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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젊은이들이 정착해 살고 싶은 농어산촌 마을 만들기

특별취재 (2편) 행복한 동네

젊은 세대가 농어산촌에 뜻을 두고 정착하는 ‘기승전결’ 이 되지 못하고, 결국은 수도권으로 올라가 버리는 ‘기승전수도권’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역대 어느 정권이나 ‘녹색성장’, ‘그린뉴딜’ 등 거창한 농어산촌의 미래비전을 내놓았고, 지난 5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청년 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하는 듯 보인다. 이는 농촌을 식량 생산의 수단으로만 보는 정부와 농어산촌에 정착할 자리가 있기를 바라는 젊은 세대 간의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젊은 세대 중심의 새로운 농어산촌의 질서는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상상해 보자. 

 

 

◇ 농업을 꿈꾸고 지금하는 일과 병행하며 기회를 노려라

 

전남 함평에서 비닐하우스에다 애플 망고를 재배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L씨. 그는 귀농귀촌을 해서 망고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미국에서 개발된 애플 망고는 한 개에 3만원을 받는 고소득 작물인데 어째서 하지 못하게 말리는 걸까? 애플망고는 묘목에서 성목(成木)이 되려면 3~4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 기간 온도를 맞추기 위해 때야하는 연료비, 그리고 3번의 접목(接木) 등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젊은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경쟁자가 생기기 때문인가요?”

 

이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이곳에서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애플망고 교육을 하고 있어요. 다만 애플 망고는 1년 안에 수확하는 채소와 달리, 3~4년 간 수입이 없다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죠. 자금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애플망고는 묘목에서 성목(成木)이 되려면 3~4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 기간 온도를 맞추기 위해 때야 하는 연료비, 그리고 3번의 접목(接 木) 등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입이 없어 손가락을 빨아야 할 처지이니, 가진 돈이 별로 없는 젊은이들에게 권장할 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사장님은 원래 여유가 있었나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L씨는 농업에 뜻을 뒀지만 부모님들의 반대로 포기하고 도시에서 건축 설계 회사에 다녔다. 그러나 농업의 꿈을 버릴 수가 없어 회사에 다니면서 농사를 병행했다. 디자인 일을 하는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자신의 수입을 전부 키위 등 각종 유실수를 재배하는 실험농업에 쏟아 부었다. 그러면서 어떤 유실수가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를 지켜봤다. 그가 17년 만에 최종 선택한 작물은 지금의 애플망고 농장이었다. 400평 비닐하우스가 4개 동, 1평당 1개꼴로 애플망고가 자라니, 얼추 1,600그루의 애플망고 나무를 키우는 셈이다.

 

 

애플망고 나무는 묘목을 심으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성목이 되기까지 고염나무에 감나무 접을 붙이듯, 3차례 접목(接木)을 시켜 키운다. 그가 생산한 애플 망고는 3kg짜리 5개가 들어간 1박스 당 15만원인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그는 억대 연봉자가 되었고, 디자인 일을 하던 아내까지 합세해 같이 일하고 있다. “농업의 꿈을 버리지 마세요. 제가 그랬듯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농업을 병행하여 경험을 쌓고, 작은 실패도 겪어보고 난 뒤, 어느 정도 자신이 섰을 때 도전하시는 게 성공가능성이 높을겁니다.”


◇ 땀을 흘려 수확하는 기쁨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L씨가 농막안의 냉장고에서 꺼내 먹어보라고 깎아 준 망고는 입 안 가득 강한 단맛과 향을 풍기며 녹아들었다. 내가 그 낯설고 미스터리한 맛에 빠진 사이, 그는 농촌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농사는 땀 흘려 일하고 수확하는데 매력이 있는 것이지, 스마트팜의 홍보영상처럼 화면을 보고 게임을 하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농업을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마 젊은이들이 농촌에 정착해서 성공하긴 어려울 겁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야지, 기초가 안 되어 있는데 훌쩍 건너뛰었다가는 다리가 찢어지고...아, 나는 안되겠는 걸... 그런 생각이 들면, ‘기승전 수도권’이 되기 십상이지요. 어디 농사만 그렇겠습니까. 세상 모든 일의 이치가 그렇지요.”

