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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은 공상과학 소설일까? 아닐까?

경제학자들은 ‘더 많은 공상과학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상과학 소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페이저 게임, 광검(光劍),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 은하(銀河)끼리의 연합, 호버크래프트를 탄 외계인 등 재미있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들로, 이자율, 인플레이션, 부동산, 주가와 같은 냉혹한 현실과 차원이 다른 듯하다. 그런데도 왜 읽어야 한다는 것일까? 어떤 이는 “뭔 헛소리야, 경제학이 공상과학 소설인데”라는 농담을 제게 적어 보낼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자들이 공상과학 소설을 더 많이 읽어야만 한다고 하는 이유는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데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을 가지게 하는 거야 공상과학 소설이 지닌 일반적인 가치다. 하지만 이게 경제학자들에게 특별히 가치가 있는 이유는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면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적 주제를 깊이 파고들게 하고, 그들의 생각을 논리적 극단으로 밀어 붙인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에서 돈이 없어져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기업이 정부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 인공지능이 발달해 어느 누구도 일을 할 필요가 없다면, 이 사회를 어떻게 다시 조직해야 하는 거지? 만약 우리나라의 달러당 환율이 2,000원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자율이 너무 올라 은행 대출 이자를 물지 않겠다고 대출자들이 집단으로 거부운동을 하면서 시위를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식의 가설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런 가설이 결코 한가로운 공상(空想)만이 아니다. 이상한 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면 우리로 하여금 급격한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아주 예민한 사람이 되게 한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예민함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경제학자들만큼은 가지고 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아니 경제학자들은 그런 예민함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9/11 위원회는 ‘상상력 연습을 일상화하고, 심지어 관료적으로 체계화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구절을 동 위원회 보고서 ‘제 11장’에 썼다.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서 우리를 극단적인 변화에 대비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로부터 극단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런던 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윌리엄 데이비스 교수가 자신이 집필한 ⌜경제적 공상과학 소설」이란 책에서 “공상과학 소설은 어느 정파와 관련이 없는 원천(源泉)으로, 비평가와 급진주의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힘을 부여한다”고 2018년 주장했다.

 

캠브리지 대학 경제학자인 장준하 교수도 데이비스의 책 첫 장에 “경제학자는 상상력이 무디기로 악명이 높다”고 썼는데 그는 많은 경제학자가 “자신들이 ‘과학’을 구사하고 있다는 허구(虛構-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인 것처럼 조작하는 것)를 믿고 있으며, 과학의 진보(이를 통한 기술)은 실제로 모든 경제적 문제를 풀 것이며-혹은 적어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개념에 집착하고 있다”고 썼다.

 

장 교수는 2015년 가디언지에 “내 인생은 1979년에 나온 코믹 공상과학 소설인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때문에 바뀌었다”면서 그 책은 “사뭇 진지한 이슈를 토론하기 위해 엉뚱한 유머와 산업적 차원의 풍자를 잘 배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폴 크루그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1978년 조교수시절 그가 썼던 “행성간의 교역 이론”이란 논문 때문에 공상과학 소설 계에서 꽤 유명한 인사다. 그는 자기 논문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물건을 운송한다면 금리는 그런 물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찰했다. 그런 논문을 쓰면, 그의 직책상 다른 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았겠지만 크루그먼은 당당했다.

 

이 논문의 주제가 어리석은 것 같긴 하지만 분석의 결과는 현실에 적용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논문은 경제학에서 늘 논의되는 토픽과 정 반대인 우스꽝스러운 주제를 진지하게 분석한 것이다.

 

지난 9월 20일 서울 중구 장충아레나에서 개막된 제23회 세계 지식포럼에서 “지금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그는 “전 세계 경기 침체가 1~2년도 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원자재 자격 상승 후유증이 생각보다 덜 심가하고 유럽도 러시아 발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충격을 받겠지만 결국 적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금리인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의 질문에 그는 인플레 둔화가 시작되고 고용지표도 바뀔 듯하다. 연준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금리정책을 전환하더라도(금리인상을 멈춰도)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1억 원이 넘는 은행대출을 받아 이자부담이 2배로 늘어나서, 금리 무서운 걸 실감하고 있는 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이 공상과학 소설을 읽어야 할 두 번째 이유인 듯 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때 상상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꿀 때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을 한다.

 

그것도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다. 인생은 그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의 연속이다.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현재 2배가 되었지만, 그래도 절대로 오지 않을지 모르는 세상을 마음속에 그리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만의 작지만, 공상과학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미쳐버리고 말 테니까.

 

내가 그런 공상과학 소설을 머릿속으로 쓰는 날, 우리나라 중앙은행장도 금리를 올리고 내리면서 거대한 이유를 담론으로 구성한 공상과학 소설을 발표한다. 중앙은행장이 아무리 금융전문가라고 해도 과연 미래가 그의 말처럼 될까? 이를테면 이자율을 올리면 물가가 잡힌다고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자율을 올리면 나 같은 대출자만 죽어나지, 물가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경제를 조종하는 모든 글과 말은 죽음의 광선을 뺀 공상과학 소설이나 마찬가지다.

 

경제학은 수치(數値)로 만든 이야기다. 경제기사에서 수치나 통계가 빠지면 기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필자는 여러 번 경험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이제는 더 이상 경제학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원자재 값이 올라서, 운운하면서 현재의 결과를 설명하지만 그건 정말로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다. 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그 결과 원자재 값이 뛰고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말을 해주기나 했었는가?

 

기준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힐 거라 하지만 과연 그런가? 전쟁을 하는 나라도 아닌 데 어떻게 우리나라 물가가 10%~30%이상 씩 올라갈 수 있는가? 나는 요즘도 시장보기가 무섭다고 하는 말을 주변에서 무지하게 듣고 있다. 있는 사람들이야 뭔 걱정이겠는가. 그러나 나 같은 연금생활자들은 하루하루가 공상과학소설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나 자신의 책임인가? 아니면 국가의 혹은 지도자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이 불량했던 것인가?

 

유발 노아 하라리는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에서 “어떻게 한 사람이 수백만 명을 상대로 신을 믿게 하고, 혹은 국가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묻고 “그것은 성공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수백만 명의 이방인들을 협력하게 만들 수 있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을 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설득력이 넘치는 공상과학 소설을 실감나게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오로지 자연에 존재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 이를테면 강과 나무, 사자 등등 유물(唯物)적인 것에 관해서만 소통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 인간은 국가를 만들고, 교회를 짓고, 법률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웠을 터이다.

 

그렇다. 경제학은 추상적인 언어와 논리로 무장한 성공적인 공상과학 소설이어야 한다. 경제의 원리나 규칙을 찾아내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그쳐야 한다. 그 대신 돌연변이가 생기고, 광선총이 발사되고, 물가가 100% 뛰고, 금리가 터무니없이 뛰어 대출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은행이 뒤집어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경제를 위한 경제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멈춰라. 청동기시대 이래 인간이 살아온 5천년은 공상과학 소설이었다고 할 만큼 변화무쌍했다.

 

미래 역시 그럴 것이다. 경제학자들이나 경제전문가들이 발견했다는 경제 원리나 규칙대로 돌아가는 세상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에 공상과학 소설을 입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동력에 연료를 공급하는 기본적인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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