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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본경제 10월 위기설]출구 안 보이는 ‘아베노믹스’…문제는 ‘엔고(円高)’

- 日 경제 견인 ‘아베노믹스’ 한계 드러내…물가상승률·GDP 성장률 등 개선↓
-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엔고’…엔저로 성장한 일본경제에 치명타
- 국가부채 GDP 237%·美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日 경제 위기 도래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일본경제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이른바 일본경제의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종목인 반도체를 정조준한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경제를 붕괴시키고, 결국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들려던 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던 일본의 경제에 이 같은 위기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엔고(円高)’ 때문이다. 일본경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Abenomics)’의 근간인 ‘ 엔저(円低)’ 유지를 위한 사실상의 무제한 양적 완화와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지출 등에 의지해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의 증가하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엔화에 몰린 투자금으로 인해 엔화 가치는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있어 미국의 환율 압박으로 인해 엔저로 유지됐던 일본경제가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르는 한편,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전후(戰後) 가장 오랜 기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경제에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무제한적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확대로 글로벌 투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엔화로 몰리면서 ‘엔고’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10월부터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과 함께 미국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를 견인해 온 ‘아베노믹스’에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한계 드러낸 ‘아베노믹스’

 

금융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개혁(성장 전략) 등 크게 3개의 축으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일본경제의 회복과 디플레이션 위기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시행됐지만, 불과 2~3년 만에 그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경제, 무엇이 달라졌나?-아베노믹스 3년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아베 내각 출범 직후인 2013년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일본경제는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고, 이후에도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며 “금융·통화부문의 양적·질적 완화는 통화량 증대로 인한 엔저 기조 정착과 플러스 물가 상승률 달성이라는 성과는 있었지만, 대외거래실적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정 확대는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데 기여했지만, 재정건전성은 지속 악화됐고, 성장 전략 측면에서는 기업에서 가계로의 경제 선순환 고리형성이 지연되면서 경제성장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하다. 일본 내각부는 7월 말 일본의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전망치 1.3%보다 0.4%p 하향 조정한 0.9%로 낮췄다. 일본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이 엔고로 인한 실적 악화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올해 2분기 민간 설비투자는 1분기에 비해 0.2%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그나마 일본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낙관적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취합한 민간 연구기관의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5%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 정부는 내년에 성장률이 1.2%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민간에서는 내년에도 0.5%의 미약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실질 GDP 성장률 목표치를 2%로 제시했지만, 지난 6년간 실질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잡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일본은행의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신선 식품 제외)는 각각 1.1%와 1.4%에 그쳤다. 2021년에도 1.6%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에서 가계로의 경제 선순환 고리 형성도 여전히 요원하다. 전체적인 고용 확대로 가계소득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임금 회복세가 미약해 내수확대까지 연결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에 적극적이기 않기 때문이다. 고용이 확대됐다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월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19 G5 경제 전망과 대응’에서 “일본의 임금 수준은 1997년이 피크였는데, 당시 개인이 한 달에 37만엔 정도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에는 당시보다 6만엔 적은 31만엔을 받는다”며 “아베 정부 때 조금 올라가고 있지만, 2000년대 초·중반부터 계속해서 임금 상승률이 2%대 미만으로 유지되는 등 여전히 임금의 회복세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부채, GDP의 237%…‘좀비’된 일본경제

 

재정건전성은 최악이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의 세수는 세출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베노믹스’를 추진해 경기 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재정 지출을 지속했으니 빚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세계 1위로,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1,105조4,353억엔. GDP의약 237%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경2,000조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일본의 부채가 이렇게 증가하게 된 것은 일본은행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 완화를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경기 침체가 지속됐는데, 당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미루고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을 구사해왔다. 결국 아베의 양적 완화도 일본이 과거부터 취해왔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일본은행의 국채보유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43%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97조7,000억엔(약 1,1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35% 정도를 국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주식시장에 투입된 정부 재정은 6월 말 기준 66조5,000억엔(665조원)에 이른다. 일본은행이 대주주인 상장사 비중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에 육박하는 49.7%다. 또한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년 6조엔가량 매입하는데, 올해 3월 기준 일본은행의 ETF 보유 잔액은 28조엔. 이는 우리나라 코스피격인 도쿄증시 1부 시가총액의 4.7% 수준이다. 2020년 말에는 40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일본경제가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돈에 의해 떠받쳐져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좀비’ 상태가 된 것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이같은 방식의 일본식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F학점도 줄 수 없다. 미친 짓”이라고 혹평했다.

