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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갈등·반목 판치는 정치권…더 그리운 YS 리더십

- 여야 정치권 인사 총출동…박정희, 노태우 아들도 참석
- 김진표 국회의장 “대도무문, 김영삼식 큰 정치 그리워”
- 與 “YS는 우리 당의 자랑이자 자부심” 野 “큰 정신 기억할 것”…‘통합’은 언급 안해
- 상도동계 김덕룡, 여야 싸잡아 비판…“옹색하고 구차해”
- 진영싸움 매몰된 정치권, ‘통합과 화합’ 강조한 YS 정신 재고할 때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정치적 분열이 가장 심한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 거대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충분히 그럴법도 하다. 진영간 갈등과 반목이 정치의 본질일까. 지난 역사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7년 전 세상을 떠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뤄냈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남길 만큼 끊임없이 여야 통합을 위해 힘써웠다. 김 전 대통령을 회고한 정치권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김영삼식 큰정치가 그립다며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2일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을 취재했다.

 

※ M이코노미 매거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여야 정치권 인사 총출동…박정희, 노태우 아들도 참석

 

여야 정치권 인사들은 이날 김 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정·관계 인사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는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당 비대위원들과 원내 의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인제, 손학규, 나경원, 김무성, 김성태, 김선동 전 의원 등 원외 원로나 중진의원 출신들도 눈에 띄었다. 야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자리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지난 정부에 몸담았던 정치권 인사들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고인을 기리기 위해 추모식에 모였다.

 

김진표 국회의장 “대도무문, 김영삼식 큰 정치 그리워”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대도무문(大道無門·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 김영삼식 큰 정치가 그립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대통령님은 거인이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치와 경제 양 측면에서 현대적 대한민국의 기틀을 놓으셨다"며 "군부독재 종식과 금융실명제 실시, 대통령님 덕분에 대한민국은 비로소 현대성을 획득할 수 있었고, 보편적 민주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다. 김영삼 시대가 있었기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세계 10위권의 강대국을 향해 전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현대사는 김영삼 시대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하고, 김영삼 대통령님의 업적은 정당하게 다시 평가해야 마땅하다"며 "대통령님은 초지일관 민주주의자의 삶을 사셨다. 초산 테러와 가택연금, 의원 제명과 살해 위협, 독재정권으로부터 살인적인 탄압을 받았지만 대통령님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고 강조했다. 특히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대통령님의 말씀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며 "민주화를 위한 대통령님의 투혼은 민들레 홀씨가 되어 YH 사건과 부마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유신독재를 종식하는 서막을 활짝 열었다.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맞서 23일 동안 단식하며 민주주의 새벽을 불러온 것도 대통령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탄생시킨 문민정부는 대한민국을 되돌이킬 수 없는 민주국가로 우뚝 세웠다"며 "1994년,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마틴루터킹센터가 수여하는 세계적인 인권상인 비폭력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서는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을 실천하셨다"며 "전광석화처럼 하나회를 척결해 이 땅에 다시는 군사정권이 발을 디딜 수 없도록 뿌리를 뽑아내셨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시행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1993년 8월 12일, 대통령께서는 금융실명제 시행을 발표하셨다"며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이 발표는 대한민국이 비로소 보편적 시장경제 국가로 진입한다는 역사적 선언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당시 재무부 세제총괄심의관으로서 김 전 대통령 아래에서 금융실명제 도입을 주도했다. 당시 일화로 김 의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미리 사표를 제출해놓고 과천 비밀 아파트에서 먹고 자며 일했다고 한다. 그는 "비밀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금융실명제 발표 이후 가까운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엄청난 원망을 받기도 했다"며 "금융실명제로 큰 손해를 본 장인어른께서는 그날 이후 저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으셨다"고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렇지만 저는 대통령님을 원망하지 않는다"며 "대통령님께서는 평소 금융실명제 없이는 건강한 민주주의도, 활력이 넘치는 자본주의도 꽃피울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역사적 위업을 대통령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으로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영삼 시대에는 정치가 사회 발전을 이끌었다. 정치와 정치인이 국민에게 사랑받았고, 제 역할을 다했다"면서도 "경제와 민생, 외교와 안보. 대한민국에 위기의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현 정치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뼈아프다"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야 한다. 그게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다시 김영삼 정신을 생각한다. 대통령님은 시대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목숨을 거셨다"며 "산업화 이후,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에 조국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확신하셨다. 세계와 견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하셨다. 그리고 '통합과 화합'을 마지막 유훈으로 남기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통합의 정치, 큰 정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며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與 “YS는 우리 당의 자랑이자 자부심” 野 “큰 정신 기억할 것”…‘통합’은 언급 안해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여야 참석자들은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 정신을 기억하며 국내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인 ‘통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본관에 있는 국민의힘 대회의실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국민의힘은 박정희 대통령님이 이룩한 산업화, 김영삼 대통령님이 이끈 민주화를 근간으로 하는 정당"이라며 "대통령님의 7주기를 맞아 저희 당은 전국 당협에 ‘민주주의의 거목, 그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김영삼 대통령님은 우리 당의 자랑이요,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신 정권, 군부 정권하에서 민주화 투쟁을 이끄실 때 그분은 거침이 없으셨다. 좋아하셨던 휘호 ‘대도무문(大道無門)’ 큰길에는 문이 없다, 바로 그대로였다"며 "대통령님은 잠깐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그런 나약한 길은 결코 선택하지 않으셨다. 불굴의 의지를 갖고 계신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김영삼 총재는 1986년 2월 천만명 개헌 서명을 주도하던 민주화추진협의회 압수수색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서소문 민추협 건물 앞에서 투쟁하다가 경찰에 연행돼 곧바로 가택연금을 당했다"며 "그 와중에 신문사 사회부 기자들이 민추협 건물 10층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저지하는 경찰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때 저도 남대문경찰서에 연행되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이후 김영삼 총재님은 저를 보고 웃으시면서 '정 기자는 민주 투사야'라고 제 손을 꼭 잡아 주시기도 하셨다"며 "정치부 기자 시절에는 김영삼 총재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아침마다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다. 손명순 여사님께서 손수 끓여주신 시래깃국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반찬이라야 김치와 거제에서 올라온 생선 한 토막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도동 살림살이는 정말 검소했다. 그분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확실한 뜻이 있으셨기 때문에 늘 국민의 눈높이를 생각했다"며 "대통령 5년 임기를 마치시고, 상도동 그 집에 그대로 돌아오셨다. 요란하게 집을 증축하거나, 경호를 이유로 큰 건물을 짓지 않았다. 오늘을 사는 우리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큰 어른이셨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금융실명제, 하나회 해체 등 개혁조치들을 단호하게 단행했다. 오늘 국민들이 시대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의 바탕이 되는 개혁을 대통령님께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시도하신 것"이라며 “대통령님께 부끄럽지 않게, 국민에게 지지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저희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써 더욱더 부단히 노력하겠다. 김영삼 대통령님께서 신념의 지도자로서 역사에 길이 기억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님의 유업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화와 대한민국 발전에 몸 바치셨다. 특히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주의의 외침은 유신 체제의 종말을을 예고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되신 후에도 금융실명제를 전격 추진해 경제민주화에 큰 초석을 놓으셨고 하나회를 해체하는 등 군부독재 이후 우리 사회의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기 위해 과감하게 결단하고 싸우셨다”며 “참으로 역사가 기억할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과 큰 정신을 기억하며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되새겨 보겠다”고 덧붙였다.

