이 그만큼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더 강해졌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1.5%도 안 되는 손톱의 때도 안 되는 지분율 세력을 가지고 예산 책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나 안 내나 다를 바 없지요. 그저 불만만 토로하다가 마는 수준이지요. 그러니 정권에 따라서 오락가락 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아서, 즉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낮아서 정권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봐야겠지요.
사회자) 그렇다면 자전거 타는 시민들이라도 힘을 키워야겠네요. 그래서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예산을 할당하라고 외칠 수 있을 테니까요.
류재영) 모든 교통수단이 서울 시내를 다니는 횟수는 2009년 기준으로 하루 3,200만 번 정도가 되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2,400회로 확 줄었어요. 사람들이 안 움직이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63%였던 버스 지하철 분담률이 코로나 때문에 53%로 떨어졌고, 승용차는 분담률이 26%에서 38%로 1.5배가 늘어났어요.
그런 걸 보면 우리가 좀 더 일찍 자전거 분담률을 높여 고정화시키고 자전거도 훌륭한 교통수단이라는 걸 인지시키는 정책을 펴야했었어요. 아마 그랬다면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자전거의 분담률이 굉장히 높아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국민들로 하여금 자전거를 타도록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물꼬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역할은 탄소중립과 친환경 도시 조성은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기회를 놓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하면 됩니다.
코로나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서 자전거가 굉장히 유의미한 교통이동 수단이고 친환경 생태경제 시대의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운동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이제부터 미시적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모든 도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할애하면 안 됩니까? 전문가들은 '도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오수보)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실 2009년에 도로 다이어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일부 지자체에서 도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이용자도 없는데 왜 그걸 만들었느냐면서 대중교통이라든가 승용차들로부터 불평을 들었어요. 그걸 다시 뜯어 없애는데 예산이 들었어요. 저는 전략이 없어서 실패했다고 봅니다.
프랑스 파리는 1995년에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버스 전용차로에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러니 버스 기사들이 불편해 하니까 버스 조합에서 차라리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안쪽에 하나 더 만들어 줘라, 해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 것이죠. 우리에겐 그런 전략이 없었던 겁니다.
사회자) 우리나라도 그런 전략을 쓰면 버스 운전자들이 불편하니까 선을 하나 더 그어 자전거 전용 차로를 만들어주라고 할까요? 무슨 일을 하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류재영) 도로 다이어트를 하려면 일단 수요가 제일 많은 곳부터 해주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구도심이 형성돼 있는 대형 유통센터 자리에 말입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는데 수요가 없으면 안 되니까요. 그런 지역을 찾아 청사진을 제시해야겠지요. 광화문이 됐든 명동 한복판이 됐든 수요에 부응하는 공간을 통해서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면 수요가 빨리 채워지면서 자전거 중심의 도로 구조를 만들어 볼 수 있겠죠. 그게 15분도시라는 개념입니다. 부산도 선언했고 파리도 했지요. 이건 도시 정책의 기반으로 자전거가 있어야지 작동이 되는 개념입니다. 사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선언을 했어요. 서울을 15분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러려면 자전거도로가 따라가 줘야 되는데 지금으로 보면 자전거와의 연동성이 약해 보입니다.
오수보) 자전거 이용자들이 가장 불편한 게 주차거든요. 내가 자전거로 은행에 가고 싶어도 은행에 가면 주차할 데가 없어요. 시장에 가고 싶어도 마찬가지라, 자전거 주차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도 시급하고요. 이를 법제화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지요.
이덕영) 우리나라는 동서 방향으로 좋은 도로들이 많아요. 그리고 광화문에 오피스가 많지 않습니까? 명동부터 도심에 서울 4대문 안에 청계천 도로 그것도 동서잖아요. 그래서 남북 측 자전거 도로가 생기면 자전거 출퇴근 수요들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도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그리고 4대강 자전거도로에 역참(驛站)제를 도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싸이클 터미널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는데다 자전거 문화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런 싸이클 터미널은 전부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을 하는 거지만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에 일본은 자전거의 법과 제도를 굉장히 빠르게 정비를 하고 있어요. 깜짝깜짝 놀랐는데요. 그래서 자전거 수송 분담률이 17%로 올라와 있고 인프라 보다는 자전거 안전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지요. 우리나라 4대 강에도 자전거 역참이 서면 일본 못지않게 자전거 문화가 월드컵 열기처럼 뜨거워 질 것입니다. 요즘 대세가 친환경 캠핑, 오토캠핑 아닙니까?
