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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정치인의 소통 방식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편집주간> SNS가 등장하면서 정치인들의 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 소통 방식이 언론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정치인들의 운명을 가르 고 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예를 들어 SNS 소통 방식의 현재와 의미를 살펴보았다.



미디어와 뉴스의 본고장,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소통하는 것을 넘어 트위터로 정치를 한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엔 트럼프의 트위터 사용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는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트위터에 올린다. 어떻게 보면 기자회견을 무시한다고 도 할 수 있다. 전임 오바마처럼 가볍고 훈훈한 토막 얘기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나 외교적 언사까지도 트위터에 올린다. 나라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주류 언론 무시, 트위터로 정치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난 1월17일 ‘2017년 가짜뉴스상’ 10개를 발표했다. 가짜 뉴스상을 받은 10건의 뉴스가 속한 언론사는 뉴욕타임스와 CNN, 워싱턴포스트, ABC방송, 타임, 뉴스위크 등이다. 모두 내로라하는 미국 유수의 언론사들로 주류 언론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들의 편파보도에 시종 시달렸다. 선거 유세 중이던 지난 2016년 6월에는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코, 비즈피드의 취재를 거부한 적도 있었다.


언론들의 편파보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후보는 구글 검색어 순위에서 힐 러리 후보에게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압도적으로 앞섰다.   트럼프는 트 위터를 통한 국민과의 직 접 소통 방식 을 택했고, 언제나 이슈를 리드해갔다. 그의 언변이 거칠었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위기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먹혔다. 번지르르하고 에둘러 세련되게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트위터에 적합한 단순하고 쉬운 멘트였다. 실시간 검색어의 상위권을 점유하려면 자극적인 표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선거를 트럼프대 힐러리가 아니라 트럼 대 반 트럼프로 바꿨다. 구글과 SNS상에서 일방적 선점이 그의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트럼프는 부동산개발업으로 돈을 번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다. 사업가인 아버지로부터 승부사적 기질과 노하우를  물려받았고, 절체절명의 경영위기를 뛰어난 협상력과 의사결 정으로 극복한 인물이다.


는 또 <어프랜티스>란 방송 제작자와 베스트셀러 저술가로서 대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유연한 사고를 길러주는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두뇌 회전도 빨라 미디어 흐름을 본능적으로 알고 적시에 이용했다. 원고 없이 연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트럼프가 SBS의 특장을 놓칠 리가 없다. 처음에는 적대감을 품은 언론들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사용한 트위터는 갈수록 날카로운 단검에서 유일무이한 주력 무기로 구사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 임 후 1년간 매일 7건 정도의 트위터를 올렸다. 그는 스스로 트위터 덕에 대통령이 됐다고 밝힐 정도로 트위터에 의존하고 있다.       



이재명의 트위터 이용은 트럼프보다 한수 위?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기도지사 여론조사지지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앞선다. 지난해 12월30일 MBC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절반에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트럼프식 트위터 정치의 덕이 크다고 본다. 트위터를 통한 이슈 선점으로 실시간 검색에서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항상 상위권을 달군 사람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국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트위터에서 내놓는다. 그러면 언론들이 즉시 받아 적어 메신저 역할을 한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은 SNS와 포탈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그는 SNS 정치의 속성을 잘 알고 그 효과를 최대화하는 적절한 행동을 하는 듯하다. 이 시장은 2016년 6월,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안에 맞서 광화 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10일간 벌였다. ‘광화문광장’, ‘단식’은 트위터 친화적 선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해 10월29일 정치인 중에서 맨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들고 나왔다. 이것 역시 ‘이슈 선점’ 효과를 알고 안 행동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 소통의 달인


2000년에 결성된 노사모는 정치인 팬클럽의 원조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에 누구보다도 인터넷에 열려 있었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선호했다. 그는 주류 언론들이 보이는 엘리트 의식을 싫어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 주류 보수언론의 지나친 비판을 받았다. 이를 옆에서 직접 체험한 문 대통령은 SNS 소통의 중요성과 주류 언론들의 행태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동아일보 정치부를 거쳐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구 미디어와 신 미디어를 두루 아는 사람을 소통수석으로 기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칠고, 공격 적인 소통방식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세련됐다고 할 수 있다. 또 기존 주류 언론들과도 크게 각을 세우는 것 같지도 않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충성 팬을 갖고 있는 것만 봐도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의 달인임에 분명하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등 보수 야당의 대선주자들은 SNS 소통방식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하고 있더라도 밋밋해서 효과를 느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은커녕 아예 담을 쌓고 있었다. 아직도 상당수의 보수 정치인들은  SNS이용이 극히 형식적인 듯하다.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콘텐츠와 SNS 간에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것 같다. 방송 스타로서 정계로 입문한 그가 초기 에 가졌던 좋은 이미지마저 사라진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메시지 때문인 듯하다. 트위터 메시지는 분명해야 효과적이다. SNS 정치는 몇몇 정치인으로 사람들의 주목이 쏠리는 현상 을 빚을 수 있다. 대중 미디어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크게 보이는데, 총리와 장관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된다. 


SNS 시대에 언론의 포지셔닝 변화 중


과거엔 정치인들이 국민과 접촉하기 위해선 언론 매체를 통해야 했다. 그러나 SNS 시대엔 정치인들은 직접 국민과 접촉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인에게 이제 언론은 필수적인 수단에서 선택적 수단으로 변했다. 이렇게 된 데는 언론사의 크게 증가한 때문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들이 소수로 전락했다. 주류 언론을 제외한 다수의 언론들은 본능적으로 주류 언론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이러한 반감을 이용해 주류 언론을 고립시킬 수 있다.


