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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콤포지션 경제학(30) '전문성'을 촉진하는 사무직 AI 혁명

생업을 위한 일의 전문성이란 원래 누구나 지니고 있다. 중세시대 이전에는 마치 몸에 걸치는 의복처럼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전문성’으로 농사도 짓고 도자기도 굽고 칼과 가죽 제품을 만들었다.

 

산업시대에 접어들자 소위 기술자와 전문가라는 사람들만이 ‘전문성’을 갖게 되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분업화로 인해 ‘전문성’을 얻지 못하게 됐다. 산업시대의 기계화와 분업화는 극도의 효율성만을 추구하기에 인간들은 무기력한 노동자로 전락해 산업혁명 이래 지난 200여 년간 불안한 위치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산업 시대의 노동자는 거대한 기계 속의 부품과 같은 존재였다. 기술자들도 중세 이전 시대의 생업자들에 비해 주체적 독립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그 역시 종속적 역할로 떨어져 그저 노동자들보다 조금 나은 형편이었을 뿐이었다.

 

 

4차 산업혁명과 일의 변화

 

4차 산업혁명을 AI혁명이라고도 하는데, 이전 3차 산업혁명인 컴퓨터 기술발전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면 된다. 컴퓨터는 계산기로 처음 등장했는데, 실로 어마어마하 게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는 기존 기계 작업을 고도화 시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공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훨씬 많이 창출했다. 컴퓨터는 정보산업 직종과 더불어 워드프로세스, 엑셀, 포토샵, 인디자인 등 컴퓨 터 디자인이란 직업군도 만들어냈다. 이윽고 컴퓨터는 통신과 인터넷,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빅뱅’ 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AI가 전산업에 걸쳐 막 접목해가고 있는 중이다.

 

컴퓨터에 의한 공장 자동화는 3차 산업혁명 시기에 꾸준히 보급돼 왔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 단순 및 중간 노동 일자리들이 감소했을 터이지만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자동화 한다고 이전 인력을 다 보냈을 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없고, 3차 혁명 시기의 오토메이션은 엄밀히 말하면 반자동화 여서 여전히 사람 손길이 필요했다.

 

4차 산업혁명의 AI화도 비슷한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AI를 도입한다고 해도 중간 노동과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한다. 다만 AI 도입 이전과는 다른 중간 노동과 단순 노동일 것이다.

 

중간 노동과 단순 노동은 단기간의 교육과 훈련으로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적응이 어려운 곳은 기술자들이다. 기술자들과 전문직은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오는 데에 오랜 노력을 기울인 만큼 AI화로 조성된 이질적 기술적 조건과 환경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정 공장, 특정 산업의 AI화가 해당 공장의 기술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어떻게 바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공장 현장마다 다를지 않을까 생각된다. 해당 기술자들의 전문성의 속성, 마인드, 주어진 현장 조건 등에 따라 기술자와 전문직의 진화 모습이 같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기술자와 전문직에게 A 관련 기본지식과 기술이 요구될 것 같다. 자신의 전문성만 알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코딩과 알고리즘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AI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알고 그것을 항상 첨단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사무직의 증가는 2차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됐다. 내연기관의 발달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거대한 소비시장이 창출됨에 따라 종업원을 인사관리하고 자재 조달, 시장 조사, 마케팅, 자금유치, 경영 전략과 기획 업무 등에서 많은 사무직이 필요했다.

 

3차 혁명 시기에는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이들 사무직 업무가 더욱 세분화·전문화돼 왔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때마침 태동한 경영학이 기업에 수혈되면서 사무직의 증가를 가속화시켰다. 이제 사무직 업무에 AI가 접목돼 가면서 크나큰 변화를 맞고 있다.   

 

ERP에서 AI까지 그리고 미래 노동 현장은?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컴퓨터의 영향으로 공장에서 반자동화가 일어났다면 사무직에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들이 도입됐다. 회계, 세무, 고객관리, 급여, 재고관리, 그룹웨어 등 컴퓨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업무에서 활용이 이뤄졌다.

 

지금 기업들 중 ERP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이런 여러 종류의 ERP를 상호 연결하여 더욱 업무를 효율적으로 높이고 경영자의 판단을 돕는 SI(System Integration) 서비스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AI가 부분적으로 적용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나타났다. 최근 3-4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도입돼 RPA 컨설팅 업체를 통해 보급되고 있다.

 

 

전자신문이 RPA 보급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10월 29일 ‘코리아 RPA 서밋 2021’를 개최한 바 있다. 현재 RPA는 주로 은행 등 대형 기업들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ERP면 충분하지 RPA까지 돈 들여서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은행은 사무 업무가 규격화돼 있으나 일반 중소기업은 규격화된 것은 ERP로 가능하고 나머지는 비정형이 많다.

