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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과거의 나를 지우고 싶다 …“잊힐 권리”

- 온라인에서 망각될 권리 ‘잊힐 권리’
- 지속적인 법제화 필요성 목소리 나와
- 개인 자율성 보장 vs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대립
- 피해자 구제 측면 한계…입법적 보완 필요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1998년 미국 저널리스트 J.D. 라시카는 인터넷 잡지 ‘살롱’에 “우리의 과거는 디지털 피부에 문신처럼 아로새겨지고 있다 (…) 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디지털 세상에서 인터넷에 한 번 올라간 기록은 그 유통기한이 없고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문제는 온라인상 글이나 영상이 살아있는 만큼 기본권 침해 문제도 함께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온라인에서 망각될 권리, 이른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법제화가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잊힐 권리의 5가지 분류
 

인터넷의 발달은 일반 시민들에게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과 유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함께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사적인 정보까지도 노출되는 일 역시 일상적으로 벌어지면서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정보의 자기결정권 등의 침해 발생하기도 한다.

 

‘잊힐 권리’라는 개념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 과정은 없었다. 다만 보통 온라인상 개인에 대한 기록 원본의 삭제 또는 해당 기록 원본에 대한 접근 배제하는 것을 잊힐 권리로 보고 있다. 잊힐 권리의 범위는 원문삭제와 검색 결과 배제의 관점에서 5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원문 삭제 범위에서 ① 정보 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에 제공, ② 정보 주체가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게시, ③ 정보 주체가 게시한 정보를 제3자가 공유 등으로 나뉘고, 검색 결과 배제 범위에서 ④ 내 정보를 제3자가 게시, ⑤ 뉴스 및 기사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언론사의 기사 삭제의 경우 검색엔진 운영자에게 검색을 통해 나타나는 정보(일반 콘텐츠 및 뉴스 기사 포함)의 링크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는 협의의 잊힐 권리로, 링크를 통해 연결되는 정보의 원본과 검색 상의 링크 모두를 삭제할 경우 광의의 잊힐 권리로 볼 수 있다.

 

 

개인 자율성 보장 vs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대립
 

잊힐 권리의 법제화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은 개인의 자율성 보장이다. 인터넷상 배포된 정보 가치의 영향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 해당 정보의 가치가 저하될 때는 정보 주체의 잊힐 권리가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나 독자의 알 권리 보다 중요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많은 연예인의 경우처럼 과거 일반인이었던 시절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이 수년이 지나 공인이 됐을 때 발목을 잡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다른 모습으로변화하고자 할 때 과거의 행위가 드러나는 것을 꺼릴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잊힐 권리는 인간의 자율성 측면에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도 공개된 정보가 통제와 감시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자율적 삶을 억제한다.

 

특히 온라인 언론 기사로 인해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잊힐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과거 신문, 방송 등 전통적 매체의 경우 침해적 정보가 일회성 전파에 그쳤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언론 매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노출돼 침해가 지속적이다.

 

잘못된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등의 경우에도 인터넷상에서 원래 기사와 정정보도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 등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게된다.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국민의 알 권리 제약이라는 우려도 수반한다. 잊힐 권리를 통해 평범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고위공직자나 실세 정치인 등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삭제해 잊힐 권리를 남용될 소지도 있다. 더욱이 강한 민주주의의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잊힐 권리를 남용할 우려가 상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잊힐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사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 감시가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행 법률로 일정 수준 보장 가능
 

잊힐 권리를 별도로 법제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은 이미 현행 국내 법률을 통해 잊힐 권리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임시조치제도, ‘언론관계법상’ 언론중재제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찾기 어려운 행정기관을 통한 인터넷콘텐츠 심의제도로 잊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과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잊힐 권리를 입법을 통해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제3자에 의한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의 권리침해 등에 이르지 않는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삭제청구가 어렵고, 이 경우 민법상 금지청구권의 해석을 통해 삭제가 가능하지만 법원의 삭제 결정에 이르는 절차가 복잡하다. 또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잊힐 권리를 명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잊힐 권리는 검색엔진이 검색한 링크를 삭제하는 권리로서 원저작물이 아닌 검색 결과 삭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 검색엔진에 일정 기준을 지시하고 검색엔진이 이를 따르도록 제한하는 법안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언론사에 대한 기사삭제청구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언론매체에 의해 명백히 진실이 아닌 기사로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지속적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언론피해구제방안의 하나로 기사삭제청구권을 신설하고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대상으로 하는 입
법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만든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이 가이드라인은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 또는 사자(死者)가 작성한 게시물에 대해 게시판 관리자 또는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검색서비스사업자의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접근배제를 취한 경우 검색목록에서 배제해야 하며, 게시판 관리자의 사업 폐지 등으로 삭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바로 검색 목록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게시판 관리자가 해당 게시물을 보존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담하거나,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히 관련된 경우에는 접근 배제를 거부할 수 있다. 이 때 공익 관련성은 공인이
자신의 공적업무와 관련해 작성한 게시물 또는 공직자나 언론기관 관계인 등이 작성한 게시물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적용대상을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에 한정하고 있어 제3자 게시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또 자기 게시물의 경우에도 게시판 등에는 자기 게시물 삭제 기능을 대부분 가지고 있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 또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 사이트를 탈퇴한 경우 실제 게시자의 확인이 어려워 게시물 삭제가 어렵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다.