주류 언론들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해 아무리 비판의 칼날을 날려도 상당수의 여타 언론들은 그 정치세력에 우호적일 수 있거나 적어도 중도 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 언론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받았으나 지금 보수 언론의 영향력은 크게 떨어졌다. 한국의 좌파 언론들이 지속적으로 보수 주류 언론들을 공격 한 결과 이슬비에 옷 젖듯이 보수 주류 언론들의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정치세력은 주류 언론들을 특별 대접하지도 않고 여타 언론들과 똑같이 대하는 동시에 자기편에 속하는 채널 을 통해서만  홍보하면 충분하다고 여기게 됐다. 기자들에게 굳이 잘 써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미디어 환경이 돼 버렸다. 지금 되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SNS에 별로 익숙지 않은 주류 언론인 출신을 기용한 것이 실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청와대 내에 SNS 참모들 이 있었겠으나 그들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졌을 것 같지 않다.


지난 보수 정권 10년은 SNS 활용에서는 그 전임 정권에 비해 후퇴했다.  현재 언론은 제4부로서의 위치가 이미 상당부분 무너졌다. 거대한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무수히 존재하는 플랫폼의 하 나가 되고 있다. 이제 언론사 스스로가 SNS 환경 속에서 생존하려면 ‘이슈 주도자’가 돼야 한다. 물론 이전에도 언론사들이 아젠다 세터가 되려고 노력했으나 이제는 생존차원이 됐다는 의미다. 언론이 이슈 주도자가 되는 건 뚜렷한 이념성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느 한쪽 편을 들어 분명히 색깔을 보여야만 한다.


중도의 어정쩡한 태도로는 딱 외면 받기 십상이다. 만약 중도적 언론으로 고집한다면 전문성과 객 관성에서 분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BBC가 그런 예이다. 언론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한편에 서서 무조건 ‘까는’ 언론으로 갈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 친노동 매체는 재벌을 까는 기사를 쓰고 친기업 매체는 노조를 대놓고 까는 기사를 쓰는 식이다.  미국 언론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수 정예 전문기자가 대안일까


그러면 갈라진 논두렁처럼 척박해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금처럼 선정적인 이슈를 질릴 정도로 ‘까기’ 일변도의 기사 쓰기가 유일한 대안일까.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 등장 이후 모든 것들이 조금씩 진화해 왔다. 지금처럼 무조건 까는 기사는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질린다고 느끼는 순간은 통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성도 없고 대안도 없이 까기만 하는 걸 앞으로도 계속 참고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종편의 경우 외부전문가들을 ‘싸게’ 많이 쓰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 바닥나면 방송사로부터 즉시 외면 받을 것이다. 주로 교수와 변호사들이 많은데, 방송사의 요구에 맞춰서 자신의 지식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본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방송 출연에서 충 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업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기자는 결국 선진국처럼 자체 전문기자를 키울 수밖에 없 다고 생각한다. 전문기자를 키우지 않으면 한국기자는 스트레이트 기사만 취재하다가 데스크로 들어와 좀 있다가 밀려 나는 신세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방법


퍼스널 브랜딩의 원리는 최초의 콘텐츠 발신자는 ‘나’지만 그 것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타인’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언론사는 나의 메신저로서 한 개에 혹은 많아야 수십 개에 불과하지만 SNS상에는 무수히 많은 메신저들이 있는 셈이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의 수십억, 수억 뷰(view)가 가능한 원리다. 타인이 나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신뢰성’을 실제로 자신이 눈으로 보고 공감하여 다시 지인에게 퍼뜨리는 메커니즘이 SNS의 힘이다. SNS의 효과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튀어라! 물론 좋은 의미이다. 경영학적인 표현으로는 ‘차별화’로 바꿀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겸손 문화는 통하지 않는다. ‘겸손’을 진정성 있게 세련되게 드러내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이다. 둘째, 시장이, 고객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차별화 하되 타인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셋째, 콘텐츠든 메시지이든 일관성이 있는 것이 좋다.


메시지의 경우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관되게 장기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목표와 이미지를 일관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연예인처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이면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콘텐츠의 경우도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듯이 올리면 허풍쟁이, 떠버리 이미지가 된다. 넷째, 주도하라. 당신이 언론에게 또는 인터넷 댓글들에게 그냥 수동적으로 맡겨놓는다면 온전히 그들의 취향, 그들의 판단, 그들의 오해에 의해 끌려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SNS 시대에 좋든 싫든 나의 생각을 주도적으로 표현해 야 한다. 


머뭇거리는 정치인들에게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라고 하면 우선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꼽을 수 있는데, 300명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일반 국 들에게 널리 알려진 정치인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조금 넓게 잡아봐야 20여명 정도다. 왜 이리 적을까. SNS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서 우선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마도 SNS 사용을 몇 번 시도를 해본 정치인들도 있을 터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속적인 콘텐츠의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처음에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고위급 현직이 아니라면 SNS 활동을 전파해주는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도 자료를 내는 등의 전통적인 언론 홍보 활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지인들부터 연결해 꾸준히 관 리하라.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다. 시간과 노력을 먼저 투자해야 한다. 창업 시기를 생략하고 건너뛸 수는 없다.


그 다음엔 네트워크를 넓혀라. 나의 옷, 매너, 멘트, 미소 등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라. 그리고 언제나 시대 변화, 트랜드와 추세에 나를 맞춰라. 조금만 늦어져도 철 지난, 답답한 사람처럼 보인다. 국회의원을 만나보면 참 말 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길고 짧은 연설은 선수들이다. 그런데 아직은 ‘SNS 소통’에 능한 의원들은 극히 드물다. 정치인이라면 이제 오프라인 연설처럼 SNS 소통도 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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