 

RPA는 아직 비정형 업무까지는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AI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모든 비정형 자료를 인식할 수 있을까, 또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사무업무란 자체가 ‘비정형’이 본질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업종마다 산업마다 현장에 따라 다종다기하고 애매한 것이 사무직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무직에서 RPA 보급이 실제로는 상당 기간 필요할 것이다. 

 

ERP는 기왕의 정형화·규격화된 업무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인력과 비용 및 시간 단축이란 가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비정형 업무는 다르다. 비정형 업무 중에서 정형 부문만 골라내서 RPA를 적용한다 한들 그것이 비정형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경우,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다.

 

공장 작업은 자동화도 쉽고 AI 도입의 효과도 클테지만 사무직 업무는 담당 직원마다 다를 경우가 많고 유동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사무직의 RPA는 업그레이드를 계속하지 않으면 쓸모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AI 연구개발에 소홀히 해선 안 되지만 실제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무직 업무에 가장 성공적으로 자동화 프로그램을 적용한 기업은 단연 아마존이 아닐까 한다. 아마존의 창업자 베이조스는 신념을 갖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모든 업무의 곳곳에 선도적으로 적용했다. 지금은 아마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우주개발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가 아마존에 그대로 있었다면 누구보다 앞장서 RPA를 도입 했을 것 같다. RPA는 금방 효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대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신념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입하여 업무에서 실험하고 개선 해가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축적된 업무 경험은 경쟁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지금이 RPA의 사무직 업무 적용을 도입할 적기일지도 모른다.  


RPA+AI 도입의 중심에는 역시 최고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 최고경영자는 감과 촉만으로 안될 것 같고, 과학기술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의 상관관계를 믿는 논리적·수리적 사고, 실험과 실패를 통한 경험 축적과 혁신적 프로세스의 이해, 업그레이드를 당연시 여기는 유연한 마인드를 가진 최고경영자만이 기업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게 할 수 있다.       

 

 

전문성은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관과 부합

 

어떤 조직이나 세 타입의 직원들이 있다. 아무거나 시켜도 일 잘하는 팔방미인형, 한 가지 분야에서는 조직 내외에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프로페셔널 타입,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인들이다.

 

팔방미인형은 그간 우리나라가 맨땅에서 중진국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각광을 받으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일류 기업에선 팔방미인형은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될 위험성이 있다. 

 

선진국이 된다고 함은 모든 기업과 기관, 단체들의 일들이 고도화 복잡화 되는 까닭에 프로페셔널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팔방미인형이 하는 일이란 대개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면 할 수 있는 중간노동의 성격일 경우가 많다. 어떤 부서 내에서 팔방미인형이 너무 앞서 나가면 다른 동료 중간인들을 소외감(?)에 빠져들게 하거나 또는 나태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독보적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팔방미인형처럼 여러 가지 일에 관여하거나 동원돼서는 안 된다. 전문가란 도달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지난하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자신의 일을 잠시라도 게을리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면 얼마 안 가 ‘전문성’을 잃어버린다.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어떤 사람이 팔방미인 형이라고 일컬어지면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이 크고 전문가 일지라도 자신의 전문성을 곧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팔방미인형은 싸게 일하면서 바쁘기만 하고, 어떤 일에도 전문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해 회사를 떠나면 그것으로 그의 직업적 수명도 종말을 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인 프로페셔널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행동양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소수의 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다른,  프로페셔널급 전문성 가지고 있는 경우와 제너럴한 팔방미인형 직원 한 명이 단독으로 앞서 있는 경우를 비교해보 면 알 수 있다.

 

전자의 팀은 협력성, 창조성, 효율성,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반면 후자는 협력보다는 경쟁과 시기와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조직 전체로 볼 때도 전문가 중심 작업 방식은 중간 노동자들을 전문가급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 온다.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게 되면 두루뭉술한 분야가 세분화되고 다시 종합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일은 산업시대와 달리 독립성이 강한 일이 될 것이다. AI 자동화가 루틴하고 표준적인, 귀찮은 일을 맡아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의 극대화에서 효과의 극대화로, 비정한 분업화에서 자율적 인간화로 회복된다고 할까, RPA+AI는 일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게 틀림없다. 갓 입사 한 사원에게도 전문성 있는 일을 맡김으로써 자율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패러다임 변화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바라는 사무직의 모습이다. RPA는 아직 초기 도입단계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세계 어느 나라와 기업들보다 앞장서서 도입하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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