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이코노미뉴스 박홍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스스로 정치 생명을 끊어내는 초강수를 두자 정치권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화제를 모았던 윤 의원은 8월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또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면서 대선 경선 후보직도 사퇴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찾아와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며 눈물을 흘리자 해당 기자회견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한편 윤 의원의 사퇴 선언과 이 대표의 눈물에 여당인 민주당 측에서는 일종에 ‘쇼’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8월26일 “과잉된 정치 액션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필요한 조사를 받고 합당한 책임을 지라며 압박을 가했고, 같은 당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윤 의원의 부동산투기 사건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피라미고 KDI가 몸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윤 의원이 근무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M이코노미는 윤 의원이 의원직을 던진 시점부터 여야가 주고받은 주요 논쟁들을 정리해봤다.
윤희숙 의원직 사퇴...“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 허물 수 없다“
권익위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3월 농지취득자격을 획득해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 1만871㎡(약3300평)를 사들이고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농지법 등 위반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주변에 산업단지가 들어올 것을 알면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이 여당이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추가 의혹의 핵심이다. 해당 부지의 땅값은 5년 동안 두 배 안팎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8월25일 기자회견에서 “아버님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2016년 농지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 한국 농어촌 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하셨다고 한다”며 “저는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도 이런 사실 관계와 소명을 받아들여 본인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벗겨주었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되가는 친정 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의원 평판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번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 조사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선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윤 의원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선이라는 큰 싸움의 축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비록 제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치열하게 싸워 온 제가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저를 성원해주신 당원들에 보답하는 길이리라 생각한다”며 “그것이(의원직 사퇴가)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
◆ 당 지도부에서 소명됐고 혐의가 없다고 했는데 왜 의원직까지 내놓는가.
“정치인에게 도덕성의 기준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선 출마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그것이었는데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과 자질을 가진 정치인들을 포기하고 용인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다 그러려니 생각하는 포기가 국민들 간에 있어요. 지금 여당 대선 후보 보시면 보통 대한민국 국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도덕성 수준입니다. 쌍욕에, 음주운전에, 얼마 전 사이코 먹방까지...그런 것을 용인하는 것이 국민들이 포기해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우리 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년 전 대선 때 우리 당을 벌써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한 사람이 대선주자라며 뛰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바꿔 보겠다고 대선에 출마했어요. 제가 여기서 꺾이지만 그래도 가는 모습은 제가 보고 싶었던 정치인의 그런 길을 가는 것을 국민들이 보시고 정치인을 평가할 때도 도덕성이나 자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존중할만한 정치도 있구나 하는 그런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뜻이 제 자신에게는 많았습니다. 비록 제 자신의 일은 아니지만 좋은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의원직 사퇴를 하려면 본회의를 거쳐야하는데, 본회의 표결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다수당이 민주당이잖아요. 민주당 입장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가장 치열하게 공격하는 저를 가결 안 해준다고 예상하기는 어렵고요. 민주당이 즐겁게 통과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눈물로 사퇴 만류한 이준석 “권익위 야만적”
한편 25일 기자회견장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찾아와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에서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및 대선후보 중도하차를 강하게 만류할 것”이라며 “사실 어제 권익위의 과도한 숫자 맞추기식 조사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는 데 장시간 검토와 회의의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리 당 모 대선주자를 향한 공격이 있을 때도 우리 국민의힘에서 연좌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어제 권익위 조사 결과를 보면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되지 않거나 의원 개인이 소유관계나 행위 주체가 되지 않았음에도 연좌의 형태로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히 권익위의 발표를 놓고 “야만적”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윤 의원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윤 의원은 (사퇴가) 책임지는 방식이라 했지만, 책임질 일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이번 결정을 재검토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윤희숙이라는 가장 잘 벼린 칼은 국회 있을 때 가장 그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고 당 대표로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 기자회견 후 이 대표 백브리핑>