 

韓 수출규제·불매운동…2020년 日 GDP 성장률 0.1%p↓

 

일본 정부의 정치적 판단 오류도 일본경제를 위기로 내모는 요소다. 올해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한국의 수출 효자종목인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아베노믹스가 추진됐던 6년간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 감소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수요 감소로 전년동기대비 6.7%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지난 54년간 708조원의 무역 흑자를 안겨준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조치에 우리나라 국민은 일본산 물건을 사지 않고,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보이콧 재팬(일본 불매운동)’ 운동을 펼쳤다. 이중 일본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다. 중국, 한국인 관광객이 조금만 정체되고 사실상 내수를 떠받쳐주던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은 753만9,000명(24.1%)으로, 중국인(838만명, 26.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또한 이들이 일본에서 약 54억 달러(약 6조3,552억원)를 썼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쓴 415억 달러(약 48조8,455억원) 중 중국 140억 달러(약 16조4,780억원, 34%)에 이어 두 번째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9월3일 ‘최양오의 경제토크 by 인포스탁데일리’에서 “일본은 ‘6차 산업’이라고 해서 농촌을 관광지로 꾸며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일본의 관광산업에 종사자는 30~50대 여성, 가정주부”라고 말했다.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센터장은 “지역 소도시는 에어비앤비(Airbnb) 관련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은퇴자들이 많은데, 관광객이 안 오면 소득이 떨어지는 것이 체감적으로 바로 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9월1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여행절벽의 경제적 피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의 생산 감소 규모는 79억2,000억 달러로 한국의 생산 감소 규모 16억8,000만 달러의 4.7배에 이르고, 고용 감소 피해는 일본 9만5,785명, 한국 1만8,176명 등 일본의 피해가 5.3배 많다”며 “이에 따른 2020년 경제 성장률 감소 효과는 일본 0.1%p, 한국 0.05%p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JNTO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0만8,7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8% 감소했다. JNTO는 “한국 시장 감소가 방일 외국인 관광객 전체 숫자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소비세 8% → 10% 인상…내수위축 우려

 

아베 정부는 재정개혁을 위한 올해 10월 소비세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달 9일 KDB미래전략연구소 의 ‘일본 소비세율 인상과 향후 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소비세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간접세로, 1989년 최초로 도입(3%)된 이후 1997년 4월(3% → 5%), 2014년 4월(5% → 8%) 두 차례 세율을 인상한 바 있다. 당초 세 번째 소비세율 인상은 2015년 10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국내 소비 위축 우려로 인해 2017년 4월로 한 차례 연기, 2016년에는 이를 다시 한번 2019년 10월로 연기했다.

 

소비세 인상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민감한 이슈다.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는 1989년 소비세 도입 이후 버블경제가 붕괴되자 소비세 도입이 경기를 과도하게 냉각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사임했다.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는 1997년 소비세 인상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기가 위축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간 나오토 전 총리도 2012년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로 철회했다.

 

