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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면 <최종회편>

- 지방재생과 인구증가-새로운 사유와 의미 충만한 삶에 대하여

여러 해 동안 국가존망이 걸린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연구해도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면 그것은 분명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옳은 질문은 보통 스스로 답을 내 놓는 법이니까. 수많은 질문과 대답의 반복 속에 3백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이 투여됐지만 출생률은 점점 낮아지고, 지방소멸 위기 지역은 해마다 늘어가니 과연 그렇구나 싶다. 신생아가 늘어나고 지방으로 젊은이들을 모이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질문은 어떤 것일까?

 

질문1) 도심에 출현한 멧돼지를 총으로 사살해야만 하는가?

 

어떤 멧돼지가 인간의 거주 지역으로 내려와서 총에 맞아 죽고 싶겠는가? 산에 먹을 게 충분하다면 아무리 맛있는 먹을거리로 유혹한다 해도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허가된 수렵 전문가들에게 쫓기고, 짐승의 길 위에 놓인 불법 덫에 치어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동료를 보면서 터득한 멧돼지들의 생존본능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목숨을 걸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오로지 산속에 먹을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10여 년 전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가 민가 가까운 밭 주변까지 하산했을 때였다. 갑자기 멧돼지 한 마리가 우리 일행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밭둑을 타고 달아나자 5마리의 새끼들도 총알처럼 어미를 뒤따라갔다.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여, 멧돼지가 사살되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고 저들의 서식지를 훼손한 인간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다면 멧돼지도 살고 인간도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은 없는 것일까? 숲 주변의 땅이나 농지를 야생동물용 밭으로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독일 남부지역에 있는 울름 시는 숲 주변의 농지나 토지를 야생동물들을 위한 밭으로 임대해 임대자로 하여금 사료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고 있다. 야생동물은 자기들이 먹을 수 있는 밭이 있으므로 농경지에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야생동물 밭을 만들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준 임대자에게는 수컷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33년 전인 1988년, 강릉영림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가운데 멧돼지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서 멧돼지 증식 장을 만들었다. 강원도 양양군 일대 국유림에 11km의 철책을 설치하고 멧돼지 45마리(암컷 36마리, 수컷9마리)를 방사했던 것이다. 개체수가 늘어난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졌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멧돼지의 개체수를 늘려야만 했었다. 그렇다면 멧돼지가 도심에 출현하고 있는 지금, 멧돼지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과거의 증식 장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눈앞에 멧돼지가족들이 여기저기 떼 지어 다니고, 그들의 배설물이 토양에 다양한 생명의 모자이크를 만들며, 그 위에 꽃과 나무들이 무성한 숲이 펼쳐지는 한국 멧돼지의 세렝게티가 되지 않겠는가. 멧돼지뿐만 아니라 노루와 사슴. 산토끼, 산양 등의 야생동물은 물론, 집돼지 , 닭, 소 등의 가축을 함께 방사하는 야생의 동물농장을 만들어 기존의 집단사육을 탈피하는 실험을 해보자.

 

자연의 지속성을 생각하는 새롭고 파격적인 야생의 동물농장은 당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농,축산업 시대에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돈을 벌면서도 자연으로부터 찬란한 겸손을 배울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의 시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2) 우리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구울 수 있지 않을까?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책 제목이 너무 멋지고 내용 또한 감동적이어서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취재하는 동안 항상 가지고 다녔다.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노동과 삶이 하나 된 인생을 살고 싶어서 시골 변방으로 이주해 빵이라는 무기를 든, 「와타나베 이타루」라는 일본 젊은이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라고 그와 같은 젊은이가 없을 수 있겠느냐만, 필자가 과문한 탓에 아직까지 빵을 만드는 그 만한 젊은 시골 철학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이타루 씨는 197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2013년 책이 나왔을 당시 42살이었던 그는 23살 때 학자인 부친과 함께 헝가리에서 1년간 생활하며 농업에 흥미를 가졌다. 이후 치바대학 원예학부 원예경제학과에 입학해 치바현 미요시무라의 유기농가에서 일을 도와준 경험을 살려 『유기농업과 지역통화』라는 주제로 졸업논문을 썼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유기채소 도매판매회사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그만 두고 2008년 회사에서 만난 아내, 마리코와 함께 독립하여 빵집 「다루마리」를 개업했다.

 

그러다가 이타루 부부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바다가 없는 오카야마(岡山) 현의 인구 4만 여명의 산촌도시 마니와시로 이주해 2012년 2월에 마니와 가쓰야마란 곳에서 빵집 「다루마리」를 재 개업한 후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고 한다.

 

그에 의하면, 공기 중에 존재하는 천연균(天然菌)은 모든 물질을 발효시킬지 부패시킬지를 결정한다. 이를테면 천연균은 빵이나 와인처럼 발효를 통해 인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바꿔주지만 안 먹는 게 좋은 음식은 부패를 통해 무참한 모습으로 바꿔버린다. 곧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가 최고의 빵을 만들기 위해 자연재배 방식으로 밀을 생산하고, 그런 밀과 호밀로 효모를 번식시키며, 자연 재배로 얻는 생쌀로 일본 전통의 주조법대로 주종을 만들어 쓴다. 인공으로 배양한 이스트균이 부패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물질을 일정 기간 썩지 않게 만들어 버리니, 그런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얼마나 나쁘겠는가.

