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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뉴스


학교 건물 4미터 바로 뒤에 빌라 완공...“이게 말이 됩니까”

학교측과 학부모“아이들 학습권 침해 심각하게 우려” 반발
학교장의 양심고백 "화성시 교육환경 보호구역내 개발행위 비일비재"
실태 파악, 법 개정 통해 교육환경법 제기능해야

"학교 건물과 빌라건물 간격 4미터 말도 안 된다"


화성시 매송 초등학교 바로 뒤편에 신축 다세대주택이 들어서면서 학교와 학부모들이 학습권 침해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빌라는 화성시 매송면 원평리 71-1번지 일대 매송초등학교 바로 뒤 3천2백 제곱미터에 들어선 5층짜리 5개동 건물로, 2022년 5월 화성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번 달부터 100여세대가 입주를 준비 중인데 문제는 학교 건물과의 거리.

해당 빌라와 학교 건물과의 최단 거리는 4미터로,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빌라의 창문과 학교 교실의 창문이 거의 맞닿아있다.
 


▲학교 건물과 불과  4미터 떨어져 있는 신축 빌라 건물 <사진 안자영 기자>

학교측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업중인 학생과 교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수업을 할 때도, 체육복 등을 갈아입거나 할 때도 얼마나 불안할지...학습권 침해도 문제지만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지낼수도 없을거 아니냐” 고 우려했다.


학교 측 "심각한 학습권 침해...단 한 차례 협의도 없었다"

학교 측은 시나 교육청에서 건물 허가 과정에 학교측의 의견 수렴이 전혀 없었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빌라가 완공되기 직전까지도 학교측에 공사과정 안내나 협의조차 한 번도 없었다는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은 이미 지난해 여름 터파기 등 공사 소음으로 인해 학교측에서 항의를 한 적은 있지만 5개의 빌라 건물 가운데 마지막에 지은 동이 이렇게 학교 건물과 가까이 있는 건 생각도 하지 못 했다고 주장한다.

김현익 화성 매송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 뿐아니라 입주 후 발생이 예상되는 끊임없는 민원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건축물의 허가 과정에서 허가 전 학교측에 공지를 하거나 최소한의 의견이라도 개진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시청이나 교육청에서는 학교쪽으로 공문 한 번 보내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교장은 “교육환경 보호법에 명시된 학교장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배제된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6월 터파기할 때 공사한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까지 가깝게 지어질 거라는 건 인지하지 못했다. 사람이 없는 방학 중에 마지막 건축물을 올렸다. 아무리 항의해도 안 든는다.최소한의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환경 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인 지역까지는 절대 보호구역으로, 학교 경계에서 직선거리로 200m까지인 지역 중 절대 보호구역을 제외한 지역을 상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학생의 보건, 위생·안전을 위협하거나 학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해 학생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또, 학생들의 통학로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빌라 입주민들이 100세대 정도 되는데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통로도 좁다며 입주민 차량들이 통학로까지 무질서하게 주정차하면서 가뜩이나 비좁은 아이들의 통학로까지 방해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민원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사정은 해당 빌라도 마찬가지로, 교실에서 집안이 훤히 보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입주민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은 방음벽 등 최소한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에 항의하고 있는 김현익 매송초 교장과 학부모들 <사진 안자영 기자>

화성시와 화성오산교육청은 뒷짐만

사정이 이런데도 화성시와 화성오산 교육지원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성시 관계자는“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건축허가가 이뤄졌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시는 “교육청측과 사전에 협의를 했고 협의과정에서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줬다”는 입장이다.해당 관할인 화성오산 교육지원청 역시 뒷짐만 지고 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 3월 1일자 인사 이동으로 왔기 때문에 학교와 건물 간격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사전에 어떻게 검토가 됐는지 현황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환경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규모 건출물도 아닌데다 학교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법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교사 수업권이나 보이는 문제, 소음 등은 가림막이나 방음벽 등 건축주에게 정확히 요구하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최대한 교육청이나 시에서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장의 양심고백 "화성시 교육환경 보호구역내 개발행위 비일비재"

학교 주변의 교육환경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현익 매송초등학교 교장은 “화성시 관내 농어촌 학교들 가운데는 학교 담장을 공장건물이 대신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초등학교는 공장 건물이 마침 담장처럼 둘러싸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심한 악취로 인한 메스꺼움에 시달리는 등 대부분 교육환경 보호구역 안에 수많은 공장들이 지어져 있다. 갈천 ,청룡 초등학교가 이에 해당된다 ”고 말했다.

그는 “학교옆에 작은 짜투리땅도 들어오겠다고 하고 들어온다고 하면 다 내준다. 학교측 의견도 안 물어보고 전에는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들어오면 학교측과 협의하에 진행한다. 그런데 지금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산과 하늘을 보며 뛰어노는 학교였는데 빌라가 건축되면서 칠보산 조망이 완전히 가려져있다 자연 천혜의 환경이 망가져버렸다 교사들도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지금도 줄을 지어 공장을 설립하고 있지만 누구도 막을 힘이 없다. 손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며 “화성오산 교육청은 교육환경보호구역내에 얼마나 많은 공장과 교육환경을 해치는 곳이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아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20년 학교주변에서 건설공사를 시행하려 할 경우 사전에 학교장과 학부모 대표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학교장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공사는 학교 주변 200미터 이내에서 이뤄지는 경우에 한하며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 했다.
 

현행법에서는 학교주변 정화구역내에 대기오염 배출시설이나 폐기물 처리 시설등 교육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설의 설치만 금지하고 있다.
 

화성오산 교육청 관계자 역시 “차라리 법에 명확하게 명시돼 있으면 학교장의 의견을 당연히 들을 텐데 그렇게 안돼 있으니까 앞으로 이런 사례가 또 생길까봐 우려되는게 사실이다. 차라리 학습권 보호 의무라는 법조항이 강제사항으로 있으면 좋은데 애매해서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현익 교장은 더 이상 교육환경법이 제 기능과 구실을 못 한 채 방치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법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규제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문화재보호구역이나 그린벨트 규제처럼 교육환경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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