 

 

유럽연합 등에서는 폭넓게 보장
 

미국은 수정헌법에서 표현의 자유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어 이를 제한할 소지가 있는 잊힐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통해 규율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한 개인정보 등과 같이 출판이 허용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잊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방 차원의 법률은 없다. 다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보 공개와 같이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일부 잊힐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연방법이 아닌 주법을 통해 잊힐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법에서는 18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페이스북과 구글 등 인터넷서비스에서직접 게시한 자신의 기록을 삭제하거나 숨기도록 요청하는 내용의 규정을 도입했다.

 

잊힐 권리를 선구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곳은 역시 유럽이다. 2014년 EU사법재판소는 1995년 ‘개인정보호지침’에 근거해 검색 서비스의 검색 링크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잊힐 권리를 인정했다.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EU사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EU는 회원국에 법적 효력이 있는 ‘일반정보보호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제정해 1995년 만든 개인정보보호지침을 대체하면서 잊힐 권리 보장을 법제화했다.

 

EU에서는 정보 주체는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개인정보의 삭제를 개인정보처리자에 요구할 수 있고, 개인정보처리자는 합리적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 등에 의해 제한될 수 있고, 공익성이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삭제되는 정보로는 공익성이 없는 정보, 건강·성적 취향·정치 성향·노조 가입 여부 등과 같은 민감 정보, 미성년자의 경범죄, 형집행완료·거짓 혐의·무죄로 선고된 고발 건 등의 정보 등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잊힐 권리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고, 민법상 삭제청구 및 손해배상 차원에서 인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여고생을 대상으로 아동 매춘한 피의사실로 체포되어 벌금형을 받은 범죄자가 체포 당일 언론과 웹사이트에 게시된 사실에 대해 검색엔진을 상대로 인격권에 근거해 검색 결과 삭제를 청구한 바 있다. 이후 1심과 2심에서는 청구가 인용됐지만 일본 최고재판소는 공익성을 인정해 청구인의 검색삭제 청구를 기각했다.

 

즉 공표되지 않을 이익이 ‘명백하게 우월한 경우’ 검색사업자에 대한 삭제 요구는 정당하나, 아동 매춘과 같은 사회적으로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금지행위가 공표되지 않을 법적 이익이 명백히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피해자 구제 측면 한계…입법적 보완 필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법에서 잊혀질 권리는 개별법상 규정에 근거해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있다. 비공개 개인정보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삭제할 수 있고,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공개된 언론 보도 또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언론 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정정보도 청구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임시조치 및 불법정보 규정에 따라 원문의 수정 또는 삭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별법 차원에서 잊힐 권리 보호는 권리침해 대상이 되지 않는 정보 및 검색 링크 삭제 측면에서 피해자 구제에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를 제3자가 복사하거나 링크한 경우 등에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삭제가 어렵고, 해당 정보가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 등 권리침해 정보가 아닌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삭제가
불가능하다.

 

또 정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정보 주체와의 관련성을 지우게 하는 검색 엔진의 ‘링크 삭제’는 기존 법률이나 법리로 해결하기 어렵다.

 

 

보완책으로는 기존 법률의 개정하는 방법이 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를 통해 정보 삭제 및 검색 배제 등의 잊힐 권리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개인의 사생활 또는 사회적 차별을 야기해 현저하게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로서 민감 정보, 오래된 부정확한 정보, 편견을 낳는 정보, 고유식별정보에 한해 잊힐 권리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정보로서 보도목적·학술연구·종교·정치 활동 등의 공적 정보, 공직자·운동선수·기업인·예술가·중대 범인 등의 공적 인물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청구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라며 “청구자의 인격적 이익과 제3자의 표현의 자유 또는 알 권리 간에 균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보는 삭제 청구를 제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검색서비스사업자에 한해 검색 결과의 배제와 같은 잊힐 권리의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기사삭제청구권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최 조사관은 “언론의 자유 침해 문제와 해외 입법 사례를 비춰볼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최 조사관은 “기사삭제청구권을 허용한다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제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 할 수 있다. 또 오보의 경우에도 기사 자체가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라는 점, 언론사들의 자사 생산 기사를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라며 “해외에서 논의되는 잊힐 권리의대상도 링크삭제청구권으로서 검색엔진이 제공하는 검색 결과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색 링크를 삭제하는 것이 아닌 언론 기사 자체를 삭제하는 형태는 잊힐 권리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검색뉴스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언론 보도에 대한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온라인상 과거 기사에 대한 피해자 요청의 적정성과 언론의 자유 사이에 균형을 위해 언론사의 기록은 유지하되, 프라이버시 침해가 과도하고, 더 이상 공공적이지 않은 기사에 대해서는 해당 기사에 언급된 자가 인터넷 검색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는 잊힐 권리의 개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조사관은 “법률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한 특칙을 마련해 사업자를 대상으로 검색배제청구권을 신설하고, 검색 배제를 언론중재위원회가 조정할 수 있도록근거 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검색배제 청구 대상은 보도의 내용이 허위이거나 피해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명백히 침해한 경우를 청구 요건으로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최 조사관은 “EU의 판결 그리고 일본 최고법원의 판결이 공적 인물이나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공공의 이해가 우월한 경우까지 잊힐 권리를 보장해 검색 결과를 삭제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잊힐 권리의 예외 사항을 정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표현의 자유와 피해자의 공표되지 않을 자유의 조화로운 균형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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