 

상도동계 김덕룡, 여야 싸잡아 비판…“옹색하고 구차해”

 

상도동계 정치 원로인 김덕룡 추모위원장은 현실 정치가 길이 안 보이고 암담하다며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그는 “요즘 정치권에는 정권에게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특정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주지 않는 옹색한 사태나,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해 당을 방패로 삼고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목숨을 끊는 일이 연거부 일어나도 ‘나는 그런 사람은 잘 모른다’는 구차한 변명들이 판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걸었던 대도무문의 큰 걸음걸이가 새삼스럽고 위대해 보인다”고 현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 “도덕적이라고 자부하던 민주화 세력이 부패와 타락으로 내로 남불의 상징이 되고 실용적이라는 산업화 세력이 방향을 잃고 무능에 빠진 가운데 오직 진영논리만으로 극한 대립하며 투쟁으로 치달아 정치가 실종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민추협 결성과 통일민주당 창당, 3당 합당 등으로 김 전 대통령께서 솔선 수범으로 보여주신 통합의 정치가 더욱 자랑스럽고 또 그리워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12일 김 전 대통령은 긴급 재정명령권을 발동해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며 공직자 재산 공개로 시작된 YS 문민 정부의 개혁은 김 전 대통령 자신이 먼저 재산을 공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하나부터 달라지는 것,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YS 문민 개혁의 특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개혁을 말하면서 나부터 달라지는 지도자가 없고 나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없다. 오늘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 야당이 달라지는 다짐의 시간"이라며 "문민 민주화 30년이 되는 내년에는 달라진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김영삼 전 대통령 영전에 고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도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도 될까 말까 하는 이런 상황에 사분오열된 이 나라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통합과 화합의 길을 열어가셨던 아버님의 정치적 리더십이 더욱 그립다”며 “아버님은 불의에 맞서 싸우시는 데는 목숨도 불사하셨지만, 그렇다고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신 적도 없으셨던 진정한 정치 지도자였다”고 현 정치권을 에둘러 비판했다.

 

 

진영싸움 매몰된 정치권, ‘통합과 화합’ 강조한 YS 정신 재고할 때

 

현재 국내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거대 야당 대표 최측근 구속, 윤 대통령 및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날이 갈수록 진영 싸움에만 매몰되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생은 뒷전인 모양새다.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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