 

국내 외식산업은 2020년 기준으로 사업체수 80만 개(전 산업의 13.3%), 매출액 140조 원(전 산업의 2.1%), 종사자수 192만 명(전체 고용의 7.7%)이다. 그동안 낮은 진입 장벽과 1인·맞벌이 가구 등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양적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이타루 씨처럼 시골로 내려가 자신이 직접 음식 재료를 키우고,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의 기술과 존엄을 지키는 이는 많지 않다.

 

소상공인이 대다수(84.6%)이며, 준비가 부족한 창업과 빠른 폐업의 반복으로 생존율이 낮은 영세 구조 때문이라는 이유를 이해 못할 바가 아니지만, 목이 좋은 곳이나, 상권(商圈)을 중시하는 풍토에서는 자본주의를 굽는 시골빵집이 출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테면, 숲속에 방사(放飼)하여 키우는 토종닭(필자 주; 닭의 수명은 15년~20년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닭은 30일 미만으로 사육한 것이다. 일반 사료 아닌 천연재료나 발효사료를 먹여 1년 이상 키운 닭이어야 제 맛이 날 것이다)에 인삼, 밤, 대추 등 천연 부재료를 넣어 세계 최고의 삼계탕을 만든다면 어떨까?

 

그런 삼계탕 식당은 굳이 도시에 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시골에 있다 해도 최고의 삼계탕을 먹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 갈 듯하다. 이렇게 시골 변방 어디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경제혁명,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이 일으켜 볼 만 하지 않은가?

 

 

질문3) ‘이토록 멋진 마을’을 만들 수는 없을까?

 

“5천만 원이 이하라면 생각해 보겠어요”

 

필자가 오래 전에 낙향을 할까 말까 할 때, 여러 사람들에게 시골에서 집을 지을 때 얼마정도가 들면 내려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10명 중 절반이 그렇다고 말했다. 시골 내려가서 뭘 해 먹고 사느냐, 는 차치하고 살집을 짓거나 마련할 때 그런 돈 이상이 든다면 굳이 귀촌할 의사가 없다는 식이었다.

 

몇 년 전, 한 주택전람회에 가서 8평 이하짜리 이동식 주택 몇 종류를 알아보니 대개 그 가격 이하였다. 거실과 방 하나, 그리고 욕실이 갖춰져 있고, 다락방이 딸려있었다. 다만 이동식이어서 수세식 화장실 설치비와 식수로 쓸 지하수 개발비 등은 별도였다. 멋진 전원주택은 아니었지만 그만한 크기라면 시골에 가서 살기에 그다지 불편할 게 없을 듯하였다.

 

그렇다면 그런 8평 이하의 이동식 주택 단지를 만들고, 주택마다 일정 이상의 텃밭을 분양하는 생태 마을을 만들면 어떨까? 지금도 일부 지방자치 단체들은 귀농복합단지나 독일식 주말 농장형 소형 주택 클라인 가르텐을 원용한 주택단지를 만들고 있지만, 사실상 입주비용이 1억 원을 넘기 때문에 웬만한 여유가 없이는 들어가기가 어렵다. 더욱이 이제 막 인생 첫 발을 딛는 젊은 세대로선 세대 차이가 나는 단지에 들어가기가 불편할 것이다.

 

미래를 농어산촌에서 시작할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살 터전을 마련해 주자. 지자체가 기반시설을 하고, 8평짜리 이동주택을 100채 이상 배치하면서, 생태 농업을 하도록 한다면 젊은 지원자들이 많을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가칭 ESG-생태 마을 조성하여 이들이 생산한 유기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와 연결시켜 주면 어떨까 싶다.

 

우선 살 곳이 있어야 된다. 그래야 많은 젊은이들이 농어산촌 공동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모여야만 또한, 연애도 가능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연애의 자유를 허락하자. 지금처럼 회식 자리마저 피하는 사회풍토와 조직이 되어서야 어떻게 연애를 기대할 수 있으며,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주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위에서 언급한 일본의 이타루 씨 부부처럼 젊은 남녀가 공동체에서 만나, 도시에 머물지 않고 시골로 내려와 그들만의 빵집이든 뭐든 하면서 아이를 낳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젊은 세대들이 그들 부부처럼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2016년부터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전라북도, 인구감소에 대응하고자 198개 사업에 1조 4천억 원 이상을 쓰고 있다는 김관영 도지사, 취재팀은 김 지사외에도 김포농협의 엄경렬 경제사업소 상무, 충북임업후계자인 충북 괴산의 남봉희 씨, 농업인인 경기도 포천군의 김재관 씨, 그리고 전남 구례군의 김삼종 친환경농정과장, 흙 살리기 전도사인 전남 순천시의 김상문 대표와 인천광역시 강화도의 박상원 대표 등을 통해 지금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의 힘겨운 경험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게 되었다.

 

하지만 충남 부여군 옥산면 봉산리, 아이 울음소리가 일찌감치 끊겨 적막강산 같은 내 고향 마을에 다녀오다가 장항선 기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인적이 끊긴 우리네 농촌 풍경을 보면서 과거의 정책이나 사고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내 잘못된 질문으로 늘 같은 대답으로 귀결되었다.

 

그렇다 내 질문이 잘못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하자면 인구감소, 지방소멸이야말로 지원 물량의 척도(尺度)가 아닌, 우리 마음먹기 달린, 심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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