 

◇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과 비교하려 들지 마라


남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충북 충주에서 33개 동의 하우스에서 수박을 재배해 2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Y씨. 앞머리가 이마를 덮고 얼굴이 구릿빛으로 빛나는 건장한 체격의 50대 중반 남성이다. 올해로 수박 농사만 14년째, 일대에서는 그의 이름을 대면, 즉각 수박농사 달인 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Y씨에게 젊은이들이 농어산촌을 등지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주춤거리다가 한 지인 이야기부터 꺼냈다.

 

 

“2년 전에 귀농해 수박농사를 짓는 분인데 올해 2년차에 본전치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건 정말 잘 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어 수익을 내면 농사 천재지요. 그럴 수 없습니다. 아마 그 분은 내년부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농사를 지어 바로 이득을 올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농사는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농업도 과학이고 기술이라고 하지만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딱 부러지는 계산이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 농사 경험 1년도 안 된 사람이 첫 술부터 배부르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그런 젊은이가 저와 같은 전문 농사꾼과 비교하면 되겠어요? 그러면 농촌에서 견디기가 힘들어지고 불평하다가 떠나게 되는 겁니다. 농업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기준이 뭔가요?” 하고 묻자 그가 무릎을 꿇고 흙을 떠 보이면서 말했다.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흙입니다. 가장 좋은 흙에서 가장 좋은 수박이 생산되는 것처럼 농사는 사람이 아니라, 흙과 하늘이 지어 주는 겁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거의 쓰지 않고 최고 당도를 내는, 고품질의 수박을 생산하는 힘은 농사꾼의 노력도 있겠지만, 역시 하늘과 흙에서 나옵니다. 농어산촌에 정착해서 농사를 짓든, 무슨 다른 일을 하든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모르면 젊은이 아니라 그 어떤 사람도 농촌에 적응하며 살기 어려울 겁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흙을 좋게 만드는 일, 젊은이들은 바로 그런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흙이 좋아지면 작물이 강해져 병충해가 들지 못하니까, 농약을 쓰지 않아도 되지요. 이런 지속 가능한 농업을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들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꿈을 가지지 않는 한 농촌에서 성공하긴 어렵지요.”


◇ 디테일한 계획보다 나만의 힘으로 현장에서 부딪치며 돌파구를 찾아라


그는 이어 “젊은이들이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을 따라 하거나 자기와 비교하다 보면, 금방 패배의식에 빠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농촌에서 살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귀농계획을 세세하게 짜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런 계획 보다는 그저 농어산촌의 슬로우 미학을 즐기겠다는 마음의 여유부터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짓든, 다른 일을 하건 먼저 직접 행동으로 옮겨 보고, 그 결과를 본 뒤
에 계획을 세워보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계획대로 되는 일은 농어산촌에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여러 해 짓다가 보면 눈이 트일 때가 있는데 계획은 그 때 세워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창 귀농귀촌지원센터 활동가인 김현희 씨가 한 언론에 기고한 「농촌2030 그들이 사는 법, 청년지원사업 잔혹사」란 글에서 “지원을 바라고 농촌에 온 것도 아니고,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도시로 가버릴 것도 아니지만, 농촌에 내려오기 전 나름 공부하며 세웠던 계획은 실제 내려 왔을 때 집에 대한 것도, 땅에 대한 것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교훈만 남겼다”고 썼다.

 

정부 지원이나 귀농귀촌 교육은 안 받는 것보다 받는 편이 농어산촌 정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꾸 외부 도움에 의존하다 보면 자생력(自生力)을 키우기가 힘들게 된다는 단점은 상존한다.