사회자)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전거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중앙 부서의 한 개 팀으로 축소됐고, 모든 행정이 지자체로 이관됐지 않습니까? 자전거가 홀대받고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류재영) 자전거보다 전기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인데 똑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이고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전거를 홀대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기 자동차 자체는 친환경일지 모르지만 발전(發電)의 과정을 생각하면 그리 친환경적인 수단은 아닙니다.
거기에 비해 자전거는 부피도 작고 자원 낭비가 훨씬 적습니다. 자동차는 대개 하루 운영 시간이 3~4시간밖에 안 되는데도 24시간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전거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자동차를 위해 수천억의 지원금을 주고, 전기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 주고 인프라를 확보해주고 여러 가지 잘 해주는데 서울시 따릉이 자전거는 어떻게 대우하고 있습니까?
따릉이는 2020년도에 2천400만 명이 이용했습니다. 상당히 훌륭한 교통수단으로 봐야지요. 그런 따릉이가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에 적자가 나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100억 원의 적자가 났다고 이용료를 100원 올리느냐 마느냐로 난리를 쳤었어요. 얼마나 서글픈 일입니까? 전기자동차에 수천억 원을 주면서 따릉이에게 주는 100원이 아까워서야 무슨 탄소중립을 운운할 수 있습니까.
자전거도 똑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입니다. 시민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왜 자전거를 선택해야 하느냐면 대도시의 교통 통행 거리가 대부분 4km이내이기 때문입니다. 이 거리는 자전거로 얼마든지 다닐 수 있습니다. 굳이 자동차를 끌고 나올 필요가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 문화를 잘못 배운 게 많은 듯합니다.
처음 건물을 지을 때 기초를 잘못 잡으면 건물 꼭대기가 크게 기울 듯이 10년~20년 후를 생각해서 자전거 정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그러지 못해 걱정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편리한 대중교통망과 환승 시스템, 그리고 요금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의 역할이 떨어지고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대중교통망을 유지하면서 자전거도 얼마든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에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과연 지금의 교통 체제, 에너지 소비 체제를 가지고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맑고 쾌적한 국토와 도시를 물려줄 수 있을까요? 지금 4대강 자전거 길을 보고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자전거 타기에 좋은 숨은 보석이라고 하지만 도심의 교통정체, 자동차가 점령한 도로를 보면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도시가 관광자원이 되고 맑은 공기와 건강한 도시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마침 윤 대통령께서 오는 12월에 자전거의 천국 네덜란드를 방문하신다니, 꼭 네덜란드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시면서 쾌적한 환경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체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네덜란드의 정식 명칭은 네덜란드 왕국입니다. 그 나라 국왕과 왕실 가족들 모두 자전거를 규칙적으로 탑니다. 이런 사실을 네덜란드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후손에게 어떤 나라, 어떤 도시를 물려줘야 할지 자전거를 타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지실 것 같아서요.
사회자) 아, 그렇군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중앙정부는 자전거를 친환경 교통이동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자전거를 사랑하고 타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선거의 당락을 좌우한다면, 공무원의 승진 점수에 반영된다면 지금보다는 낫겠지요. 정치권이나 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어찌됐든 모든 국민들이 자전거를 타면 될 것 같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한 시간을 내 주신 세 분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 드리며 이만 좌담회를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와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재해온 『탄소중립 실천, 우리가 잘못하는 자전거 정책 10가지-자전거 타는 미래 인류, 호모-사이클로쿠스 (Homo-Cyclocus)』 는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됩니다. 이번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사업에 참여한 M이코노미뉴스 조재성 논설주간, 김상희 기자, 이정훈 기자 등 취재·제작팀은 별도의 모임을 갖고 ▲인천 강화도와 영종도, 김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자전거 답사 ▲파주시 어유지리 임진강변의 사이클 동호인 캠프장 예정지 야영 ▲충북도내(道內) 내수면을 연결한 충북 자전거도로 실태 조사(충북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청주시 소재 청남대 입구 괴곡리에서부터 청남대교까지 12km, 그리고 무심천교에서부터 미호천 합수부까지 16km의 자전거 길을 주행하는 등 충북도내 호수 변 자전거 길 상황과 표지판 등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시설 등을 체크), ▲전라남도 구례 등 지자체의 자전거 도로 현황 파악 등에 관해 취재한 내용을 교환하면서 K-스포츠· 관광 프로그램으로써 자전거 여행 프로그램을 후속편으로 마련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