아베의 소비세 인성 배경은 급증하는 사회보장비용의 재원 확보가 필요한데 장기 불황으로 인한 조세수입 감소를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 결과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증세를 통한 재정개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6년 생산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이후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노인의료비 등 사회보장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28%에 이른다. 그야말로 초고령사회다. 이에 따라 1990년 일본 재정의 17%를 차지했던 사회보장지출은 2018년 33%로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노용관 연구원은 “소득세나 법인세 인상을 생산가능인구에 부담이 집중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고령인구를 포함한 모든 세대가 분담할 수 있는 소비세 인상을 추진했다”며 “이번 소비세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약 5조6,000억엔으로 추정되며, 이는 국채 상환(2조8,000억엔), 교육 및 육아분야(1조7,000억엔), 노령의료비(1조엔)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비세 인상이 필연적으로 민간소비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소비세 도입과 1997년 소비세율 인상 때는 물론이고, 2014년 추가 인상 때마다 경제주체들의 부담은 상당했다. 2014년 소비세율 추가 인상 당시 급격하게 위축된 민간소비는 2017년 이후에야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인상 전과 비교했을 때 민간소비는 1,000억엔 이상 감소했고,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민간소비가 일본 GDP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소비세율 인상은 올해 4분기 및 내년 GDP 성장률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는 ‘엔고’…일본경제에 치명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이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 3%p 인상했을 때 가계부담이 8조엔 정도 됐는데, 이번에는 인상폭이 2%p 수준이고, 민간소비 위축에 대비한 보완책을 일본 정부가 마련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담은 2조~3조엔 정도 예측됐고, 경제 위축 효과는 0.2~0.3%p 수준으로 추산됐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집계한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 37개의 실질 GDP 성장률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4분기 –.3%를 보였다가 내년 1분기 0.73%, 2분기 1.0%로 플러스 전환한다.

 

문제는 ‘엔고’다.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해 수출기업의 실적을 개선,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 전체를 띄우겠다는 것인데, ‘엔고’는 ‘아베노믹스’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경제에 치명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2016년 브렉시트 등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엔고는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엔고’의 배경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확대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엔화에 글로벌 투자금이 몰려 엔화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베 취임 전후로 달러당 80엔 중후반이었던 엔화 가치는 2015년 달러당 125엔 수준까지 떨어졌고, 환율 효과로 인해 지난해 일본 기업의 순이익과 닛케이지수는 2013년 대비 2배 이상 높아졌지만, 현재 환율은 올해 9월 기준 달러당 107엔까지 올랐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웠다.

 

‘엔고’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낮춰 기업수익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엔저’는 수출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고, 수출대금을 엔화로 환산했을 때 액수가 더 커지는 효과(환차익)를 가져와 기업의 실적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엔고’는 기업 실적을 악화시켜 기업 수익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 388개사가 내년 3월까지의 실적 전망에서 예측한 평균 환율은 109엔인데, 엔·달러 환율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또한 노무라증권이 시가총액 상위 300개사를 대상으로 환율이 109엔에서 105엔으로 떨어질 경우 기업 평균이익은 약 1.4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 1,243개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14%가량 줄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1.8%(전기대비)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한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 스즈키는 8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6% 줄어들었다며 그 이유로 엔고를 꼽았다. 나기오 마사히코 이사는 엔고로 인한 환차손만 69억엔(764억원)에 이르고, 올해 엔고로 인해 150억엔(1,662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토모화학은 2분기 실적에서 환차손이 71억엔(786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다시 돈을 풀어 ‘엔저’를 유도하며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장기간 이어져 온 엔저 유도 정책이 한계에 달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인위적인 엔저 유도에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며 환율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미국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양오 고문은 “‘10월 위기설’의 뒷 배경에는 미·일 무역협상 과정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을 환율로 압박하는 부분이 있고, 심지어 10월에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안 보이는 ‘아베노믹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9월7일 <중앙선데이>에서 “아베 내각은 경제 운영 방침에서 ‘해외의 경기 하강 리스크에 대해서는 기동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주저 없이 실행하겠다’고 명기하고 있다. 재정확대 정책으로 경제의 하강 압력에 어느 정도 버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규모 양적금융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효과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고, 엔저 현상이 이미 장기 추세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진행된 상황이라 앞으로 엔저를 유도하는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외 경제 여건이 더욱 나빠지면 일본은행이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유도 수준을 현행 0~-0.2%에서 마이너스 폭을 더욱 확대하거나 본원통화 증가량을 늘려 양적금융완화 확대로 대응할 가능성은 있으나 예전처럼 큰 효과를 낼 만큼의 추가 금융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행은 지난 9월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1%, 10년물 국채금리 0%정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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