경북 상주시의 한 샤인머스캣 농장에서 만난 60대 초반의 남자는 대구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하고, 2년 전 부터 남의 농장에서 일을 거들어주면서 농사를 배우고 있었다. 그는 “내년부터 내 농사를 지어보려고 하는데 아직도 배울게 많아요. 농사는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게 생기는 듯합니다” 라고 했다.

 

충남 논산에 있는 부모님의 딸기 하우스에서 몇 년에 걸쳐 딸기 재배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독립한 30대 초반의 K씨도 그러했다. 그는 부모가 자신의 농사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독립해, 자신만의 농법을 개발해 딸기 하우스 3동에서 연간 7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고 독립적으로 개척정신을 가지고 하게 하라


24년 전 서울에서 충남의 한 산골 폐교로 귀농한 한국관광문화연구소 겸 온천개발연구소 박현 소장은 “요즘 농어산촌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층은 전업농이나 소득창출을 위해 귀농하는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그들에게는 농업 뿐만 아니라 텃밭 가꾸기, 대안적인 삶을 사는, 문화적 귀농귀촌까지 확장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농어산촌에 정착하여 농업이든 뭐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독립적으로 하면서 개척 정신과 창조적 정신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젊은이가 농어산촌에서 땀을 흘려가면서 ‘내 분야에서는 내가 왕’이라는 의식을 가지면, 농어산촌만큼 농사 외에도 할 일이 많은 곳이 없을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이 국가의 지원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독립적으로 개척정신을 가지고 해 나가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오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가라고 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현미껍질 가공업체를 하는 백승환 「장세살 연구소」 소장은 “농어산촌에서 자신의 일을 갖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도록 가칭 「젊은이들을 위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국가나 교회 등이 재정지원을 해 준다면, 농어산촌에 정착할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나 실질적으로 지방소멸·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귀촌인구의 67%는 5060세대여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촌은 사실상 지방소멸을 막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지방소멸을 막고 인구증가에 도움이 되려면 역시 왕성한 경제활동과 출산육아 의지가 있는 젊은 세대가 유입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마을 소멸 위기를 맞았던 일본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산골마을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그린벨리」라는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외부에서 벤처기업을 유치하자 웹디자이너,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사, 각종 공예품 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30세대가 이 마을로 이주하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매년 평균 122명이 이주했는데 이들 가운데 70%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2030세대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농사는 물론 다른 일을 해 보기를 원하며, 돈을 많이 벌기 보다는 지역사회를 배우고 지역 사회와의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는 일, 또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꾸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일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이라든가, 농·식품 분야 혁신생태계 조성, 환경 친화적 농·축산업으로 전환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등의 기존 정책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젊은이들을 농어산촌으로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각자의 개척정신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 인구증가, 지방부흥을 위한 농어산촌 창업의 병장들을 기다리며


요즘 농촌에 가서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농업인을 만나 보면 “농업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집집마다 마당에 승용차가 주차가 되어 있는 건 기본이고, 농한기에 골프를 치러 다닌다면서 부부가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SNS의 배경으로 넣고 있다. 어느 군 지역은 인구가 줄었지만 오히려 외제 승용차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남에게 보여주기식 체면 문화가 남아있다. 자기 자식이 고향으로 내려 오려고 해도 오지 못하게 막는다. 남들이 그걸 보면 자식이 망해서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한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왜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와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내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왕, 넘버원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자녀의 교육도 시킬 수 있으며, 젊은이들끼리 만나 교류도 할 수 있는 농어산촌의 청년 마을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할 일이 없어서 가는 곳이 농촌이 아니다. 도시보다 일은 몇 배로 힘들고, 출퇴근 시간도 없이 고된 노동을 해야 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 농촌은 아니다. 

 

농어산촌은 달라졌다. 다만 인구소멸 위기를 맞아, 마을을 부흥 시킬 젊은 의인(義人), 창업의병장들이 출현해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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