“권익위 조사를 받아보고 제가 대표로서 강한 대응을 천명했던 것에서 다소 후퇴하는 선이 있더라도 억울한 분들은 발생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문명사회에서 가장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연좌의 형태로 공격이 가해졌던 윤 의원과 송석준 의원의 명예는 최우선적으로 지켜드리려고 했는데, 어제 일부 이름이 먼저 언급되면서 윤 의원님의 상처가 커졌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윤 의원에게 계속 말씀드려 뜻한바가 있더라도 의원직 사퇴만은 재고할 수 있도록 요청할 생각입니다. 윤 의원은 학자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활동가로서도 여러 가지 쓰임이 있으신 분이지만 우리 당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가장 멋있고 가장 그분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재명 “윤희숙 사퇴는 과잉된 정치액션...조사가 우선”
반면 여당에서는 윤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시절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던 윤 의원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거꾸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 걸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과잉된 정치 액션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먼저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권이 할 일은 개인의 정치 액션이 아니라 이를 방지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라며 “국회, 국회의원은 법으로 말하면 된다. 과잉된 정치 액션으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주장해온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직계가족 부동산 소유현황 및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두관 “이준석, 윤희숙 손잡고 악어 눈물...투기몸통 KDI 수사를”
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도 26일 윤 의원이 근무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독점하면서 전국의 개발정보를 대부분 알고 있는 KDI 근무자와 KDI 출신 공직자, 그리고 그 가족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윤 의원의 부동산투기 사건은, LH는 피라미고 KDI가 몸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의원 부친이 샀다는 땅의 위치, 그리고 그 땅의 개발과 관련된 연구나 실사를 윤 의원이 2016년까지 근무했던 KDI가 주도했다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며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75세쯤에 농사를 짓겠다며 세종시 인근에 3,300평의 땅을 샀다. 그런 개발 예정지구 인근에 떡하니 땅을 샀다니 윤 의원 부친이 점쟁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윤 의원이 KDI에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로 가족과 공모해 땅 투기를 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의원의 사퇴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어설픈 사퇴쇼와 악어의 눈물로 의혹을 덮고 넘어갈 생각은 아예 버리라”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준석 대표는 스스로 정치공작의 아이콘이 되어 윤 의원의 손을 잡고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윤희숙 의원님, 이준석 대표님, 지금이라도 양심고백을 하시라”며 “그래야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면 돌파’ 윤희숙 “공수처·합수본 수사 받겠다...무혐의면 이재명 떠나라”
윤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 이틀만인 8월 27일 자신을 향한 각종 공세와 관련해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의뢰한다”며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비판한 여권 인사들을 겨냥 “제가 죄가 없거든 제발 사악한 음모와 날조된 거짓 선동만으로 남을 음해하고 대한민국을 좀먹으며 승승장구해온 저들을 정치판에서 몰아 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여당의 대선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제가 KDI에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가족과 공모해 땅 투기를 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며 “그러나 KDI에서 재정복지정책부장으로 재직한다고 해서, KDI 내 별도조직에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본인의 통장거래 내역과 부친의 토지계약서를 공개한 윤 의원은 “이것 말고도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제출하겠다”며 “당시 내부전산망 접속기록도 KDI 홍장표 원장님 신속히 공개하고, 지금 당장 저희 집과 부모님 댁도 압수수색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철저한 조사 끝에 어떤 혐의도 없다고 밝혀지면, 낄낄거리며 거짓 음해를 작당한 민주당 정치인들 모두 의원직 사퇴하라”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 남영희 대변인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며 “이들이 음해에 가장 앞장선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재명 캠프 자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더러운 음모나 꾸미는 캠프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모의의 꼭대기엔 누가 있나. 캠프의 우두머리 이재명 후보”라며 “제가 무혐의로 결론나면, 이재명 후보 당신도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이 이날 공개한 부친의 자필 편지에서 부친은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이 되는대로 그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에서 윤 의원이 던진 승부수가 국민의힘에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